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갇힌 2만명 생존 전쟁…식량 바닥나자 낚시로 끼니 해결

이란을 둘러싼 군사 충돌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페르시아만 일대에 선박 2000여 척과 선원 2만여 명이 한 달 넘게 고립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선원은 식량과 식수가 부족해 낚시로 끼니를 해결하고, 에어컨 응축수로 생활용수를 마련하는 등 생존 위기에 내몰렸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는 지난 2월 말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200척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부분 선박이 페르시아만에 발이 묶였고,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해상 고립 사태로 평가된다.
현장 상황은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장기 표류로 신선 식량과 식수가 바닥나면서 선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초고주파(VHF) 무전을 통해 생존 요령을 공유하고 있다. 일부 선원은 에어컨에서 나온 응축수를 모아 샤워와 세탁에 쓰고, 유조선 측면에서 참치·오징어·갈치 등을 잡아 식량으로 활용하고 있다.
보급도 쉽지 않다. 주요 보급 거점인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항이 반복적으로 공격을 받으면서 공급망이 흔들렸고, 과일 등 식료품 가격도 급등했다. 선원 교대를 위한 항공편 역시 부족하고 비용이 올라 인력 교체도 지연되고 있다.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페르시아만에 정박 중이던 유조선 ‘ASP 아바나’호에서는 지난달 18일 선장 라케시란잔싱(47)이 심장마비 증상을 보였지만 제때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해 사망했다. 전쟁 상황으로 항공 이송이 제한되면서 고속정으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이미 늦은 뒤였다.
노동단체의 구조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운수노동자연맹은 분쟁 이후 해협 인근 선원들로부터 약 1000건의 지원 요청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 중 일부는 식량 부족을 호소했고, 약 200명은 귀국 지원을 요청했다. 문의의 절반 이상은 전쟁 지역 체류 중 임금과 계약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ITF 측은 “선원들을 위험에 노출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위험이 커지면서 임금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일부 선원 파견업체는 평시의 두 배 수준 급여를 제시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 항해 선장의 경우 월 2만6000달러 이상을 받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는 해상 물류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유엔은 이번 사태를 코로나19 이후 가장 심각한 공급망 교란으로 평가했다. 운송 비용 상승과 항로 우회로 인해 구호 식량과 의약품 전달이 지연되고 있으며, 일부 물자는 수주째 발이 묶인 상태다.
세계식량계획은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기존 3억2000만 명의 기아 인구 외에 추가로 4500만 명이 극심한 식량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구조위원회와 유엔아동기금 등 구호 단체들도 물류 차질로 식량과 의약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페르시아만 일대에 안전 항로를 구축해 선박과 선원을 대피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교전이 계속되는 한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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