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대통령 될거야, 당신은…” MB 경악한 정주영 폭탄 발언 [이명박 회고록]

서승욱, 박진석, 김상진, 김기정, 왕준열 2026. 4. 6.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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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회 기로에 서다 」

" 이 회장, 잠시 좀 보지. "
1991년이 저물어가던 어느 날, 그가 나를 불렀다. 용건은 알 만했다. 나는 무거운 걸음으로 그의 사무실에 들어섰다.

" 이 회장…. "
그가 입을 열었다.

" 아직도 결심을 못 했나? "
벌써 여러 번 반복된 질문이었다. 나 역시 같은 답을 한 번 더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 회장님,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
내 답을 들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얼굴이 또 한 번 일그러졌다. 그건 그가 원했던 답이 아니었다. 그 역시 원하는 답이 내 입에서 쉽게 나오지 않을 거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을 거다. 그러나 그는 정주영이었다.

포기를 모르는 그는 내 거절에도 아랑곳없이 끈질기게 설득 작업을 폈다. 그러나 나는 끝내 뜻을 굽히지 않았다. 실랑이에 지쳤던지 마침내 그가 결연한 표정으로 최후통첩을 했다.

" 연말까지 시간을 주겠소. 가부간 결정을 내리시오. "
그 순간 나는 직감했다. 현대를 떠날 때가 됐음을.

현대그룹 재직시절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주영 회장과 중요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 이명박 전 대통령

“내가 정치를 하면 어떨까?”...정주영, 나를 놀라게 하다

그와 나 사이에 줄다리기가 시작된 건 그해 11월이었다. 그때 나는 현대건설 대표이사 회장직을 비롯해 숱한 현대그룹 계열사의 요직을 맡고 있었다.

정 회장은 수시로 나를 불러 중요한 경영 문제를 협의하고 상의했다. 1991년 11월의 그 날도 같은 목적의 무수히 많은 호출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날 내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그가 흥분한 표정으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 이 회장, 내가 도저히 더는 견딜 수가 없어. 어떻게든 핍박을 견디고 버텨보려고 했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1300억원이 뭐야, 1300억원이! "
그는 그 직전 세무당국이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거쳐 현대그룹과 정 회장 일가에 부과한 1361억원의 추징세액을 언급했다. 정 회장은 한참을 격노하며 세무당국, 그리고 배후에 있던 정권의 만행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1년 11월 18일 서울 계동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361억원의 국세청 추징금을 낼 수 없다"며 과세 불복 선언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현대와 노태우 정권의 악연은 뿌리 깊었다. 노태우 정권은 출범 이후 강력한 재벌 규제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현대를 문어발식 확장의 핵심그룹으로 지적하면서 규제의 타깃으로 삼았다.

정 회장도 참지 않았다. 정부 정책에 반발해 비판을 쏟아냈다. 자연스레 정권과 정 회장의 관계는 점점 더 악화했다. 그 결과가 1300억원의 세금 부과였다.

정 회장의 심정을 이해하기에 맞장구를 치던 나를 그가 갑자기 기습했다.

" 세금 내지 말고 차라리 그 돈 갖고 내가 정치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어떻게 생각해? " 깜짝 놀랐다. 재벌 총수가 정치라니. 나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완곡하게 그를 말렸다.

" 회장님. 노태우 정권이 너무 심한 것도 맞고 그것 때문에 화가 많이 나신 것도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재벌 총수가 정치를 하는 게 온당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신중하게 생각해주십시오. "

노태우 대통령이 1991년 12월 14일 청와대에서 정주영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밝은 표정과 달리 당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칼을 갈고 있었다. 중앙포토

정 회장의 표정이 굳었다. 그러더니 “생각 좀 더 해보라”며 나를 돌려보냈다.

나는 불안했다. 그는 단순히 나에게 자신의 정계 진출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게 아니었다. 그건 사실상의 동반 정계 진출 요구이기도 했다.

불안감에 떨며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던 그해 12월의 어느 날 정 회장이 또다시 나를 불렀다. 그리고 폭탄선언을 했다.

" 나는 대통령이 될 거야. "
그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내가 대통령이 되면 말이야. 당신은…. "
정 회장의 다음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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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대통령 될거야, 당신은...” MB 경악한 정주영 폭탄 발언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7558

■ 이명박 회고록 연재를 시작합니다.

또 하나의 대장정이 시작됩니다. 더중앙플러스는 4월 6일 ‘이명박 회고록-나는 더 큰 대한민국을 꿈꿨다’의 문을 본격적으로 엽니다.

지독한 가난 속 풀빵 장사를 하던 소년은 35세에 대기업 사장이 되며 ‘샐러리맨 신화’를 썼습니다. 이어 서울시장으로서 청계천 물길을 열었고, 제17대 대통령에 올라 세계금융위기를 돌파하며 정점에 섰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통해 정주영 회장과의 운명적 만남과 결별,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등 거물 정치인들과 얽힌 비화, 그리고 세계 정상들과 나눈 막전막후의 기록을 생생하게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 전 대통령의 생생한 육성을 접하는 순간, 굴곡진 한국 현대사의 미스터리가 단숨에 명쾌한 해답으로 바뀔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께 동참을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 이명박 단독 인터뷰 전문 공개

「 “인정하자, 보수는 참패했다” 이명박, 13년만에 처음 입 열다 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5706

尹, 수감중인 MB에 한 부탁 “UAE 국왕에게 편지 써달라” ②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5970

“그말 하니까 눈물이 다 나네” MB 울린 ‘한반도 대운하’ 좌절 ③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6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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