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지 않은 동시대적인 ‘나부코’ 보여줄 것”

하남현 2026. 4. 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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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나부코’ 출연 임채준 성악가, 이든 지휘자 인터뷰

“어렵기 때문에 더 도전하게 되는 작품이다”(임채준)
“보수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조금 더 과감하게 해석하려 했다”(이든)

(왼쪽부터) 베이스 임채준과 지휘자 이든이 세종문화회관에 설치된 오페라 ‘나부코’ 홍보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서울시오페라단이 이달 9∼12일 서울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오페라 ‘나부코’를 선보인다.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1813∼1901)가 1842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구약성서 속 ‘바빌론 유수’가 바탕이다. 바빌로니아의 왕 ‘나부코’와 그의 딸 ‘아비가일레’, 유대 민족 지도자 ‘자카리아’를 중심으로 권력을 향한 욕망과 자유, 구원의 문제를 다룬다. 다른 극단의 ‘나부코’ 국내공연은 종종 있었지만, 서울시오페라단이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건 1986년 국내 초연 이후 40년 만이다

오페라판 ‘왕좌의 게임’으로 불릴 정도로 방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명작이다. 다만 성경에 기반을 둔 스토리와 어려운 음악 등으로 인해 일반 관객이 접근하기에 까다로운 작품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지난 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자카리아’ 역의 베이스 임채준(44)과 지휘자 이든(38)은 “대중에게 다소 어려운 작품일 수도 있지만, 동시대의 관객들에게도 울림을 주는 명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임채준은 지난 2004년 스페인 빌바오 국제콩쿠르에 입상하고, 이듬해 중앙음악콩쿠르 성악 부문 1위를 차지하며 국내외 성악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현재 유럽과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임채준이 국내 무대에 서는 건 지난 2013년 국립오페라단의 ‘돈 카틀로’에서 ‘필리포 왕’ 역을 맡은 이후 13년 만이다.

“고국 무대는 항상 특별한 설렘이 있다”라고 한 임채준은 ‘자카리아’에 대해 “권위적인 인물이지만 동시에 섬세하고 인간적인 내면을 가진 존재”라고 소개했다. 이어 “강인함과 부드러움의 대비를 통해 새로운 ‘자카리아’를 국내 관객에게 보여주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임채준 성악과와 지휘자 이든이 참가하는 오페라 ‘나부코’는 오는 9일 세종문회회관에서 개막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자카리아’는 베이스가 소화하기에 가장 힘든 배역 중 하나로 꼽힌다. 긴 호흡과 폭넓은 음역, 그리고 극적인 표현력을 동시에 요구하기 때문이다. 임채준은“어렵기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없고, 그래서 더 도전하게 되는 역할”이라고 전했다.

이번 공연을 지휘하는 이든은 지난 2021년 프랑스 브장송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세계적인 오페라 지휘자다. 이든은 “그동안 공연됐던 ‘나부코’는 다소 보수적으로 해석됐기 때문에 관객이 어렵고 지루하게 느꼈을 수 있다”라며 “이번에는 음악적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더 과감하게 해석해 관객들에게 다가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중앙일보와 만난 임채준(왼쪽) 성악가와 이든 지휘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19세기 초연한 작품이지만, 이 공연이 전하는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고 둘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편안하게 관람할 것을 관객에게 권했다. 임채준은 “비극적 서사지만 인간의 희망과 공동체의 힘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관객들이 묵직한 감동을 안고 극장을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든은 “관객이 음악의 흐름을 편하게 따라가며 스스로 이해하고 몰입하는 경험을 하길 바란다”라고 했다.

이번 공연에는 시민합창단 60명이 대규모 합창 장면에서 목소리를 더한다. 이든은 “제 커리어에서 전문 연주가가 아닌 일반 시민들을 지휘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시민 합창단의 열정을 보는 것 자체가 큰 감동이었다. 오페라를 어렵게 생각하는 관객들이 시민합창단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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