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빈도매매 거래대금 연 4경↑, 초단타 투기 의존하나…한국거래소의 모순
‘이해 상충’에 감시 소홀 우려
“개인 투자자 피해 입을 가능성”

한국거래소에서 발생하는 고빈도매매(HFT) 거래대금이 연간 4경원이 넘는 규모로 치솟은 것으로 드러났다. 1초에 수천 번의 주문을 넣는 이들 세력의 거래량이 늘어날수록 한국거래소는 수수료로 막대한 돈을 벌지만, 동시에 이들을 감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해 상충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HFT에 대한 별도 규제가 없을 경우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간 한국거래소에 등록된 2266개 HFT 계좌에서 약 3927조원에 달하는 거래대금이 발생했다. 같은 기간 한국거래소에서 발생한 전체 거래대금은 6797조원이었는데, HFT 비중만 약 58%에 달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HFT 거래대금 규모만 4경7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HFT란 컴퓨터 알고리즘을 활용해 1초에 수천 번 이상의 주문을 내는 기법이다. 주식이나 파생상품을 단타로 매매하는 데 쓰이고, 주로 기관 투자자들이 사용한다.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방식이 HFT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시세 조종 의혹과 함께 변동성을 높이는 주도 세력으로 부상했다.
HFT 거래 비중이 높은 수준까지 오른 배경을 두고 시장 일각에서는 국내 증시가 사실상 초단타 투기 거래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HFT의 상당 부분이 파생상품 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선물시장이 현물시장 전체를 흔드는 이른바 ‘웩더독’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한국거래소의 수익 모델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거래대금과 거래량에 연동된 수수료를 주요 수익원으로 삼는다. 거래가 많이 발생할수록 수익이 증가하는 구조다. 한국거래소가 HFT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다는 점에서 이해 상충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감시 대상 행위가 수익원인 구조에서 규제 유인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HFT에 대한 감시 기능이 외부에서 작동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금융산업규제청(FINRA)이 주도권을 쥐고 HFT에 대한 감독을 수행한다. SEC는 허위 호가 제출 등 시장 왜곡 행위에 대해 강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차 금융상품투자지침(MiFID II)을 통해 과도한 주문 제출에 비용을 부과하고 알고리즘 거래를 등록·관리하고 있다. 과도한 거래 유인을 제도적으로 억제하는 장치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반면 국내는 HFT를 직접적으로 규율하는 장치가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거래소는 고속 알고리즘 거래자에 대해 별도의 식별 코드를 부여해 모니터링하는 등 위험관리 장치를 마련했으나 자체 감시에 그쳤다. 또 한국거래소는 증권사 등과 함께 알고리즘 거래 관련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조치가 나오지는 않았다. 특히 개인 투자자는 별도의 목소리를 낼 기회가 없다는 점에서 협의체 구성 자체가 HFT 활용 고객을 대상으로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제도 공백이 지속될 경우 개인 투자자 피해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개인 투자자들은 초단타 알고리즘 거래보다 정보와 속도 측면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어 가격 왜곡이나 변동성 확대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국회는 입법 작업에 나섰다. 김승원 의원은 최근 대량의 호가를 반복적으로 제출·정정·취소하는 거래에 대해 ‘과다호가부담금’을 부과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HFT의 핵심인 주문 반복 행위 자체에 비용을 부과해 거래 유인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단기로는 과다호가부담금을 확대해 거래 유인을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한국거래소의 지배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김승원 의원은 “시장 감시 의무를 지닌 한국거래소가 초단타 매매 폭증으로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챙기는 현 수익 구조는 명백한 이해 상충”이라며 “기관과 외국인에게만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1400만 개인 투자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거래소의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거 써, 그럼 성적 팍팍 올라”… AI치팅 기승 中대학가
- “육아 위해 출퇴근 허용해달라” 대체복무요원 소송 결과
- 美 리더십 지지율 中에 역전
- 우회 송유관·러에 사절단… 각국 ‘호르무즈 돌파구’ 찾기 안간힘
- “지옥문” 위협했던 트럼프, 협상 타결 전망엔 “내일 가능성 커”
- 美·이란 36시간 ‘승무원 수색전’… 정보자산 총동원 미국이 빨랐다
- [단독] 집 불지른 조현병 딸, 병원들 “못받아”… 고위험군 3일 응급입원제 ‘유명무실’
- 中 위협에 짐 싸는 대만 중산층
- [단독] 60억 전매사기 수사결과 뒤집었던 재기수사…보완수사 없인 ‘무용지물’
- ‘가입비 수천만원’ 공인중개사 단체 조직·담합… 회장들 검찰 송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