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이란 전쟁과 ‘한국경제 모델’의 전환 필요성

운임 등 다차원적 공급망 충격
한국 경제, 적기생산 시대에서
변수대비 생산으로 전환할 때
비용최소화 목표에서 안보 우선
전략으로 패러다임 전환 필요
공급망 파악, 에너지 자급률
제고, 비축제도 정비에 나서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다. 중국의 초크포인트가 희토류와 핵심 광물이었다면 이란의 초크포인트는 호르무즈 해협이 됐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의 20~30%, LNG의 20%가 통과한다. 세계 경제의 ‘경동맥’이 막힌 셈이다.
이란 전쟁은 ‘다차원적’ 공급망 충격이라는 점에서 러·우 전쟁 이후 물가 상승 국면과 다르다. 첫째, 유가 충격이다. 전쟁 발발 전 두바이유는 배럴당 72달러였다. 최근 103달러까지 올랐다. 40% 이상 급등했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의하면 국제유가가 10% 오를 때 국내 제조업 평균 생산 비용은 0.71% 오른다. 유가가 40% 오르면 제조업 생산 비용은 약 3% 상승한다.
둘째, 반도체 소재 충격이다. 헬륨 쇼크가 대표적이다. 반도체 웨이퍼 냉각에 필수적인 헬륨은 국내 수입량의 64.7%가 카타르산이다. 카타르는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를 공격받은 이후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이후 헬륨 현물 가격이 2주 만에 100% 급등했다. 반도체 공정의 세정제인 시너·IPA·PGMEA도 나프타 기반 원료라 유가 급등의 영향을 받는다. 프로필렌옥사이드(PO) 가격은 한 달 만에 43% 올랐다.
셋째, 운임과 보험료 충격이다. 유조선 통행량이 70% 이상 감소했다. 원유 운임이 일주일 만에 44% 폭등했다. 해상보험료는 선박 한 척당 25만 달러가 추가됐다. 희망봉 우회를 선택하면 운송 기간이 늘어나고, 비용은 50~80% 상승한다.
이러한 공급망 충격은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다. 더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강제하고 있다. 한국 제조업의 핵심 경쟁력은 JIT(Just-In-Time), 즉 ‘적기 조달 모델’이었다. 재고를 최소화하고 필요한 때 최단 시간에 원자재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비용 효율’이 더 중요했다. 이란 전쟁으로 모델의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기업들은 재고가 바닥날 위험에 처했다. JIT 모델은 지정학적 불안정 속에서 비용 효율이 아닌 생산 중단으로 귀결됐다.
기업들은 JIC(Just-In-Case), 즉 ‘변수 대비 재고 비축’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비용을 더 쓰더라도 공급망의 안정성이 중요해졌다.
정부도 움직이고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효율에서 안보로의 산업 대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대표적 ‘탈원전론자’였던 김성환 기후에너지부 장관도 “원전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장관의 발언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상수로 보고 산업구조 전환과 에너지 전략의 재설계를 강조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특징은 수출-제조업 비중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42%가 수출이고, 약 30%가 제조업이다. 최근 코스피 주가 상승의 주역은 ‘반바지로 조방원’이다. ①반도체 ②바이오 ③2차전‘지’ ④로봇 ⑤조선 ⑥방산 ⑦원자력을 지칭한다. ‘반바지로 조방원’은 코스피 주력이자 동시에 세계 경제에서 ‘한국 경제의 핵심 경쟁력’에 해당한다. 미우나 고우나 한국은 ‘수출-제조업 중심’을 전제로 정책 전략을 짜야 한다.
이 모든 변화는 한 가지로 귀결된다. 기업의 비용 상승과 불확실성 증가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첫째, 공급망 충격 모니터링 체계를 갖춰야 한다. 기업이 겪는 리스크를 실시간 대응하는 상시적 의견수렴 체계가 필요하다. 공급망 충격은 업종마다 양상이 다르다. 반도체는 헬륨, 석유화학은 나프타, 철강은 LNG가 핵심 변수다. 맞춤형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둘째, ‘에너지 자급률’을 올려야 한다. 한국은 에너지의 93%를 수입에 의존한다.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는 것 자체가 ‘에너지 안보’이자 ‘기업 경쟁력’의 핵심 과제다. 그러자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모두에 더 투자해야 한다. 화석연료는 수입선 다변화를 해야 한다. 원자력은 ‘우파 에너지’, 재생에너지는 ‘좌파 에너지’로 취급하는 것은 한가한 논쟁이다.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실용주의’ 노선이 돋보이는 이유다.
셋째, 정부 역시 ‘비축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LNG는 극저온 보관 시설을 만들어도 기화 문제가 있어 장기 보관이 어렵다. 그렇더라도 현재보다는 비축량을 확대하고 인프라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최병천 법무법인세종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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