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묵은 찻잎으로 우린 차, 진한 카카오향을 기대했는데
바쁜 일상 속, 차 한 잔으로 일상에 쉼표를 찍습니다. 차 한 잔을 마시며 24절기와 동양화를 오가며 흐르는 시간의 아름다움을 기록합니다. <기자말>
[노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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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서 마감 끝내고 나도 벚꽃 꽃그늘 아래를 거닐고 싶다. |
| ⓒ 노시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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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팡팡팡 시원하게 터지는 벚꽃이 아름다운 봄날. |
| ⓒ 노시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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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직 만개하기 전에 만난 벚꽃. 꿀벌이 열심히 꽃가루를 모으고 있다. |
| ⓒ 노시은 |
하지만 프리랜서 작가의 현실은 언제나 냉혹합니다. 얇은 지갑을 털어 최고급은 수십만 원을 호가한다는 금값의 명전차를 선뜻 들이기는 어려운 일이죠. 분명 명전차를 들였을 차 친구네 집에 놀러 갈 시간조차 없음을 아쉬워하며, 오늘만은 특별한 차를 마시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백차(白茶)들만 따로 모아 익히고 있는 저만의 '보물창고'를 열기로 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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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명에 대해 알고 싶어 책을 펼치고 (요즘은 AI 덕분에 중국어로 된 책도 읽을 수 있다!) 찻자리를 준비한다. |
| ⓒ 노시은 |
솜털이 보송보송한 은빛 찻잎들이 세월의 색을 입고 다소곳이 저를 맞이하더군요. 비싼 명전차 한 줌 못 구해 허덕일 줄 알고 미래를 내다본 17년 전의 제가 시공간을 초월해 남겨둔 구호물자가 틀림없었습니다. '과거의 나, 아주 격하게 많이 칭찬해!'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17년 전 차를 먹어도 될까, 염려하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오래 보관해도 되는 차들이 있습니다. 녹차나 오일을 사용해서 블렌딩한 차들은 오래 보관하면 산폐+쩐내가 나지만 백차, 보이차, 홍차, 일부 우롱차들은 오래 보관하며 마십니다. 우롱차 중에서도 사실 초록빛 청향 아이들은 되도록 빨리 마시는 게 좋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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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년이나 지난 백호은침은 더 이상 푸릇하지 않고 농익은 붉은 갈색으로 변했다. |
| ⓒ 노시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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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 사랑스러운 백호은침. 세월이 지나 찻잎 색깔이 변해도 복정백호은침 특유의 회백색 털의 색깔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
| ⓒ 노시은 |
뜨거운 물을 붓자 가을 산의 마른 낙엽 냄새 같기도 하고, 은은한 한약재 같기도 한 묵직하고 달큰한 향이 피어오릅니다. 사실 17년이나 묵었으니 당연히 진한 카카오 향이 날 거라 예상했는데요, 막상 찻물을 입에 머금으니 예상과는 다른 반전의 맛이 느껴졌습니다.
카카오보다는 오히려 농밀한 감칠맛과 깊은 단맛이 혀를 부드럽게 감싸더군요. 이는 백차 특유의 테아닌(Theanine) 성분이 세월을 만나 응축된 덕분입니다. 쓴맛을 중화하고 신경을 이완시키는 테아닌 덕분에 마감의 압박으로 곤두섰던 신경이 기분 좋게 풀립니다.
호박색으로 짙게 우러난 찻물을 흑유잔에 쪼르르 따릅니다. 문득 백차는 오래될수록 플라보노이드(Flavonoid) 성분이 늘어난다는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항염과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플라보노이드가 17년 동안 찻잎 속에서 차곡차곡 쌓여, 마감에 지친 제 몸의 피로를 씻어내 주는 든든한 보약이 되어주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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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안의 명물 빵집에서 공수해온 돌가마 만주. 투박스럽게 생겼지만 놀랍게 맛있다. |
| ⓒ 노시은 |
따뜻한 찻물이 혈관을 타고 돌고 돌가마 만주가 위장을 채우자, 신기하게도 뻣뻣했던 어깨가 펴지고 몸이 가벼워집니다. 특히 오래된 백차에 들어있다는 테아크린(Theacrine) 성분의 진정 효과 덕분일까요?
카페인의 자극과는 반대로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며 마감 때문에 심란했던 마음에 평온함이 찾아옵니다. 굴속에 웅크려 있던 들쥐가 맑은 봄기운에 취해 깃털 달린 새가 되어 뿅 하고 날아오르는 마법의 시간이 딱 이렇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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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막 벛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던 보름달이 뜬 봄날의 밤. |
| ⓒ 노시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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