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V토크] '로컬룰'이 논란 만든 남자배구 챔피언결정전

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 5세트 13-12로 앞선 현대캐피탈 레오가 때린 스파이크가 대한항공 미들블로커 호세 마쏘의 손에 맞고 라인에 걸치면서 떨어졌다. 심판은 아웃을 선언해 현대캐피탈이 14-12로 앞섰다. 대한항공 벤치는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고, 결과는 번복됐다. 이후 레오의 퀵오픈 공격으로 다시 현대캐피탈은 14-13으로 앞섰고, 레오의 스파이크 서브가 대한항공 코트에 떨어졌다. 주심의 판정은 아웃. 현대캐피탈도 곧바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으나 이번엔 번복되지 않았다.
현대캐피탈의 세트스코어 3-2 승리로 끝날 뻔한 경기는 듀스로 속개됐고, 대한항공이 18-16으로 이겼다. 대한항공은 챔프전 1차전에 이어 2차전까지 잡으면서 우승에 가까워졌다. 현대캐피탈 벤치는 곧바로 강하게 항의했다. 필립 블랑 감독은 경기 뒤 인사를 하는 헤난 달 조토 대한항공 감독에게 "스틸(훔치다)"이란 단어까지 썼다.
현대캐피탈은 이의 제기하는 공문을 한국배구연맹(KOVO)에 접수하기로 했고, KOVO는 5일 오전 회의를 열어 정심 또는 오심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린 후 현대캐피탈에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V리그에선 이른바 '로컬 룰'이 적용된다. 프로야구와 달리 자체적인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없어 방송사 화면을 기준으로 한다. 다만 경기장마다 카메라 위치나 각도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라인 인/아웃의 경우 암묵적으로 공이 가장 많이 바닥에 닿았을 때 공 옆면이 화면상 보이는 라인 전체를 가릴 때만 '인'으로 판독해왔다. 중계 화면을 보면 레오의 서브(위 사진)가 코트에 닿는 순간 라인이 완전히 가려졌는지가 애매하다. 하필 이날은 TV 중계 중 '돋보기'를 할 수 있는 장비가 마련되지 않아 확대 판독을 하지 못했다.

바로 전 상황에서 마쏘의 블로킹과 비교하면 차이가 있다. 마쏘의 손에 맞고 튄 공(아래 사진)의 아래쪽은 레오의 서브와 비슷하게 라인의 절반 정도만 물렸다. 하지만 '인'으로 판독됐다. 공이 눌려지는 순간 공 왼쪽 부분에 라인이 모두 가려졌기 때문이다. 국제배구연맹(FIVB)의 기준(라인에 공이 닿으면 인)대로라면 둘 다 '인'이 되어야 하지만, V리그만의 로컬룰 때문에 절묘하게 다른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외인 출신인 블랑 감독으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규정임은 분명하다.
분명히 레오의 서브 판정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현대캐피탈로서도 억울함을 느낄 수 있다. 블랑 감독은 경기 뒤 "우리가 진정한 승자다. 총재와 심판위원장이 모두 같은 굴레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TV로 본 분들을 포함해 모든 사람이 인(in)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대한항공도 '부끄러운 승리'임을 라커룸에 들어가고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구단주가 조원태 총재라는 사실을 들어 연맹 측이 유리한 판정을 했다는 뉘앙스다. 이해는 가지만, 문제가 될 수 있는 발언이다. V리그만의 로컬룰 때문에 이긴 대한항공도, 진 현대캐피탈도 씁쓸한 상황이 됐다.
KOVO는 다음 시즌을 목표로 문화체육관광부의 보조금을 받아 국내 기업인 스포츠투아이와 함께 AI 판독 기술을 개발중이다. 프로야구 자동 투구 판정시스템(ABS)을 개발, 운영한 회사다. 8대의 초고화질 카메라 영상을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방식이다. 선수들의 영상을 학습한 뒤 선수와 공의 움직임, 좌표, 궤적 등을 계산하고 3D로 구현해 판정하게 된다. 더 이상 '로컬룰'이 경기를 지배해서는 안 된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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