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코리아] 자율형 AI 시대, 규제가 발목 잡아선 안 된다

최근 인공지능(AI) 산업의 무게 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올해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쇼(CES) 2026과 엔비디아의 기술콘퍼런스(GTC) 2026에서 확인된 흐름은 분명하다. 텍스트 기반 생성형 AI를 넘어,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피지컬 AI’, 그리고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자율형 AI’(에이전틱 AI)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 젠슨 황이 강조한 ‘AI 에이전트 이코노미’는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경제 주체로 기능하는 시대의 도래를 시사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 노동·생산·소비 구조 전반을 재편하는 변화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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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성형 AI 넘어 자율형 AI 본격화
미국·유럽, 혁신 위해 규제 유연화
한국도 경직된 AI 규제 벗어나야
」

이러한 기술 진화는 산업 구조뿐 아니라 정책 환경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과거 AI 정책이 ‘안전’과 ‘책임’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속도’와 ‘경쟁력’이 핵심축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은 규제 완화를 통해 기술 패권 확보에 집중하고 있으며, 유럽 역시 기존 규제 기조를 유지하되 산업 경쟁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한 유연한 적용을 모색하고 있다. AI는 더 이상 하나의 산업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 자산이 되었다. 나아가 AI는 외교·안보·산업 정책이 결합된 복합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지난 1월 AI 기본법을 세계 최초로 전면 시행했다. 그러나 기술 변화 속도가 전례 없이 빨라지는 상황에서, 경직된 사전 규제가 혁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행히 일부 규제에 대해 1년간 적용을 유예하는 조치가 마련되면서 일정 부분 숨통은 트였지만, 규제 부담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는 산업 현장에서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일시적인 규제 유예를 넘어, 근본적인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AI 산업은 ‘정해진 규칙 속 경쟁’이 아니라 ‘규칙을 만들어가며 경쟁하는 단계’에 있다. 이 시기에 과도한 사전 규제는 기업의 실험과 도전을 위축시키고, 결과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이 강점을 보유한 제조 산업에서는 피지컬 AI 도입을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기회가 열리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디스플레이 등에서 축적된 데이터는 글로벌 경쟁에서 중요한 자산이다.
그러나 데이터 활용을 둘러싼 규제 환경은 여전히 제약이 많다. 텍스트·데이터 마이닝 관련 불확실성, 영상 및 생체 정보 활용 제한 등은 AI 학습과 실증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기술 발전 속도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데이터 활용과 보호 사이의 균형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딥페이크와 같은 AI 악용에 대한 우려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기술 자체를 잠재적 위험으로 전제하고 광범위한 책임을 부과하는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 과도한 규제는 기업의 혁신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는 디지털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위험 관리와 혁신 촉진을 동시에 달성하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의 강화가 아니라 ‘규제 방식의 전환’이다. 모든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보다는 일정 범위 내에서 기술 실험을 허용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강화하는 ‘선허용·후규제’ 접근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세이프 하버 체계’를 도입해 기업이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혁신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미 시행된 AI 기본법 역시 고정된 틀이 아니라, 기술 발전과 글로벌 경쟁 환경 변화에 맞춰 지속적으로 보완되어야 한다. 규제는 억제 수단이 아니라 성장 촉진 도구가 되어야 한다.
AI가 현실 세계로 들어오면서 세계는 규제가 아니라 혁신의 속도로 경쟁 중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한국만 경직된 규제에 머문다면 우리 스스로 기회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금은 규제에 묶여 뒤처질 때가 아니라 변화에 맞춰 혁신을 가속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혁신이 숨 쉴 수 있는 정책 환경을 설계해야 할 결정적 시점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명예교수·리셋코리아 AI혁신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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