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땅에서 36시간…미 실종 조종사, 권총 하나로 버텼다
미군이 이란 상공에서 격추된 미군 전투기 F-15E에 탑승했다가 실종됐던 장교를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전투기가 이란 남서부 코길루예·보예르아흐마드주 상공에서 작전 도중 이란군에 의해 격추된 지 약 36시간 만이다.
4일 저녁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 등을 통해 미군 실종 장교 구출 소식이 전해진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우리가 그를 구했다(WE GOT HIM!)”며 “미군은 미 역사상 가장 담대한 수색 및 구조 작전 중 하나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고 밝혔다.
실종됐던 미군 대령이 미군과 이란군 간 치열한 사투 끝에 구출되는 과정은 한 편의 영화 같았다. 미군은 이번 작전에 최정예 특수부대 수백 명과 전투기·헬리콥터 수십 대, 첨단 정보 자산을 총동원했다. 여기에 미 중앙정보국(CIA)의 기만전술까지 결합되며 작전의 정밀성과 기동성이 극대화됐다. 특히 투입된 특수부대에는 2011년 오사마 빈라덴 제거 작전을 수행한 네이비실 ‘팀6’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구출된 장교는 3일 이란군에 의해 격추된 전투기에 탑승하고 있던 두 명 중 한 명이다. 격추 당시 전투기 앞좌석 조종사와 뒷좌석 무기 담당 장교는 추락 도중 비상 탈출했고, 조종사는 몇 시간 만에 구조됐다. 장교는 한동안 행방이 확인되지 않았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란의 한 산악 지대에 고립된 실종 장교는 권총 한 자루에만 의지한 채 24시간 넘게 이란군 추격을 피해 다녔다. 갈라진 바위 틈새에 몸을 숨기며 약 2130m 높이의 언덕을 넘기도 했다고 한다. 구조대와 연락할 통신 장비는 갖춘 상태였지만, 이란군에 포착될 것을 우려해 사용을 자제했다. 퇴역 군인인 마크 매컬리는 CNN에 “장교는 비상 탈출해 부상을 입은 상태인 데다 물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추격자들을 피해 황무지에서 버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역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정예군을 투입하고 실종된 미군을 찾는 사람에게 약 6만 달러(약 9000만원)에 달하는 현상금을 약속하는 등 총력전을 폈다. 이란이 미군 신병을 먼저 확보해 인질로 삼을 경우 향후 미국과의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실종 장교 위치 파악에 먼저 성공한 미군은 장교 은신처 지역에 이란군이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먼저 폭탄을 투하하고 집중 공습을 가했다. 미군이 실종 장교에게 접근하는 과정에선 이란군과의 직접적인 교전이 벌어졌다. 미군은 격렬한 총격전 끝에 실종 장교의 신병을 확보했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군인들을 실어 나를 수송기 2대가 갑작스러운 고장으로 이란의 외딴 기지에 갇혀버린 것이다.
미군 지휘부는 병력을 안전하게 철수시키기 위해 항공기 3대를 새롭게 투입했다. 고장난 2대의 수송기는 이란군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현지에서 폭파했다. CIA는 이란 당국에 혼선을 주기 위해 장교가 이미 구조된 것처럼 가짜 정보를 퍼뜨렸다. 미군 고위 관계자는 “미 특수작전 역사상 가장 까다롭고 복잡한 작전 중 하나였다”고 NYT에 말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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