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동영 “北 적대성 완화” 이틀 뒤…김정은 “韓 불변의 적”
지난 2월 북한 노동당 9차 대회 기간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측의 적대성이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북한 동향과 상반되는 보고를 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지난해 12월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재외동포청)·통일부 업무보고에 참석해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6/joongang/20260406050155104fenz.jpg)
최근 공개된 2월 24일 국무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정 장관은 국무회의 생중계 직후 비공개 회의에서 “통일부에서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짧게 보고드리겠다”며 2월 19일부터 진행 중이던 북한 노동당 당대회 상황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예고 없이 보고했다. 정 장관은 “이번 당대회 기간 중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5년을 ‘승리적 성과’ 이렇게 포장하면서 대내 문제에 집중했다”며 “당대회를 앞두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적대적 두 국가의 고착화 등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지만,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정세 관리 노력을 통해 일정 정도 북측의 적대성이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 장관은 이어 “윤석열 정권 시기에 북은 당 전원회의를 통해 ‘강대강 정면 승부’ ‘적대적 두 국가’ 등 대남 강경 발언을 공개적으로 쏟아낸 것과 비교하면, 대남·대미 메시지를 자제하면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앞으로 북미 대화 등 전략적 행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며 “결론적으로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와 같이 확고한 자기 중심성을 갖고 대북 정세를 관리하고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장관의 보고에 대해 이 대통령은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문제는 정 장관의 보고가 실제 북한 상황과 180도 달랐다는 점이다. 국무회의 이틀 뒤인 2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총화 보고’에서 “한국을 철저한 적대국, 영원한 적으로 다루어나가려는 우리의 결심과 의지는 강고하며 결론적”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한국을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 같은 거친 표현도 썼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20일 북한 노동당 당대회 제8기 당중앙위원회 사업 총화 보고를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을 “철저한 적대국, 영원한 적”으로 규정했으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나흘 뒤 국무회의에서 “북측의 적대성이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조선중앙통신]](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6/joongang/20260406050156376xsin.jpg)
김 위원장은 이재명 정부에 대해서도 “한국의 현 집권 정권이 겉으로 표방하는 유화적인 태도는 서투른 기만극이고 졸작”이라며 “가장 적대적인 실체인 대한민국과 상론할 일이 전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이와 관련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일부 입장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작은 틈이라도 열어보겠다는 의도였겠지만, 정책은 냉정한 현실 기반에서 추진되어야 한다”며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부터 시작된 북측의 적대 노선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통일부가 이와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았다는 건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의 잘못된 보고 이후 이재명 정부 대외 정책에서 외교 라인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엔(UN) 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 ‘공동제안국’에 참여한 일이다. 당초 정부에선 외교부의 ‘참여론’과 통일부의 ‘불참론’이 맞섰다. 정 장관은 지난달 26일 기자들과 만나 “정부 내에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을 공동제안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북에서는 대표적인 적대시 정책으로 본다. 그걸 감수하고 우리가 밀어붙일 이유가 없다”고 반대했다.
하지만 이틀 뒤인 지난달 28일 외교부는 “북한 주민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간다는 입장 하에 정부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북한인권결의 공동제안국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최근 정 장관의 목소리가 확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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