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는 라인업에 놀랐지만...투구에만 집중했다" KBO 최초 '좌타 도배' 타선 완벽 제압한 보쉴리 [수원 리뷰]

배지헌 기자 2026. 4. 5.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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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KBO 45년 역사상 최초 '전원 좌타' 라인업 파격
-보쉴리, 투심과 체인지업 무기로 6이닝 무실점…시즌 2승째
-KT 좌타자들, 상대 좌완 공략...'합작 완봉승' 완성
케일럽 보쉴리(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더게이트=수원]

우완 투수는 좌타자 상대로 약하다? 좌타자는 좌완 투수에게 약하다? 야구의 오랜 통념 두 가지가 5일 열린 수원 경기에서 보기 좋게 깨졌다. KT 위즈가 삼성 라이온즈 좌타 라인을 완벽하게 봉쇄한 우완 선발 케일럽 보쉴리의 호투에 힘입어 연패를 끊고 시즌 첫 홈경기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에선 KBO리그 사상 최초의 '좌타 도배' 라인업이 선보였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1번부터 9번까지 전원 좌타자로 채우는 파격을 선보였다. 이는 KBO가 확인 가능한 범위에서 리그 역사상 최초의 시도. 주전 가운데 유이한 우타자 이재현과 강민호가 각각 부상과 휴식으로 결장하면서 사상 초유의 전원 좌타 라인업이 탄생했다. 마침 보쉴리가 지난 첫 등판 한화전에서 좌타자에게 11타수 4안타를 허용한 바 있어, 데이터상으로도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였다.
케일럽 보쉴리(사진=KT)

극단적 라인업엔 극단적 피칭으로

그러나 보쉴리는 삼성 좌타자들을 상대로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전원 좌타자를 배치한 극단적인 라인업에 그만큼 극단적인 구종 선택과 로케이션으로 맞섰다. 총 92구 중 77.1%(71구)를 역회전 무브먼트를 형성하는 투심과 체인지업으로 채웠다. 코스도 타자 몸쪽은 버리고 철저하고 집요하게 바깥쪽 구석만 공략했다. 바깥쪽으로 멀리 달아나는 보쉴리의 공에 삼성 좌타자들은 좀처럼 정타를 만들지 못하고 애를 먹었다.

1회를 삼자범퇴로 가뿐하게 시작한 보쉴리는 2회 최형우와 김영웅에게 안타를 맞고 2사 1, 3루 위기를 맞았지만 박세혁을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무실점으로 넘겼다. 3~5회에도 매 이닝 안타 1개씩을 허용했지만 득점권에 주자를 보내지 않았다.

6회가 하이라이트였다. 연속 볼넷으로 내준 무사 1, 2루서 지난해 홈런왕 르윈 디아즈를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디아즈가 힘껏 받아쳤지만 바깥쪽 낮게 완벽하게 제구된 공이라 충분히 힘이 실리지 않았고, 담장 앞에서 잡히는 뜬공 아웃이 됐다.

이어 최형우 타석에선 바깥쪽 꽉 찬 공으로 6-4-3 병살타를 잡아내 이닝을 마쳤다. 최형우는 두 타석 연속 병살타. 이날 6이닝 5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한 보쉴리는 KBO리그 데뷔 이후 11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케일럽 보쉴리(사진=KT)

좌완 공략 앞장선 KT 좌타 라인

KT 타선도 고정관념 파괴에 나섰다. 이날 삼성 좌완 선발 잭 오러클린을 상대로 KT가 기록한 안타 5개 중 4개가 좌타자들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최원준 1안타, 김현수 2안타, 샘 힐리어드가 1안타 1타점을 각각 기록했다. 우타자의 유일한 안타는 2회말 오윤석의 결승 2루타였다. 좌타자가 좌완 앞에서 약하다는 공식은 이날만큼은 통하지 않았다.

3회 힐리어드의 희생플라이로 2대 0리드를 잡은 KT는 끝까지 리드를 지켰다. 오러클린도 6이닝 5피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제 몫을 다했지만, KT 투수진의 피칭이 더 완벽했다. 7회부터 김민수-한승혁-박영현의 필승조가 삼성 타선을 단 1안타로 묶으며 합작 완봉승을 완성했다.

연패를 끊은 KT는 시즌 6승 2패로 공동 2위로 올라섰다. 이강철 KT 감독은 "연패를 끊으려는 선수들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했다. 보쉴리가 투심과 체인지업을 적절히 구사하며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보여준 것이 승리의 발판이 됐다. 불펜 투수들도 필승조다운 활약으로 뒷문을 잘 잠갔다"고 평가했다.

보쉴리는 "9명 전원 좌타자 라인업은 처음 상대해봐서 조금 놀랐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 투구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바깥쪽 일변도 로케이션에 대해서는 "오늘은 바깥쪽 제구가 잘 된 날이었다. 안쪽으로 몇 번 던지려 했는데 잘 안 됐다. 그래서 잘 되는 바깥쪽에 계속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KBO 타자들에 대해 "1번부터 9번까지 쉬어갈 타자가 없는 어려운 타선"이라고 밝힌 보쉴리는 "매 경기 집중해서 던져야 한다는 걸 느끼고 있는데, 그게 오히려 재미있다"고 했다. 이어 11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에 대해서는 "특별한 목표가 있는 건 아니다. 그냥 다음 타자, 다음 아웃 카운트 하나에 집중할 뿐"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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