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의 광화문 공연에 대한, 조금 다른 생각

심미선 2026. 4. 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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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퓨처] 이번 공연이 남긴 씁쓸함의 정체는 바로 이 '공유된 경험'의 부재에 있다

[심미선]

 BTS(방탄소년단)가 3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컴백 공연 ‘비티에스 컴백 라이브 : 아리랑’에서 신곡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BTS가 민주주의의 상징인 광화문 광장에서 '아리랑'을 부르며 화려하게 귀환한 지도 약 2주일이 지났습니다. 한 시간 남짓의 짧은 공연이었지만 그 여운은 강렬했습니다. 국내외 언론은 앞다투어 호평을 쏟아냈고, 정부는 이번 공연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약 1조 2000억 원에 달한다며 행사의 당위성을 치켜세웠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법한 장면이었지만, 화려한 조명이 꺼진 뒤 밀려오는 불편함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우선 이번 컴백 공연의 핵심 키워드는 'BTS의 정체성과 뿌리'였습니다.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은 공연 직전 인터뷰에서 "광화문은 한국의 역사와 민주주의가 살아 숨 쉬는 심장부다. 이곳에서 '아리랑'을 노래하는 것은 BTS의 음악적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전 세계에 선언하는 상징적인 행보가 될 것"이라며 무대의 의미를 정의했습니다.

이러한 메시지에 화답하듯 해외 언론들은 찬사를 보냈습니다. 미국 빌보드(Billboard)는 "BTS가 서울의 가장 역사적인 광장을 거대한 보랏빛 물결로 물들였다. 이는 단순한 팝 공연을 넘어 한 국가의 문화적 위상을 증명한 사건"이라고 평했고, 영국의 가디언(The Guardian) 역시 "가장 현대적인 팝스타가 가장 전통적인 공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재정의했다"며 극찬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뿌리'인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는 넷플릭스 유료 구독자가 아니라면 안방에서 이 공연을 볼 수 없었습니다. 넷플릭스가 중계권을 독점했기 때문입니다. '문화적 가치'를 강조했던 하이브의 수사들이 결국은 '글로벌 자본의 유료 마케팅'으로 귀결되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행정력 투입됐음에도, 운영방식은 철저히 상업적
 BTS(방탄소년단)가 3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컴백 공연 ‘비티에스 컴백 라이브 : 아리랑’에서 신곡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두 번째로, 행정력의 '무임승차'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공연을 위해 1만 명이 넘는 공공 인력이 투입되었습니다. 오후부터 광화문 일대 교통이 통제되고 지하철은 무정차 통과했습니다. 즉, 이번 공연은 공간뿐 아니라 시민들의 '시간'까지 통제하고 독점한 셈입니다. 그럼에도 운영 방식은 철저히 상업적이었습니다.

막대한 공공 자원과 공공 인프라가 지원되었고 그에 따른 시민들의 불편은 '경제 효과 1조 2,000억 원'이라는 가시화되지 않은 수치 뒤로 당연시되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막대한 경제적 결실을 당장 현금화하여 챙긴 곳은 대한민국 공공 부문이 아니라,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라는 점입니다.

과거 사례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분명해집니다. 2012년 싸이는 '강남스타일'의 성공 이후 서울광장에서 무료 공연 공약을 지켰습니다. 당시 8만 명의 인파가 몰려 광장 전체가 거대한 공연장이 되었고, 상의를 탈의한 채 시민들과 호흡하던 싸이의 모습은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K-팝의 열기를 온 국민이 함께 향유하며 진정한 문화적 연대감을 느꼈습니다. 이번 공연이 남긴 씁쓸함의 정체는 바로 이 '공유된 경험'의 부재에 있습니다.

통신망 증설의 문제도 있습니다. 전 세계 수천만 명의 동시 접속에 대비해 국내 통신 3사는 해저 케이블 용량 증설, 트래픽 우회 설계, 기지국 증설 등 사전 망 정비에 전력을 다했습니다. 전기통신사업법상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가 통신사에 있다는 점을 이용해, 실제 망 용량 증설에 따른 막대한 비용은 오롯이 국내 기업이 떠안았습니다. 넷플릭스는 단 한 푼의 망 이용 대가도 지불하지 않은 채 이 인프라 위에서 독점 중계 수익을 챙겼습니다. BTS 광화문 공연에 대한 그 화려한 수사 뒤에 있는 현실은 시민의 세금과 국내 기업의 비용으로 차려진 밥상의 가장 달콤한 결실을 글로벌 OTT 공룡인 넷플릭스와 하이브가 독식했다는 사실입니다.

비판이론가 테오도르 아도르노(Theodor Ludwig Wiesengrund Adorno)는 문화가 산업의 논리에 포섭될 때 발생하는 위험을 일찍이 경고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문화산업'은 대중의 자발적 향유를 방해하고, 오직 이윤 창출을 위해 규격화된 상품만을 생산합니다. 이번 공연 역시 광화문이라는 민주적 상징성이 넷플릭스의 독점 콘텐츠를 빛내주기 위한 화려한 배경으로 소모되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레이먼드 윌리엄스(Raymond Williams)는 문화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의 방식"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문화는 특출난 상품이기 이전에 우리가 공간을 공유하고 민주적으로 경험하는 과정 그 자체여야 합니다. 국가의 상징적 공간에서 벌어진 공연의 결실이 시민의 일상으로 되돌아오지 않는다면, 진정한 '문화'라 부를 수 있을까요?

하이브의 결단이 필요했다

넷플릭스는 대한민국에서 글로벌 OTT 1위 사업자입니다. 2024년 넷플릭스는 8996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174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그리고 매출액의 0.4%인 법인세 39억 원을 냈습니다. 매출은 9000억에 가까운데 영업이익이 매출액의 1.9% 수준이다 보니 넷플릭스의 몸집에 맞지 않게 법인세가 너무 적습니다.

넷플릭스의 영업이익이 작은 이유는 한국 고객으로부터 받은 구독료 매출액의 80% 이상을 미국 본사에 구독 멤버십 구매 대가 명목으로 지급하기 때문입니다. 9천억의 매출액을 올리는 글로벌 OTT 회사가 40억도 안되는 법인세를 내는데도 국내 방송사들은 꿈도 꾸지 못할 특권적 지위를 누리면서 공적 책임은 회피하는 이 기이한 구조가 나는 불편합니다.

우리는 지금 'K-컬처'라는 화려한 산업적 성공에 취해, 정작 우리가 함께 누려야 할 문화의 공공성을 팔아넘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공연을 돈 주고 보는 것은 정당합니다. 그러나 국가의 상징적 자산과 민간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동원했다면, 그 혜택 역시 공공으로 되돌아오는 최소한의 합의는 전제되어야 합니다.

하이브가 진정으로 뿌리를 찾고자 했다면, 최소한 국내 팬들에게만이라도 1시간의 공연을 무료로 개방하는 결단을 내렸어야 했습니다.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뿌리 찾기는 '반쪽짜리 성공'일 뿐입니다. 자본의 논리에만 매몰된 문화는 더 이상 공동체의 자산이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번 공연이 몹시 불편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굿모닝 충청에도 실립니다. 순천향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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