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엘리트 외교관, 노가다 뛴다…한국 망명 뒤 깨달은 진실
" 처음에 실감이 안 났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눈뜨면 이곳이 북한이라고 착각하는 거죠. 어떤 날은 아침에 ‘이대로 깨어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
한진명(50)씨는 북한 최고 엘리트 코스로 불리는 평양외국어학원과 김일성종합대학 졸업 후 북한 외교관으로 일했다. 출신 성분을 봐도 북한에서 미래가 보장된 선택받은 부류에 속했다. 하지만 그는 2014년 대한민국으로 망명했다. 그리고 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그는 매일 새벽 서울의 한 건설 현장에 일용직으로 출근 중이다. 북한 최고의 어학 인재는 왜 자신의 재능을 뒤로하고 대한민국에서 힘든 길을 걷고 있을까.
“하루하루가 고달프지 않으냐”는 물음에 그는 “차라리 몸이 힘든 게 낫다”고 했다. 그간 몸보다 마음이 힘들었다는 토로였다. 지난 시간, 그는 어떤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그 고통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어릴 적부터 그가 품어온 엘리트의 자존심과 외교관이란 명예가 대한민국 사회 적응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걸까.
자신의 정체성을 “북한 땅에서 태어난 대한민국 국민”으로 규정한 한 전 서기관이 망명을 감행한 건 2013년 벌어진 ‘장성택 숙청’ 때문이었다. 북한 최고 권력자 간 권력 투쟁은 왜 젊은 외교관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던 걸까. 인터뷰에서 그는 장성택 처형 이후 베트남 대사관에서 겪은 숨 막히는 위협의 순간들을 상세히 털어놨다. 북한에선 외교관 체포를 위해 ‘주사’와 ‘석고’를 활용했다는데, 어떤 방식이었을까. 이 밖에 한 전 서기관은 북한 외교관 활동의 실상은 무엇인지, 그가 바라본 한국 사회 민낯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자세히 풀어냈다.

Q : 장성택과 어떤 관련이 있었나.
삼촌이 예술인을 육성하는 금성학원 교장이었다. 장성택과 연관이 깊은 학교다. 삼촌은 이미 그 전에 돌아가셨지만, 북한은 그런 엄중한 사건이 발생하면 주변을 샅샅이 파헤친다.
Q : 해외 나온 외교관을 어떻게 파헤치나.
장성택 사건 발생 후 북한에선 국가안전보위성 요원을 대륙별로 두 명씩 파견 보냈다. 당시 장성택 연줄은 굉장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연관됐다. 다른 대사관에서도 관련자를 몽땅 잡아갔다. 외무성 전체가 경직됐다. 그리고 얼마 뒤 보위부가 베트남 대사관에 왔다. “자아 비판서 쓰라” “누구도 못 보게 어느 곳에 갖다 넣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Q : 당시 본국 소환 통보를 받았나.
‘들어오라’는 사인이 왔다. 2015년 1월 송환 예정이었다.
Q : 어떤 낌새가 있었나.
대사관 업무에서 살짝 배제되고, 어딘지 모르게 대사관 인원들이 내게 친절해지고, 상냥해지고, 배려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게 뭐지?’ 싶었다. 그때 한 동료가 “(상황이) 좀 그렇다, 그런데 내가 죽을까 봐 도와주지 못하겠다”고 언질을 줬다. 그래서 “아···!” 하고···.
(계속)
2014년 12월 27일, 망명의 밤은 길고 길었다. 그는 어떻게 베트남을 탈출해 한국에 도착했을까. 한진명 전 북한 외교관의 인터뷰는 아래 링크에서 이어집니다.
1. 북한 어학 엘리트, 왜 12세가 중요했나
2. 탈북 진짜 이유...‘자유’ 때문 아니다
3. “상황이 좀 그래” 장성택 처형의 나비효과
4. 북한 엘리트 외교관이 마주한 한국의 민낯
☞ 北 엘리트 외교관, 노가다 뛴다…한국 망명 뒤 깨달은 진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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