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터 예약 전쟁"…1200만원 돌잔치 '팔선고시'[럭셔리월드]
하루 4팀 제한 '오픈런' 경쟁
전화 수백 통도 기본
최소 200만~최대 1200만원
반입료·스냅 비용까지 '숨은 지출'

"예약 시작 시간 맞춰 가족들까지 다 동원했는데도 실패했어요. 다음 달에 다시 도전하려고요."
서울에 거주하는 한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5성급 호텔 돌잔치 예약에 도전했다가 번번이 실패했다. 원하는 날짜와 시간대를 잡기 위해 여러 명이 동시에 접속하거나 전화를 걸어야 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는 설명이다.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수 천만원을 호가할 정도이지만 호텔 돌잔치를 둘러싼 '예약 전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주요 호텔들은 행사일 기준 2~3개월 전 특정 시점에 예약을 오픈하는데, 주말과 같이 인기 시간대는 오픈과 동시에 마감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호텔업계는 주요 식음업장의 가격을 매년 20~30%씩 인상하는데,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일 정도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돌잔치는 보통 임신 중이거나 출산 직후부터 예약 문의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주말 인기 시간대는 예약 오픈과 동시에 마감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5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신라호텔 중식당 '팔선'은 하루 4팀만 예약을 받는다. 별실인 '샤론'과 '셀비아'에서 진행되며, 이용 금액은 주중 기준 각각 330만원, 290만원 수준, 주말과 공휴일에는 450만원, 375만원까지 올라간다. 한정된 좌석과 높은 수요로 예약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인기 시간대인 주말의 경우 예약 오픈 후 5분도 채 되지 않아 마감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신라호텔의 경우 영빈관에서 돌 사진 촬영이 가능해 돌잔치를 준비하는 엄마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아 예약이 더욱 치열하다. 이 때문에 신라호텔 팔선 돌잔치 예약을 두고 '팔선고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다른 호텔들도 비슷하다. 롯데호텔 서울 '도림'은 행사 약 3개월 전 예약을 시작하며 최소 이용금액은 200만~300만원 수준이다. 돌상과 스냅 촬영은 외부 업체를 이용해야 하지만 반입 비용은 별도로 발생하지 않는다.

웨스틴조선 서울 '홍연'은 두 달 전 매월 1일 오전 9시 전화 예약으로만 진행된다. 우롱룸은 최소 170만원, 자스민룸은 260만원 수준이며 돌상 연출은 별도 제휴 없이도 추가 비용 없이 준비할 수 있다.
롯데호텔과 웨스틴조선의 경우 돌상 반입비 등 추가 비용이 없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인기가 높다. 웨스틴조선의 경우 환구단을 배경으로 돌 스냅 촬영이 가능해 선호도가 높다.

초고가 호텔로 갈수록 비용과 조건은 더욱 높아진다. 시그니엘 서울 '비채나'는 룸 이용 시 점심 300만원, 저녁 380만원 이상의 최소 금액이 적용된다. 저녁 비용의 경우 올해 3월을 기점으로 20만원 인상됐다. 별도 대관 시에는 점심 800만원, 저녁 1200만원까지 올라간다. 외부 돌상이나 연출을 진행할 경우 40만원의 반입료가 발생하고, 스냅 촬영에도 10만원이 추가된다.
패키지형 상품도 등장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식사와 케이크, 돌상, 사회자 등을 포함한 상품을 소규모 500만원, 대규모 1000만원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다.
호텔 이용료 외에도 추가 비용이 적지 않다. 돌상 연출, 헤어·메이크업, 의상 대여, 스냅 촬영, 답례품 등을 더하면 전체 비용은 700만~800만원 수준에 형성된다.
이처럼 가격 부담이 크지만 호텔 돌잔치 예약 전쟁은 저출생과 맞물린 '스몰 럭셔리' 선호 현상으로 풀이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출생아 수는 25만4500명으로 확인됐다. 전년(2024년) 23만8000명 대비 소폭 늘어났지만 여전히 OECD 국가 평균 합계출산율(2024년 기준 1.4명)의 절반 수준(같은기간 한국 0.78명)에 불과하다. 저출산으로 한 자녀에게 지출을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첫 생일을 특별하게 기념하려는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수요 확대는 호텔 업계에서도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했다. 통상 호텔 예식은 성수기와 비성수기에 따라 수요 변동이 크고, 비용 또한 억대에 달해 접근성이 제한적인 반면 돌잔치는 상대적으로 소규모 행사로 운영 효율이 높다. 일정 단위로 회전율을 높일 수 있는 데다 식음(F&B) 매출과 연계된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어, 호텔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캐시카우'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호텔업계는 돌잔치 전용 패키지를 출시하거나 예약 시스템을 별도로 운영하는 등 상품화를 강화하는 추세다.
소비자들도 호텔 돌잔치는 합리적인 선택지로 인식하고 있다. 억대 비용이 드는 호텔 예식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도 5성급 호텔의 공간과 서비스, 연출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 단위 소규모 행사로 진행되는 만큼 프라이빗한 분위기 속에서 '럭셔리 경험'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결혼식 대신 돌잔치에서 프리미엄 소비가 집중되는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호텔업계 관계자는 "결혼식은 비용 부담이 크고 일정 제약도 많지만, 돌잔치는 소규모로 운영되면서도 호텔 경험을 할 수 있어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호텔 입장에서도 객실과 식음 매출을 함께 올릴 수 있어 중요한 수익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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