'표지 1초, 제목 2초'의 세계에서 '내 책'을 실현하는 법

김은미 2026. 4. 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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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이윤영 작가의 <이왕이면 잘 팔리는 책을 쓰고 싶어>를 읽고

[김은미 기자]

책 쓰기는 오롯이 혼자 하는 일이기에 수많은 고민과 지루한 고뇌들이 연일 이어지는 외로운 '전쟁터'입니다. (11쪽)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는 시대이지만, 그 책이 누군가의 책상 위, 혹은 누군가의 출퇴근길 가방 안에 들어가게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모든 작가들은 꿈꾼다. 밤새워 고민하고 고뇌하며 외로운 전쟁을 치르며 완성한 자신의 책이 이왕이면 잘 팔려 많은 사람의 마음에 가닿기를. 물론 '잘 쓴 책'과 '잘 팔린 책'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이윤영 작가는 외롭게 혼자서 책을 쓰는 사람들을 위해, 모두의 책이 잘 팔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홉 권의 책을 펴내며 정리한 루틴들을 낱낱이 공개했다.

여전히 작가라는 말이 어색하고 낯설지만, 나 역시 지난해 7월, <사서의 책갈피 : 이 책 읽어? 말어?>라는 서평집을 출간하면서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손에 넣었다. 오랜 시간 읽고 사유하고 기록한 글들을 다듬고 정돈해 독립출판으로 출간한 나의 첫 책이지만, 완성도 면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제목, 표지, 목차, 구성, 편집, 폰트 등 어설프기 그지없다.

이윤영 작가의 <이왕이면 잘 팔리는 책을 쓰고 싶어>(2026년 3월 출간), 이 책이 조금 일찍 세상에 나왔더라면 나의 첫 책에서 느껴지는 한없는 부끄러움이 어느 정도는 줄어들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더욱 아쉬운 마음이 크다. 아직도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내고 싶어'라고 고민만 하고 망설이는 분들이 계시다면 우선 이 책을 펼쳐 보시기를 권한다. 분명히 용기를 얻게 될 것이고, 막막하고 어둡다고 생각했던 길에 한줄기 빛이 들어오고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눈앞에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이 실재하게 되면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어지는 열망이 생기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정교해집니다. (12쪽)"

작가의 말처럼, 나 역시 '두 번째 책은 좀 더 잘 쓰고 싶다'라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다음 책에는 세밀한 나의 경험을 담은 '진짜 내 이야기'를 쓰고 싶다. 이윤영 작가는 사소한 일상이라도 충분히 이야기의 재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어쩌면 내 이야기도 누군가에게는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계속 기록하는 삶을 살아가려고 한다.
서사, 즉 이야기는 일상의 세밀한 기록을 통해 확장됩니다. 기록되지 않은 삶은 사라지지만, 기록되는 순간 사소한 일상이라도 '이야기'의 재료가 됩니다. (23쪽)

글쓰기와 책 쓰기
 책표지
ⓒ 투래빗
우리는 소소하게 문자로 주고받는 대화나 공식적인 업무 메일을 주고받는 것을 포함해, 단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 문자의 홍수 속에서 살지만, 질서 있게 다듬어진 글을 쓴다는 것은 조금 다른 영역의 일이다. 하나의 논리로 시작해 설득력 있는 마무리를 하는 과정인 '책 쓰기'는, 치열한 사유를 통해 '나를 찾아가는 성찰의 여정'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글을 쓴다는 것은 내 마음의 창고를 전수 조사하는 작업 (43쪽)"이라고 말했는데, 자신조차 몰랐던 진짜 모습을 발견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 매우 공감되었다. '책을 짓는 일'은 파편화되어 있던 생각들을 그러 모아 자신만의 색깔로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는 일이므로, 많은 작가들의 새로운 시선으로 좀 더 다양한 세계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쓰기가 흩어진 생각에 질서를 부여하는 과정이라면, 한 권의 책을 짓는 일은 그 질서를 넘어 자신만의 철학을 새우는 고차원적인 작업입니다. 한 편의 일기나 글을 쓰는 것과 책을 쓰는 것이 결정적으로 다른 이유는 책이라는 형식이 요구하는 단단한 논리 구조에 있습니다. (36쪽)

책을 한 권 엮어낸다는 것은, 세상에 유통되는 무수한 정답들 사이에서 '나만의 해답'을 공표하는 일입니다. (53쪽)

책의 기둥과 뼈대를 세우는 일

출판 마케팅 현장에서는 '표지 1초, 제목 2초'라는 '썰'이 있다고 한다. 2초 안에 독자를 사로잡지 않으면 그 책은 영영 먼지가 쌓인 채로 구석에 처박혀 있다가 아무도 모르게 사라진다는 의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임팩트' 있는 제목을 짓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 사서로서 도서관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도 이 공식이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사실을 무수히 경험했다. 지금도 여전히 프로그램 '네이밍'에 굉장히 공을 들이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이유이다.

첫 책을 출간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 지극히 무난한 제목, 식상한 표지 디자인, 가독성 떨어지는 폰트, 난해한 구성의 목차였다. 책의 기둥과 뼈대가 단단하지 않으니, 독자들을 설득하기가 어려웠다. 은연중에 흐르고 있던 '사서가 쓰는 서평'이라는 '오만함'에 눈이 멀어, 논리의 지도와 끝까지 읽게 만드는 설계도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던 것이다.

책 제목이라는 기둥을 세웠다면 다음은 집의 내부 구조를 결정하는 목차를 설계할 단계입니다. 목차는 단순히 원고의 순서를 나열한 목록이 아닙니다. 작가가 독자에게 제안하는 논리의 지도이자 책의 마지막 장까지 멈추지 않고 읽게 만드는 설계도입니다. (85쪽)

또한 "문단의 길이와 배치를 조절하여 독자가 지치지 않고 완주하게 만드는 시각적 리듬(146쪽)", 즉 숨 쉴 여백을 제공하는 일이 가독성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었다. 이제는 무엇보다도 독자가 편안한 눈과 마음으로 읽을 수 있도록 자신의 글을 한 발짝 떨어져 '그림'으로 감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안다.

첫 문장의 공포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 첫 문장은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이다. 작가는 이 한 문장을 놓고 담배 한 갑을 다 태웠다고 알려져 있다. '꽃은'이 '꽃이'가 되기까지 수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이다. 가장 잘 쓴 첫 문장으로 자주 거론되고 있는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는 여전히 많은 이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완벽한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책은 매우 드물다. 독자를 압도하는 첫 문장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짐작이 된다.

첫 문장에 대한 부담감은 초보 작가 건, 베스트셀러 작가 건 비슷하다고 한다. 이윤영 작가는 첫 문장의 공포를 이기는 핵심적인 기술로 "설명하려 하지 말고 그냥 보여주라(128쪽)"고 말했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속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라고 쓴 첫 문장이 '보여주는 것'에 방점을 찍은 문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모든 글쓰기에서 첫 문장에 가장 공을 들인다. 첫 문장을 완성하기까지 썼다 지웠다 무수히 반복한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첫 문장을 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대문호라 할지라도 첫 문장으로 책 한 권을 아우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우리가 지나치게 첫 문장에 연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첫 문장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고 어떻게든 다음 문장을 이어서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글쓰기의 공포는 첫 문장을 쓰는 순간이 아니라, 쓰지 않고 바라만 보는 순간에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129쪽)

잘 팔리는 책을 꿈꾸는 이유

편집자의 역량과 출판사의 마케팅 기술이 '잘 팔리는 책'과 '팔리지 않는 책을 판가름하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물론 출판사의 성격, 비슷한 책의 출간 시기 등이 영향을 미치겠지만 수많은 투고 메일 중 옥석을 가려 출간을 결정하기까지, '잘 팔릴 것 같은 책'이라는 느낌 혹은 촉이 반응했을 것이다.

그러나 '잘 쓴 책=잘 팔리는 책'이라는 공식이 늘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작가라면 누구나 중쇄를 찍기 희망할 것이다. 상업적인 성공은 차치하고서라도, 한 자 한 자에 영혼을 담아낸 쏟아낸 문장들이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바라는 마음은 가치 있는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잘 팔리는 책'을 쓰고 싶은 작가들의 근원적인 소망이 꼭 이루어질 수 있도록 출판계가 큰 호황기를 맞았으면 좋겠다.

'잘 팔린다'라는 것은 단순히 통장 잔고가 불어나는 상업적인 성공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내가 밤을 지새우며 쏟아낸 문장들이 누군가의 책상 위에 놓이고, 누군가의 출퇴근길 가방 속에서 함께 숨 쉬며, 끝내 그들의 삶에 가닿기를 바라는 근원적인 소망입니다. (233쪽)

비루한 글들의 덩어리지만, '조금 뻔뻔해지자' 마음먹고 낸 책 <사서의 책갈피 : 이 책 읽어? 말어?> 덕분에 감히 이 책의 추천사를 쓸 수 있는 영광을 얻었다.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고 나니, 우선 '하길 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독자들의 선택을 받는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실물로 존재하는 책을 만났다는 뿌듯함만으로도 충분히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내고 싶어'라고 고민만 하고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이왕이면 잘 팔리는 책을 쓰고 싶어>를 읽고 조금 용기를 내어 보시면 좋겠다. '셀프' 출판이면 어떤가. "셀프 출판을 투고 실패에 따른 차선책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오히려 내 원고를 가장 사랑하는 첫 번째 독자인 내가, 나의 글에 기회를 주는 적극적인 행동(206쪽)"이라고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나 역시 그런 생각으로 첫 책을 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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