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인데 학교가 아니다? 비인가 국제학교 열풍의 민낯
[이영광 기자]
최근 학부모들 사이에서 '비인가 국제학교' 열풍이 불고 있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비인가 국제학교' 열풍에 한몫을 하고 있는 것. 하지만 '비인가 국제학교'는 대부분 학부모들이 학교라고 부를 뿐 법적으로 학교는 아니다. 그럼에도 왜 학부모들은 '비인가 국제학교'에 아이를 보낼까?
3월 27일 방송된 KBS 1TV <추적 60분>에서는 '비인가 국제학교 – 누구를 위한 학교인가' 편이 전파를 탔다. 상가나 대형마트 등에 있는 '비인가 국제학교'로 등교하는 학생들 모습으로 시작한 이날 방송은 '비인가 국제학교'를 전수조사하고 문제점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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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적 60분>의 한 장면 |
| ⓒ KBS |
"비인가 국제학교라는 아이템 자체가 시청자분들께 생소할 수 있어서 걱정했어요. 그래도 시청자분들이 교육이라는 큰 틀 안에서 공감하고 고민해 주셔서 그 점이 뿌듯하게 다가왔어요."
- 방송이 나간 후 시청자 반응은 어떤가요?
"반응은 나뉘는 것 같아요. 우선 국제학교가 이런 곳에 있었는지 몰랐다는 반응도 있고, 운영 파행 모습에 충격적이라고 표현하시는 분도 있고요. 그곳에 아이들을 보낸 부모님들을 비난하는 반응도 많아요. 사실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부모님들에게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 비인가 국제학교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됐나요?
"방송 일자가 새 학기쯤이었어요. 학교, 교육과 관련한 아이템으로 해보면 어떨까 싶었죠. 그즈음 교육열이 높았던 한 학부모의 글에서 '비인가 국제학교'라는 단어를 보게 됐어요. 저에겐 되게 희한한 단어로 다가왔어요. 인가받지 않은 곳인데 학교다? 처음엔 이해를 잘 못했어요. 저는 상식적으로 학교는 당연히 인가받은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 단어 자체가 흥미로워서 찾아봤던 게 시작이었습니다."
- 국제학교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었나요?
"취재하기 전에는 제주에 모여 있는 국제학교들만 알았죠. 알고 보니 인천과 대구에도 있더라고요. 전국에 인가된 국제학교는 7곳밖에 없다는 것과 인가받지 않은 수많은 비인가 국제학교가 있다는 걸 취재 도중 알게 되었습니다."
- 취재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더 느꼈을 것 같아요.
"전수 조사하면서 좀 충격받았어요. 제 예상을 뛰어넘는 숫자였어요. 비인가 국제학교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특히 서울 수도권에 집중 분포해 있다는 사실은 제작진도 전수조사를 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어요. 이곳을 다니고자 하는 수요가 많고, 많은 초중등 학생이 이곳을 학교처럼 다니고 있겠다는 생각에 더더욱 취재에 열심히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학교는 단순히 배움의 공간을 넘어 아이들의 안전과 미래가 걸려있는 곳이니까요."
- 어떤 것부터 취재하셨나요?
"우선 인가 국제학교와 비인가 국제학교의 차이를 파악했어요. 조사하면서 '비인가 국제학교'는 법에 정식적으로 있는 단어가 아니라 학부모들이 실질적으로 '비인가 국제학교'라고 지칭하는 용어임을 알게 됐죠."
- 법적인 용어가 아니에요?
"그렇더라고요. 근데 학부모님들 사이에서는 '비인가 국제학교'라고 불리고 있어요. '학교' 명칭을 사용하면 초중등 교육법 위반이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Scholar, Academy, International 같이 교묘하게 피해서 학교 이름을 써요. 근데 단순히 학교 명칭을 안 쓴다고 끝나는 건 아니에요. 실질적으로 학교 형태로 운영하는 것 또한 초중등 교육법에 위배되거든요. 어찌 보면 이렇게 학교 명칭을 안 쓰는 것도 법망을 빠져나가는 것이라 볼 수 있죠."
- 대안학교와 비인가 국제학교의 차이가 있나요?
"'비인가 국제학교' 측에서 대안학교라고도 많이 얘기하세요. 그러니 그 형태를 꼭 꼼꼼히 확인해 보셔야 해요. 인가받은 대안학교도 있지만, 비인가 대안학교라고 불리는 곳의 대부분은 '대안 교육기관'입니다. 대안교육 기관은 교육청에 교육시설로 등록은 할 수 있지만, 그 등록 자체로 학력이 인정된다는 뜻은 아니에요. 또 대안 교육기관에 관한 법률 제5조 2항에 따르면 주된 언어가 외국어이거나 외국어 학습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 외국 대학 입학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시설은 대안 교육기관으로 등록하면 안 돼요. 그러나 비인가 국제학교들이 그냥 대안학교라고 홍보하기도 하죠.
따라서 '대안학교'라고 얘기한다면, 인가된 대안학교인지 '대안 교육기관'인지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 이 용어를 혼용해서 쓰는 것도 학부모님들을 헷갈리게 하는 부분 중 하나예요. 저희 또한 취재 중 헷갈려서 수차례 확인했거든요. 학부모님들이 이걸 하나하나 확인하기는 어려운 부분이에요. 용어를 쉽게 혼재하여 사용할 수 없도록 하거나, 교육청이 등록 절차를 더욱 신중하게 진행하는 등 현장에서 이런 혼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처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 비인가는 교육청에서 인가가 나지 않은 국제학교인건데, 불법 아닌가요?
"불법이죠. 초중등 교육법 위반이에요. 초중등 교육법에는 학교를 설치하거나 혹은 분교를 설치할 때는 필수적으로 교육감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요. 특히 사실상 학교 형태로 운영을 한 자는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하게 되어 있거든요. 따라서 학교 형태로 실질적으로 운영을 하는 모든 비인가 국제학교는 초중등 교육법 위반입니다."
- 비인가 국제학교를 졸업해도 학력 인정을 받지 못하나요?
"국내에서는 학력 인정을 못 받아요. 초등학생, 중학생은 의무 교육 대상이기 때문에 국내 학력을 인정받으려면 따로 검정고시를 쳐야 합니다. 국내에서 학력 인정이 된다고 홍보하면 안 되는 거죠. 만약 학력 인정이 되지 않는 점, 검정고시를 쳐야 한다는 점을 고지했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법원 판례에 따르면 해당 사실 고지 여부를 떠나 학교로 실질적으로 운영했으면 초중등 교육법 위반이라고 명시합니다. 해외 인증 기관들이 인증해 주면, 해외에서는 학력 인증이 되는 곳들도 있어요. 그 또한 '인증'을 해주는 기관이 맞는지, 단순한 멤버십(협회) 가입이 아닌 인증을 받은 게 맞는지, 현재 인증기관 리스트에 인증이 되어있는 것이 맞는지 재차 확인하셔야 합니다."
"취학 유예 및 정원 외 관리 학생으로 분류가 된다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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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소미 PD |
| ⓒ 이영광 |
"학원이라서 그래요. 학원은 마트 상가에 있어도 되죠. 비교적 자유롭게 시설 설립이 가능하니까요. 근데 학교는 다르죠. 학교는 설립되는 부지도 중요하고, 일정 기준을 충족한 시설이 있어야 해요. 운동장이나 급식실 같은 곳들이요. 그 기준들을 다 충족했을 때 학교가 지어지죠. 근데 학교를 가장한 시설들은 그러한 기준과 규제에서 자유로우니까 마트가 있는 상가에도 학교를 세울 수 있고 주차장에도 학교를 세울 수 있는 겁니다. 따라서 학교로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시설들이 없어도(양호실 등), 이 시설에 주의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규제는 사실상 미비합니다."
- (방송에 나온) 이지영(가명, 전 비인가 국제학교 학부모)씨의 경우 비인가 국제학교에 아이를 입학시키력 했는데 입학 전 시설이 문을 닫은 거잖아요.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거죠?
"초중등교육법 상, 미국의 분교라도 우리나라에서 학교로 운영하려면 인가받아야 해요. 하지만 해당 시설은 인가받지 않았어요. 학원으로 등록했고요. 따라서 학원을 관리 규제하는 교육지원청은 해당 교육시설을 허위 및 과대광고(미국 분교라고 소개)와 학교 명칭 사용으로 등록 말소 처분을 내렸어요. 이지영(가명)씨의 입장에서 이곳은 미국 학교의 분교였던 거죠. 학원이 아니라요. 쭉 이 학교를 보내려고 했는데 학교가 갑자기 사라진 거죠."
- 이지영씨가 비인가 국제학교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나요?
"비인가 국제학교임은 인지하고 계셨어요. 하지만 어떻게 등록되어 있는지, 이렇게 학교가 등록 말소되어 사라질 줄은 미처 몰랐던 거죠. 사실 그 누가 상상을 하겠어요. 다니는 학교가 학원이라서 갑자기 없어질 수도 있다고요."
- 해당 비인가 학교 전 대표도 만나셨잖아요. (방송에서) 타 사업체처럼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다고 설명하던데요.
"그 부분이 저희가 담고자 하는 메시지 중 하나였어요. 과연 '학교'라고 하는 곳이 가게처럼 쉽게 문을 여닫을 수 있는 곳인가, 이러한 운영을 규제 없이 방치해도 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했습니다."
- 비인가 국제학교는 어떻게 관리되나요?
"학원은 교육지원청이 관리하고, 대안학교는 교육청이 관리합니다. 따로 '비인가 국제학교'를 관리하는 기관은 현재 없어요. 관리의 부재, 입법의 부재 속 사각지대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 규제할 방법으로 어떤 게 있을까요?
"저희도 그 부분에 대한 메시지를 강력하게 던지고 싶었어요. 비인가 국제학교 내에서 이슈가 발생했을 때 대처할 방안이 전혀 없는 것 또한 문제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그 학교를 선택한 학부모 개인의 잘못으로 돌릴 수만은 없어요. 많은 학생이 현재 비인가 국제학교를 다니고 있고,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이 문제를 눈감고 방치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봐요. 아이들이 '학교'로 (알고) 다니고 있으니까요. 정부는 아직 실태 조사를 제대로 시작하지 않았어요. 앞으로는 해당 이슈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관리 규제 정책이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 방송에 담지 못했지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저희 제작진은 취재하면서 최대한 비인가 국제학교에 대해 다양한 얘기를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정말 많은 제보를 받았고, 수많은 비인가 국제학교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비인가 국제학교에 보내시는 학부모님들의 의견 중,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실망의 의견도 있었어요. 저희 또한 비인가 국제학교의 문제에서 더 나아가고 싶었어요. '학교'란 무엇인가, '교육'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대한민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 함께 고민해 보는 방송으로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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