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총 한자루로 버틴 실종 장교…네이비실·CIA 36시간 구출작전

미군이 이란 상공에서 격추된 미군 전투기 F-15E에 탑승했다가 실종됐던 장교를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3일(현지시간) 이란 남서부 상공에서 작전 도중 이란군에 의해 격추된 지 약 36시간 만이다.
4일 저녁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 등 언론을 통해 미군 실종 장교 1명의 구출 소식이 전해진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영어 대문자를 써 “우리가 그를 구했다(WE GOT HIM!)”고 구조 성공을 확인한 뒤 “지난 몇 시간 동안 미군은 미 역사상 가장 담대한 수색 및 구조 작전 중 하나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고 밝혔다.
대규모 군사작전에 정보전·심리전 합작
실종됐던 미군 대령이 미군과 이란군 간 치열한 사투 끝에 무사히 구출되는 과정은 한 편의 영화 같았다. 미군 최정예 특수부대 수백 명과 최첨단 정보 수집 능력, 여기에 미 중앙정보국(CIA)의 기만전술까지 입체적으로 총동원됐다. 대규모 군사작전에 정보전, 심리전이 동시에 맞물려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던 셈이다.

구출된 장교는 3일 이란군에 의해 격추된 F-15E 전투기에 탑승하고 있었던 미군 두 명 중 한 명이다. 격추 당시 전투기 앞좌석의 조종사와 뒷좌석의 무기 담당 장교는 추락 과정에서 좌석 비상 사출로 탈출에 나섰고, 이 중 조종사는 곧바로 몇 시간 만에 구조됐다. 미군은 수색·구조용 헬기 HH-60G와 연료 공급을 위한 C-130 급유기 등을 동원해 조종사를 구했는데, 나머지 무기 담당 장교는 고립된 상태에서 한동안 행방이 확인되지 않았다.
미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미 특수부대와 공군 전투수색구조 전력이 중심이 돼 적진 깊숙이 침투하며 실종자 구조에 나섰다. 작전엔 최정예 특수부대인 네이비실 '팀6'이 동원됐다고 NYT 등 미국 언론이 전했다. 이 부대는 네이비실 중에서도 최정예팀으로, 2011년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을 성공시킨 바 있다. 미군 블랙호크 헬기가 수색 작업을 지원했다가 지상에서 이란군 대응 사격을 받고 퇴각한 일도 있었다.

━
이란 산악지대서 고립…24시간 넘게 은신
이란의 한 산악 지대에서 고립된 실종 장교는 권총 한 자루에만 의지한 채 24시간 넘게 버티며 이란군 추격을 피했다. 다만 자신을 구조하기 위해 투입될 미군과 연락을 취하기 위해 신호기와 보안 통신 장비는 갖춘 상태였다고 한다.
이 장교를 구하기 위해 미군은 특수부대원 수백 명, 전투기·헬리콥터 수십 대, 그리고 최첨단 사이버·우주 및 기타 정보 수집 능력 등 가용 역량을 총동원한 대규모 수색·구조 작전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제 지시에 따라 미군이 그를 구출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무기로 무장한 수십 대의 항공기를 투입했다”며 “두 번째 구조 작전의 성공을 위태롭게 하고 싶지 않아 이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이란도 미군 생포 총력전…‘수색 경쟁’
이란 역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정예군을 투입하고 실종된 미군을 찾아 넘기는 사람에게 약 6만 달러(약 9000만원)에 달하는 현상금 지급을 약속하는 등 실종 미군 장교를 먼저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을 폈다. 이란이 미군 신병을 먼저 확보해 인질로 삼을 경우 향후 미국과 종전 협상이 본격화하는 국면에서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실종 장교와의 교신 및 위치 파악에 성공한 미군은 장교 은신처 지역에 이란군이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먼저 폭탄을 투하하고 집중 공습을 가했다. 미군이 실종 장교에 접근하는 과정에서는 지근거리에서 이란군과의 직접적인 교전이 벌어졌다.
미, 이란과 교전 끝 신병 확보…수송기 갇혀
미군은 격렬한 총격전 끝에 실종 장교의 신병을 확보했지만 또 하나의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구조 작전에 투입된 특수부대와 공군 병력을 안전한 곳으로 이송하는 데 쓸 예정이었던 수송기 2대가 갑작스런 고장으로 이란의 외딴 기지에 갇혀버린 것이다.
미군 지휘부는 모든 미군 병력과 구조에 성공한 대령을 안전하게 철수시키기 위해 항공기 3대를 새롭게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고장난 채 이란에 갇힌 2대의 수송기는 현지에서 폭파시켰다. 이란군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결정이었다.
CIA는 실종 장교의 정확한 소재지를 파악해 위치 정보를 백악관과 국방부에 공유했다. 또 이란 당국에 혼선을 주기 위한 기만 작전도 폈다. 실종 장교가 이란군 체포를 피해 숨어 지내는 동안 CIA는 이란 내부에 미군이 해당 장교의 은신처를 파악했고 이미 국외로 탈출시키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가짜 정보를 퍼뜨렸다. 이란군 지휘부의 미군 생포 작전에 교란을 일으켜 미군 구조작전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이다.

━
CIA, 이란 내부에 “이미 국외 탈출” 가짜 정보
F-15E 전투기가 격추돼 추락한 지점이 이란 내 반정부 정서가 강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실종 장교가 현지 주민들로부터 몸을 숨길 곳 등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군 고위 관계자는 이번 구조 작전을 두고 “미 특수작전 역사상 가장 까다롭고 복잡한 작전 중 하나였다”고 NYT에 말했다.
구출된 장교와 구조작전에 나선 특수부대원들은 사상자 발생 없이 모두 무사히 귀환했다. 비상탈출 등 과정에서 부상한 장교는 치료를 위해 쿠웨이트로 후송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 댄 케인 합참 의장 등 군 지휘부는 백악관 상황실에서 구조 작전 전 과정을 지켜봤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진 깊숙한 곳에서 두 명의 미군 조종사를 각각 구조한 것은 군사 역사상 처음”이라며 “우리는 결코 미국 전사를 뒤에 남겨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미군 조종사 구조가 미국과 이스라엘 군 당국의 긴밀한 협력의 결과라고 자평했다. 5일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스라엘군 수뇌부와 함께한 전황 평가회의 직후 “이번 작전은 가장 복잡한 순간에도 이스라엘과 미국이 얼마나 긴밀히 공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라고 말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이란 상공에서 격추된 미국 전투기 조종사들을 구조하는 데 이스라엘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이스라엘 국방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수색 및 구조 작전에서 이스라엘의 정보 자산이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년간 감기 안 걸렸다…94세 방사선 교수의 '20분 습관' | 중앙일보
- “이 말” 하면 짝퉁 신점이다…진짜 용한 무당 알아내는 법 | 중앙일보
- "벅벅 긁을수록 뇌 쪼그라든다" 보습제 안 바른 노인의 비극 | 중앙일보
- “장수하려면 성관계 잘해야” 북한 김씨 일가 ‘정력 강화’ 특명 | 중앙일보
- 탐정 한마디에 여교사 입닫았다…"일진 끌고와" 엄마의 복수 | 중앙일보
- "한국 드라마 때문에" 주민들 폭발…일본 '슬램덩크' 동네 무슨 일 | 중앙일보
- "엄마랑 똑같이 생겼네"…K팝 뮤비 깜짝 등장한 '졸리 딸' 무슨 일 | 중앙일보
- 외도로 아이 방임한 엄마에 되레 친권…‘아동탈취’ 논란, 무슨일 | 중앙일보
- RPM 4500 넘자 속도 못냈다…‘급발진 제동장치’ 고령자 반응은 | 중앙일보
- '2+2x2=8’이라고 답한 채연 “영국 논문에 실렸다”…무슨 일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