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문” 경고한 트럼프 보란 듯...‘홍해’도 틀어막겠다는 이란

이승호 2026. 4. 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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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백악관 크로스홀에서 이란 전쟁 관련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옥문’ 경고에도 이란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호르무즈해협에 이어 홍해 봉쇄를 시사하며 미국인들이 수십년간 유가 상승으로 고통받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4일(현지시간) X(옛 트위터)에 “전 세계 석유, LNG(액화천연가스), 밀, 쌀, 비료의 수송량 가운데 바브엘만데브해협을 통과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나? 해협을 통과하는 물동량이 가장 많은 나라와 회사는 어디인가?”라고 적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4일(현지시간) X(옛 트위터)에 “전 세계 석유, LNG(액화천연가스), 밀, 쌀, 비료의 수송량 가운데 바브엘만데브해협을 통과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나? 해협을 통과하는 물동량이 가장 많은 나라와 회사는 어디인가?”라고 적었다. 사진 갈리바프 X 캡처

예멘과 지부티 사이에 위치한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아덴만에서 홍해를 거쳐 수에즈 운하로 향하는 유일한 길목이다. 가장 좁은 폭(32㎞)이 호르무즈해협(34㎞)보다 짧아 통행 선박이 공격 표적이 되기 쉽다.

호르무즈 및 바브엘만데브 해협 그래픽 이미지.

갈리바프의 발언은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데 이어 바브엘만데브해협을 막아 세계 원유 생산량의 10%,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25%가 지나는 홍해를 봉쇄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예멘의 친이란 무장 정파 후티 반군도 최근 전쟁 상황에 따라 바브엘만데브해협 봉쇄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5일(현지시간) X(옛 트위터)에 “실전을 겪은 장군들은 미국인의 생명을 이스라엘의 환상에 팔아넘기는 TV 진행자의 ‘예스맨’이 되기를 거부하고 있다. 이것이 단기적인 대가”라며 “장기적 비용은? 미국 납세자들이 앞으로 수십 년도 동안 주유소에서 그 대가를 치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유산”이라고 적었다. 사진 갈리바프 X 캡처

갈리바프는 5일에도 “실전을 겪은 장군들은 미국인의 생명을 이스라엘의 환상에 팔아넘기는 TV 진행자의 ‘예스맨’이 되기를 거부하고 있다. 이것이 단기적인 대가”라며 “장기적 비용은? 미국 납세자들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주유소에서 그 대가를 치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유산”이라고 적었다. 방송인 출신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랜디 조지 육군 참모총장을 경질한 것을 조롱하고, 미국의 유가 상승을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9일(현지시간) 그리스 선사 소유의 라이베리아 화물선 ‘이터니티 C’가 홍해에서 후티의 공격을 받고 침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갈리바프의 메시지엔 트럼프가 경고대로 에너지 시설 공격 등 ‘초토화’에 나설 경우 이란 역시 강력한 보복에 나서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4일 트루스소셜에 “내가 이란에 (미국의 종전 요구안에) 합의하거나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하기까지 열흘을 줬던 때를 기억하라”며 “시간이 많지 않다. 그들에게 지옥문이 열릴 때까지 48시간 남았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최근 이란과의 합의 ‘데드라인’을 6일로 연장한 바 있다.

이란은 국적 등에 따라 호르무즈해협에서 선박을 선별적으로 통과시킬 뜻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정규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의 에브라힘 졸파가리 대변인은 4일 IRNA 통신을 통해 아랍어로 “형제국 이라크는 우리가 호르무즈 해협에 부과한 어떤 제약에서도 제외된다. 이들 제약은 적국에만 적용된다”고 말했다.

이란은 또 생필품이나 가축 사료 등 인도주의적 물품을 싣고 이란 항구로 향하거나 오만만에 있는 선박은 호르무즈해협 통과를 허용했다고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이 전했다.

지난달 11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태국 화물선 ‘마유리 나리’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 화염에 휩싸여 있다. EPA=연합뉴스

하지만 이란의 이런 발표에도 선박들이 호르무즈 해협 진입을 시도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정부가 내세우는 통행 허가의 기준이 무엇이냐에 대한 의문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라크 선박에 통과 허용과 관련해 “이라크산 석유를 운송하는 경우에도 적용되는지 이라크 선적 유조선에만 적용된다는 것인지 등이 불분명하다”며 “(해당 방침의) 실효성은 해운회사들이 해협에 진입하는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에 달렸다”고 전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도 생필품 관련 선박 통과 허용과 관련해서 “페르시아만에 고립된 선박 중 인도주의적 화물을 수송하는 경우 해협을 통과해 페르시아만을 벗어나는 것이 허용되는지에 관해서는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기준과 상관없이 해협을 통과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3일 프랑스 선주 소유 컨테이너선 ‘CMA CGM 크리비’호가 서유럽과 연관된 선박으로서는 처음으로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했다. 일본 해운사 ‘상선미쓰이’ 관련 선박 2척도 각각 3일과 4일 해협을 통과했다. 결국 이란은 자신들의 자의적 기준에 의해 통행을 허가하며 장기적으로 호르무즈해협 장악력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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