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선 교수, 공소청법·중수청법 헌법소원 제기…"핵심조항 위헌"
"견제 없는 수사독점은 경찰국가로 가는 길"
한국헌법학회 부회장을 지낸 현직 법학 교수가 공소청법과 중대범죄수사청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중수청법)의 핵심 조항들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오는 10월 두 법이 시행되기 전에 헌재가 검사의 직무에서 범죄에 대한 수사를 배제한 공소청법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장관 소속으로 둔 중수청법의 위헌성에 대한 판단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6일 이호선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사법시험 31회)는 헌재에 공소청법 제4조 1호(검사 수사권 전면 박탈), 제56조(수사지휘권 폐지), 중수청법 제3조 1항(중수청의 행정안전부장관 소속), 제6조 본문(행정안전부장관의 지휘·감독), 제2조 2호(과도하게 광범위한 수사 관할), 제43조 3항(이첩요청 의무 수용)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헌법상 형사사법제도에 관한 제도적 보장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며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 교수는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하며 위 조항들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헌법 제10조) ▲신체의 자유 및 적법절차원칙(헌법 제12조 1항) ▲영장주의(헌법 제12조 3항)에 따른 인신 보호권 ▲피의자 지위에서의 재판청구권(헌법 제27조 1항) ▲피해자 지위에서의 재판청구권(헌법 제27조 1항) 등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또 이 교수는 위 조항들이 헌법이 영장주의(헌법 제12조 3항)를 규정하며 '검사의 신청'을 별도로 명시하고, 검찰총장을 합동참모의장·각군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 등과 함께 국무회의 심의사항(제89조 16호)으로 규정한 헌법상 형사사법제도에 관한 본질적 내용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 조항은 헌법제정권자가 형사사법의 핵심 구조를 입법자의 재량에 맡기지 않고 헌법적 차원에서 보장하려는 의사를 명백히 한 것"이라며 "즉 '검사'는 단순한 행정조직법상의 직제가 아니라, 헌법이 형사사법제도의 구조적 요소로 편입시킨 제도적 존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위 법률 조항들이 개별적으로는 각각 합헌의 외관을 띠는 복수의 입법조치가 시간적으로 또는 동시적으로 누적돼 그 총체적 효과로서 제도의 핵심영역이 실질적으로 형해화되는 '점진적 공동화'의 전형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2020년의 수사지휘권 축소(제1단계), 2022년의 수사개시 범위 한정(제2단계)을 거쳐, 2026년의 검찰청법 폐지와 공소청법·중수청법의 제정(제3단계)에 이르는 과정은 점진적 공동화의 전형적 경로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며 "설령 각 단계의 입법이 개별적으로 합헌이었다 하더라도 최종 단계의 입법은 위헌이 되는 경우"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그 외에도 수사·기소·재판의 각 단계를 복수의 기관이 담당하되 각 기관이 상대 기관의 행위를 실질적으로 검증·시정할 수 있는 구조, 즉 '다층적 분리와 견제'도 우리 헌법이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형사사법제도의 핵심영역인데, 이들 조항으로 인해 ▲수사에 대한 법률가의 통제 ▲영장 청구에서의 이중적 통제 ▲기소 판단의 독자성 ▲불기소에 대한 실효적 구제 ▲수사기관 간 경합적 견제 등 우리 헌법이 보장한 형사사법제도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두 법률이 표방하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실제로는 수사기관에 대한 견제의 총체적 해체"라며 "단언컨대, 현행 공소청법과 중수청법은 경찰을 원하지 않는 '괴물'로 만들어낼 것이고, 이 괴물은 자기를 만들어 준 정치인까지 잡아먹고, 이 법에 방관했던 사법과 언론, 국민들까지 희생제물로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미 정보를 독점하고 있던 경찰에 수사의 개시와 종결권까지 사실상 독점시키면서, 그 수장을 정파적 인물일 수밖에 없는 행정안전부장관으로 하는 구조는 전 세계에 유례없는 경찰국가의 제도적 기반"이라며 "'수사·기소 분리는 국제적 추세'라는 주장 자체가 사실의 왜곡이며, 국제적 추세는 '분리하되 견제를 강화'하는 것이지 '분리하면서 견제를 해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오는 10월 2일 공소청법과 중수청법이 시행되기 전에 헌재가 위헌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로 ▲입법자에게 자기 시정의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 ▲법 시행 후 발생할 회복 불가능한 제도적 혼란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점 ▲기본권 침해가 현실화되기 전에 이를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위헌성의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자체가 아니라 '견제'의 해체에 있으므로, 국회가 견제의 실질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보완한다면 입법목적의 달성과 형사사법제도의 핵심영역 보전을 양립시킬 수 있다"고 했다.

헌법소원심판 청구의 요건과 관련해 이 교수는 "10월 2일 위 법률 조항들이 시행되면 청구인의 재판받을 권리 등 헌법상의 기본권을 바로 침해하게 되고, 특별히 집행 행위 등의 매개를 요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헌재 결정 사례와 법리에 비춰 볼 때 청구인의 헌법소원심판의 자기관련성, 직접성, 현재성은 충분히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위 법률 조항들로 인해 형사소송법상의 기소편의주의가 무력화되고, 검사의 인권보호적 기능이 해체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사 결과를 독자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검사에게 남는 선택지는, 수사기관이 송치한 증거가 충분하면 기소하고 불충분하면 불기소하는 기계적 판단뿐"이라며 "이는 기소편의주의가 아니라 사실상의 기소법정주의, 그것도 수사기관의 판단에 종속된 기소법정주의"라고 했다.
이어 "그렇다면 형사소송법까지 개정해 기소법정주의를 택하면 될 것인가? 그렇지 않다"라며 "기소법정주의는 혐의가 충분하면 반드시 기소해야 하므로, 검사가 기소의 근거가 되는 증거를 직접 확보·검증해야 할 필요성이 오히려 더 크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헌재는 지금 자유민주주의 헌정사상 유례없는 경찰국가로 대한민국을 자리매김할 것인지 여부를 선택하는 기로에 서 있다"며 헌재의 책임있는 조속한 결정을 촉구했다.
1989년 제31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이 교수는 전국법과대학교수회 회장, 한국헌법학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민대학교 법학부와 법무대학원(헌정입법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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