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시골학교 하나로 합쳤다…'전국 첫 실험' 군위초 가보니

백경서 2026. 4. 5. 08: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군위군의 거점초교인 군위초교에서 만난 김민준(11)군. 김군은 지난해 3월 군위 의흥초에서 군위초로 전학왔다. 대구=백경서기자

“아침에 눈 뜨자마자 친구 만날 생각에 신이 나요. 통학 택시 아저씨가 매일 산속까지 데리러 와주세요.”

지난달 31일 오전 대구 군위군 군위초교에서 만난 5학년 김민준(11)군의 말이다. 김군은 군위 화산마을에 산다. 해발 700m 고지대에 집이 있어 ‘산속에 산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김군은 동생(9)과 함께 지난해 3월 의흥초에서 군위초로 전학을 왔다. 전교생이 19명인 의흥초에 다닐 때는 아침에 아버지가 차로 20분가량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 통학 버스까지 데려다주면 버스를 타고 15분 더 가서 학교에 도착했다고 한다. 지금은 교육청에서 마련해준 통학 택시가 집 앞까지 온다. 편도 45분이 소요된다.

김군은 “등하교도 편하고 친구가 많아져서 좋다”며 “체육 수업을 가장 좋아하고, 토론하는 게 즐겁다”고 웃었다.

지난달 31일 군위초 전경. 아이들이 쉬는 시간 원반던지기를 하고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군위초교는 군위 지역의 거점 초교다. 지난달 기준 전교생은 254명이다. 2023년 7월 군위군이 경북에서 대구로 편입되자, 대구교육청은 1년 뒤인 2024년 7월 군위 내 소규모 학교들을 합쳐 1개 초·중·고로 모으는 거점학교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국 첫 시도다.

강은희 대구교육감은 “군위 편입 후 학교를 둘러봤는데 학생 수가 모자라 아이들이 제대로 된 체육 활동도 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며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과 올바른 교과과정 이수를 위해서라도 합치는 게 맞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교육감은 “지난 20~30년간 작은 학교 살리기를 해왔지만 대부분 실패했다”며 “선생님들의 노력과는 별개로 시스템의 한계가 너무나 극명하다”고 말했다.


소멸위기 군위 주민들 “작은 학교 살려야지” 반발


지난해 9월 6일 오후 군위군민회관에서 열린 '더 좋은 교육으로 더 나은 군위 교육' 학부모 설명회. '군위 작은 학교 살리기 공동대책위원회' 등이 통학 구역 조정을 조정을 철회하라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서지원 기자
하지만 군위 주민들은 크게 반발했다. 작은 학교를 살려 인구감소 위기를 극복하자는 정책이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상황에서 교육청이 이와 정반대되는 정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군위 작은 학교 살리기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농촌 지역 소규모 학교를 없애면 지역 인프라 붕괴, 양극화로 이어진다”며 “군위군 면적이 대구시 면적의 41%인데 어떻게 초·중·고 1개교씩만 운영할 것인가”라고 반발했다.

그러자 대구교육청은 거점학교로 가더라도 학생들이 최단거리·최소시간으로 무료 통학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대구교육청은 지역택시조합과 손잡고 아이들의 통학 택시·버스를 지원했다. 군위군과 연계해 아이들이 하교 후 지역아동센터로 가서 지내다 저녁까지 먹고 집에 가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또 4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거점학교에 집중시켜 군위초·중, 급식실 등을 새로 짓고, 기숙사 리모델링 등 시설을 현대화했다. 대구교육청이 추진해온 IB(국제바칼로레아) 교육 과정도 군위군 관내 유치원·초·중·고 전체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거점학교를 통해 IB 교육을 유치원에서부터 고교 졸업 때까지 연이어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런 내용으로 학부모 설명회를 수차례 열어 설득한 결과 2024년 11월 우보초 전교생 4명이 처음으로 군위초로 전학왔다. 김봉수 군위초 교장은 “아이들이 처음으로 전학 오던 날 얼마나 떨리던지 잊을 수가 없다”며 “아이 4명이 통학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친구들이 뛰어와서 팔짱을 끼고 함께 웃는 모습을 보고 안심했다”고 말했다.

군위초중고 거점학교 정책. [자료제공=대구광역시교육청]

먼저 전학 온 학생들이 잘 적응한다는 소식에 다른 학부모들도 마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편입 전 군위에는 군위초를 포함해 8개 초교, 5개 중학교, 1개 고교가 있었다. 현재 7개 소규모 초교에서 군위초로 전학을 왔지만, 6학년으로 졸업을 앞뒀거나 기존 학교와 집이 가까운 일부 학생들은 분교에 남아있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군위 지역에는 군위초·중·고 거점학교 각 1개씩과 부계초·중(특성화학교), 올해 신입생이 없는 2개 초등분교, 1개 중등분교가 남아있다.

김 교장은 “얼마 전 학부모 참관 수업이 끝난 뒤 학부모들이 찾아와 ‘아이가 밝아지고 의사 표현도 늘어 감사하다’고 했다”며 “앞으로도 아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모든 교사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에서 전학 온 전교 2등 “교육 환경 우수”


지난달 31일 군위군의 거점고교인 군위고에서 만난 2학년 이유승(17)군. 이군은 인천에서 군위고로 전학왔다. 대구=백경서 기자
거점학교를 육성하면서 덩달아 군위 지역 교육열도 오르고 있다. 군위고는 거점학교 조성 1년 6개월 만인 2026학년도 입시에서 의약학 계열 합격생 3명을 배출했다. 고3 재학생 88명 중 경북대 합격자 13명을 포함해 한국교원대·대구교대 등 지방 거점 국립대와 교대만 27명이 합격했다.

대입성과가 두드러지면서 대구 도심에서 온 입학생도 늘었다. 지난해엔 9명이, 올해는 39명이 도심에서 왔다. 인천에서 전학 온 학생도 있다. 군위고 2학년 이유승(18)군이 주인공이다. 이군은 인천에서 고교 1학년까지 전교 2등을 할 정도의 우수한 학생으로 2학년 올라오면서 군위고 전학을 택했다. 중학교 때부터 6년간 지역에서 살아야 지역인재전형에 지원할 수 있기에 대학 입시에 유리한 점이 없는 데도 군위고로 온 것이다.

이군은 “우수한 교사와 IB 교육 환경, 그리고 신식 기숙사 시설과 스터디 카페 등까지 꼼꼼히 고려했다”며 “인천에 계시는 아버지도 제 뜻을 존중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군은 “주변이 조용해 공부에 도움이 되고 대구에 계시는 어머니와도 가깝다.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다”고 덧붙였다. 임호인 군위고 교감은 “우수한 학생들이 모이면서 학습 분위기도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은희 대구교육감은 “군위의 변화는 단순한 학교 통폐합이 아니라, 배움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교육 혁신의 과정”이라며 “지속적인 교육환경 개선을 통해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군위=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