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태의 타임머신] 근대 올림픽의 출범

피에르 드 쿠베르탱(사진) 남작은 이상주의자였다. 19세기 유럽의 귀족과 식자층이 대체로 그랬듯, 고대 그리스 문화에 대한 동경심을 품고 있기도 했다. 독일 고고학자들이 그리스 올림피아 유적을 발굴하여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고대 올림픽이 현실 속 사건임이 확인되자 쿠베르탱의 열정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1892년부터 사람들을 설득하기 시작해 1894년 그리스의 사업가 디미트리오스 비켈라스와 함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조직하고, 기록과 유적으로만 남아 있던 고대 올림픽을 근대의 스포츠 경기로 부활시켰다. 1896년 4월 6일 아테네에서 제1회 근대 올림픽의 막이 열렸다.
고대 올림픽은 문자 기록으로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체육 행사다. 실제로는 그보다 더 오래전에 시작되었겠지만 여러 기록을 교차 검증해볼 때 기원전 776년 이후 4년마다 행사가 치러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종목은 단 하나, ‘스타디온’이라는 192m 달리기 경주였고 우승자의 이름은 ‘코로이보스’였다. 그 후로 종목이 추가되고 여러 우승자가 나왔다.

왜 이런 기록이 남아 있는 걸까. 올림픽은 제우스를 위한 제전이지만 그 이상의 기능을 하는 행사였다. 고대 그리스인은 수많은 도시국가로 나뉘어 서로 끝없이 반목했다. 올림픽은 설령 전쟁 중이라 해도 창과 방패를 내려놓고 운동 실력을 겨루며 공통의 종교적 뿌리와 문화적 정체성을 확인하는 평화의 축제였던 것이다.
고대 올림픽을 현대에 되살리자던 쿠베르탱의 외침이 호응을 얻은 이유도 그래서였다. 19세기 말 유럽을 지배하던 이상주의와 국제주의가 고고학에 대한 당대인의 관심과 애호를 통해 하나의 형식을 얻은 셈이다. 두 번의 세계대전을 치르는 동안 세 차례 취소되었고 2020년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19 유행으로 한 해 연기되기도 했지만, 스포츠를 통한 평화의 구현이라는 쿠베르탱의 꿈은 여전히 살아 있다.
2028년 제34회 올림픽은 미국의 로스앤젤레스(LA)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부디 그 전까지 동유럽과 중동을 휘감고 있는 전쟁의 먹구름이 걷힐 수 있기를, 맑은 하늘 아래 평화와 우애의 장이 펼쳐질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해본다.
노정태 작가·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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