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잡아야할 사람이…한은 총재 후보자 수십억 외화자산 논란

박세환 2026. 4. 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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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 재산 82억 신고
강남·종로·미국 3주택…“두 채 곧 처분”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31일 서울 중구 한화금융플라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의 신고 재산 중 절반 이상이 외화 자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이 오를수록 원화 기준 재산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여서, 환율을 담당하는 차기 한은 총재로서 적절한 자산 포트폴리오인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앞서 신 후보자는 지난달 31일 중동 사태 이후 급등한 원·달러 환율에 대해 “환율 레벨(수준) 자체는 이제 큰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고환율을 금융 불안정이나 위기 상황과 연결시킬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5일 신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재산신고 내역에 따르면 신 후보자 본인과 배우자, 장남이 보유한 재산은 총 82억4102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해외 금융자산과 해외 부동산은 45억7472만원으로 전체의 55.5%를 차지했다.

국내 재산으로는 서울 강남구 아파트 15억900만원, 종로구 오피스텔 18억원이 포함됐다. 이를 제외하면 나머지 재산 대부분은 해외에 분산된 금융자산으로 채워져 있었다.

신 후보자는 미국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신용조합, 스위스 투자은행, 스페인 은행 등에 총 20억3654만원 상당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다. 예금은 달러화, 파운드화, 유로화, 스위스프랑 등 외화로 예치됐다. 여기에 15만파운드(원화로 3억208만원) 상당의 영국 국채도 신고했다.

배우자 한모 씨의 재산도 상당 부분 해외에 묶여 있었다. 한 씨는 미국 국적으로, 미 일리노이주 노스웨스턴대 인근에 2억8494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부동산은 해당 대학 대학원을 다닌 장녀와 절반씩 지분을 나눠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결혼한 장녀는 이번 재산공개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배우자의 예금 18억5692만원 가운데 대부분인 18억4015만원도 해외 금융회사에 예치된 외화 예금이었다. 영국 국적인 장남 역시 8239만원 규모의 외화 예금과 2861만원 상당의 해외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런 자산 구성이 환율 변동에 따라 원화 기준 재산 평가액을 크게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외화 자산은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환율이 오를수록 원화 환산액이 불어난다. 외환시장 안정을 책임질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이런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신고 시점 이후 환율이 오르면서 신 후보자 측 재산의 원화 평가액도 단기간에 커진 것으로 추산된다. 신 후보자와 가족의 해외 금융자산 및 부동산은 지난달 20일 매매기준율을 적용해 원화로 환산됐는데, 이후 중동 정세 악화 등의 영향으로 환율이 급등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0일 1499.7원에서 지난 1일 1530.5원까지 올랐다가, 3일에는 1518.8원으로 소폭 내려왔다. 불과 열흘 남짓한 사이 2% 넘게 뛴 셈이다. 이 기간 신 후보자의 외화 자산 원화 평가액도 한때 1억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신 후보자의 자산 구성이 전적으로 이례적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그는 1982년 병역을 마친 뒤 영국 대학에 진학했고, 이후 40년 넘게 해외에서 생활해왔다. 장기간 해외 거주 이력을 감안하면 외화 자산 비중이 높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뿐 아니라 외환시장 안정에도 상당한 책임을 지는 자리다. 원화 약세가 곧바로 개인 재산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자산 구조를 임기 중에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이해충돌 논란을 피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외환당국의 또 다른 축인 옛 기획재정부 수장이던 최상목 전 장관은 지난해 3월 재산공개에서 약 2억원 규모의 미국 국채 투자 사실이 드러나며 ‘강달러에 베팅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최 전 장관은 해당 자산을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야권은 이를 두고 “심각한 범죄” “명백한 배임”이라고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역대 한국은행 총재들과 비교해도 신 후보자의 외화 자산 비중은 이례적인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 국제통으로 꼽히는 이창용 현 총재의 경우 전체 재산 54억5260만원 가운데 외화 자산은 본인과 가족의 해외 계좌 예금 3억72만원으로, 비중은 5.5%에 그쳤다.

이달 중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신 후보자의 외화 자산 비중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핵심 쟁점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신 후보자는 다주택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신 후보자는 본인 명의로 15억900만원 상당의 서울 강남구 언주로 동현아파트(84.92㎡)를 신고했다. 2014년 7월에 매수한 아파트다.

아울러 부부 공동 명의로 18억원 상당의 종로구 신문로 디팰리스 오피스텔(198.108㎡)을 보유하고 있었다. 오피스텔은 2024년 7월 매수했다.

신 후보자는 배우자 명의로 2억8494만원 상당의 미국 일리노이주 소재 아파트도 갖고 있었다. 서울 강남과 종로 뿐 아니라 미국에도 부동산을 보유한 다주택자인 셈이다. 다만 한은에 따르면 신 후보자는 국내 오피스텔을 매물로 내놓았고, 미국 아파트도 정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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