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크리스마스트리 떼죽음…백두대간 덮친 기후 스트레스

‘크리스마스트리’로 불리는 구상나무 등 백두대간의 고산 침엽수들이 극심한 기후 스트레스를 받아 집단 고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은 5일 식목일을 맞아 ‘백두대간 국립공원 기후위기 침엽수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10년간 백두대간과 국립공원에서 기후위기로 집단 고사한 침엽수의 실태를 모니터링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리산과 한라산을 중심으로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가 빠른 속도로 집단 고사하면서 멸종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중봉과 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해발 1600m 이상 지역에서는 구상나무의 약 80~90%가 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일 지리산을 현장 조사한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이날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반야봉 능선을 따라 구상나무가 10~20그루씩 하얗게 죽어있는 것을 확인했고, 구상나무가 밀집한 단순림 지역일수록 집단 고사가 더욱 극심하게 나타났다”며 “최근 10년 사이에 이런 집단 고사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눈 일찍 녹아 토양 수분 부족…봄철 생장에 문제

전문가들은 구상나무 집단 고사의 주요 원인을 기후변화에 따른 복합적인 스트레스로 보고 있다. 2000년대 이후부터 주요 아고산대 지역에서 겨울철 적설량이 급격히 감소한 데다가 고온 현상까지 겹치면서 구상나무가 생장을 시작하는 봄철에 토양 수분이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태풍 등 극한기상의 강도가 세진 것도 집단 고사 피해를 키웠다.

구상나무뿐 아니라 집단 고사가 확인된 한반도의 고산 침엽수들은 공통으로 두 가지 공간적인 특징을 보였다. 수평적으로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수직적으로는 고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고사 피해가 확산됐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구상나무, 분비나무 등은 산 정상부에 제한적으로 분포하는 ‘섬형 서식지’를 형성하고 있어서 기후 조건이 악화되더라도 회피가 불가능하다”며 “정상부에서 시작된 고사가 빠르게 개체군 전체 붕괴로 이어지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산사태 등 2차 피해 우려도…“멸종위기종 지정해야”

서 전문위원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구상나무를 국제적색목록 ‘위기(EN)’ 등급으로 상향할 정도로 경고를 울린 반면, 국내에서는 잔존 개체가 있다는 이유로 여전히 ‘관찰종’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구상나무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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