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수령의 은행나무가 부처가 되기까지
[이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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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읍 내장사 가는 벛꽃 터널 길 |
| ⓒ 이완우 |
천일의 참회기도와 사부대중의 정성으로 일군 내장사 대웅전 복원
정읍 내장사는 백제 무왕 때 창건된 사찰로 전해진다. 근년에는 2012년 화재로 대웅전의 소실과 복원에 이어, 2021년 3월에 대웅전이 방화 사건으로 다시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다. 화마가 휩쓴 빈 법당 터는 지역민과 불자들에게 상처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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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원된 정읍 내장사 대웅전 |
| ⓒ 이완우 |
이번에 내장사 불상을 조성한 이는 전북 임실군 오수면에서 활동하는 김진성(62) 목조각 장인이다. 그는 43년간 목불 조각의 외길을 걸어오며 '백제의 미소'를 불상에 새겨온 금어(金魚, 불모)다. 기자는 지난 1년 동안 김 장인이 주도하는 불상 제작 과정을 탐사해 왔다(관련 기사: "불교 목조각 전문 교육 없어... 환갑 넘은 내가 거의 막내").
150년 수령의 은행나무가 '백제의 미소'를 입기까지 여러 장인의 협업 과정
김진성 장인은 2018년 겨울에 임실 삼계와 남원 운봉 지역에서 150년 수령의 은행나무를 구입했다. 7년간 자연 건조 과정을 거친 은행나무는 불상 조성 목재로 적합했다. 2025년 1월, 김 장인은 내장사 삼존불 조성 불사를 수주하였다. 마치 나무가 스스로 몸을 말리며 부처가 될 시간을 기다려 온 듯한 인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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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읍 내장사 대웅전 삼존불 조성 장면. (2025년 봄) |
| ⓒ 김진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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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읍 내장사 대웅전 삼존불 중 석가모니불 조성 장면. (좌, 2025년 봄. 우 2025년 가을) |
| ⓒ 김진성 |
김 장인은 백제 불상의 온화한 미소를 1,400년 전통의 내장사 대웅전에 되살리려 노력했다고 한다. "입만 웃는 것이 아니라 눈과 코, 마음까지 웃는 표정을 빚어내기 위해 수만 번을 다듬으며 나무의 결속에서 부처의 자비심을 찾았어요."
2025년 10월 말, 조각이 완료된 불상이 남원의 박상수(73) 장인 옻칠 공방으로 옮겨졌다. 처음에 생옻칠하고 모시 배접을 했다. 황토와 옻칠을 섞어서 면을 잡은 뒤에 정제된 옻칠을 하고 사포질을 한 뒤에 또 옻칠을 하는 과정을 9번 거쳤다. 박 장인은 내구성을 높이고 장기간 보존을 위해 옻칠과 배접의 전통 기법을 30년 동안 충실히 전승하고 있다(관련 기사: '나비 성장과정 보는 듯' 목조각 불상이 불전에 앉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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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읍 내장사 대웅전 삼존불 중 석가모니불 금박 채색 장면. (2025년 겨울) |
| ⓒ 김진성 |
2025년 12월 초, 임실과 남원의 공방에서 조각, 옻칠 배접, 금박 채색을 완료한 삼존불은 정읍 내장사로 이운(移運, 부처를 옮겨 모심)되어 대웅전에 임시로 모셨다.
지난 1일, 수행자 스님들과 불모(佛母) 김진성 장인이 참여하여 복장 의식이 진행됐다. 이 의식은 불상이 예술품에서 신앙의 주체인 부처님으로 거듭나는 과정이다. 복장 유물(발원문 등)은 불상에 대한 정보와 불상 조성 당시의 사회상을 후대에 전하는 소중한 문화 유산이 된다.
지난 5일 식목일이자 청명의 이른 아침, 임실 오수면의 김진성 장인 공방에는 관음보살이 아침 햇살에 백제의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김 장인은 내장사 대웅전의 삼존불 점안식에 참여하기 위해 정읍 내장사로 향했다.
1400년 백제 불교의 전통 사찰인 정읍 내장사, 대웅전 삼존불 점안식
지난 5일 오전 정읍 내장사 가는 길의 벚꽃 터널을 지나서, 새 불상이 눈을 여는 순간을 기다리는 대웅전에 도착하였다. 새로 중건된 대웅전은 다포식 양식의 화려함과 팔작지붕의 장중함이 조화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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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읍 내장사 대웅전 삼존불, 점안 직전의 모습 |
| ⓒ 이완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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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읍 내장사 대웅전 삼존불, 점안과 후불 탱화 공개 모습 |
| ⓒ 이완우 |
2021년의 비극적인 방화 현장을 기억하는 신도들은 새로운 부처님의 미소 앞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기도를 올렸다. 화재(火灰)를 딛고 새롭게 피어난 자비의 꽃이 만개하였다.
점안식 법회에서 경옥(조계종 24교구장) 큰스님은 말했다.
"오늘 점안식의 참된 의미는 불보살 님의 눈을 여는 것뿐만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마음의 눈을 밝히는 데 있습니다.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으로 가려진 마음을 부처님 가르침으로 맑히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르게 보는 지혜를 회복하는 것이 바로 오늘 점안식의 참뜻입니다."
"텅 빈 법당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는데, 오늘 부처님의 온화한 미소를 뵈니 비로소 내장사가 다시 살아난 것 같아 뭉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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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읍 내장사 대웅전 삼존불 점안식 범패 회향 |
| ⓒ 이완우 |
내장사 삼존불 점안식으로 비어 있던 자리가 다시 채워지는 행사는, 불상 하나가 들어서는 것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마음이 다시 모이는 과정이었다. 1400년 백제 불교의 역사를 잇는 전통 사찰에 백제의 미소가 전승되는 현장이었다.
정읍 내장사 대웅전 삼존불의 점안식이 끝나고 김진성 장인은 임실 공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감회를 밝혔다.
"꼭 귀한 딸 정성껏 키워 시집보낸 기분입니다. 아침마다 공방에서 마주하던 불상을 이제는 내장사에 가야 만나게 됐습니다. 내장사 대웅전의 주불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장인으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김진성 장인은 목조각이 기계 제작과 수입산이 범람하는 시대에 목공과 옻칠 등 전통 기법을 고수하는 전통의 맥이 끊길 위기를 염려하였다. 소중한 문화유산이 잘 보전되어 화마로 소실되는 사례가 다시는 없기를 염원하였다. 재난에 취약한 우리 문화재 복원 시스템에 사회의 관심과 협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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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원된 정읍 내장사 대웅전 추녀와 멀리 내장산 서래봉 풍경 |
| ⓒ 이완우 |
덧붙이는 글 | 기자는 이 정읍 내장사 삼존불의 불상 조성 과정을 임실의 공방에서 1년 동안 탐사하였습니다. 불상 조성 장인의 내장사 대웅전 삼존불 점안식을 동행 취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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