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지필 “LCK 최초 외국인 선수 타이틀만 갖고 싶지 않아” [영건N영건]
한국·베트남 국빈 만찬 초청 받아 참석
베트남서 LCK 최초 로드쇼…“1군 올라갈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LCK는 오랫동안 외국인 선수에게 쉽게 문을 열지 않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라는 자부심, 그리고 두터운 국내 유망주층이 그 배경이었다. 그런 LCK 역사에 처음으로 이름을 남긴 외국인 선수가 있다. 키움 DRX의 베트남 국적 원거리 딜러 ‘레이지필’ 쩐바오민(19)이다. 다만 그는 ‘최초’라는 상징성에 머물 생각이 없었다. 1군 무대에 꾸준히 출전하고 언젠가는 롤드컵 정상까지 밟겠다는 게 쩐바오민의 목표다.
지난달 서울 마포구 DRX 사옥에서 만난 쩐바오민은 아직 조금 서툰 한국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힘들면 베트남 통역을 거쳐 답해도 괜찮다고 하자, 그는 웃으며 최대한 한국어로 말해보겠다고 했다. 한국에서 보낸 시간, 그리고 이곳에서 키운 꿈을 직접 전하고 싶어 보였다.
쩐바오민의 한국행은 2022년 DRX 베트남 트라이아웃에서 시작됐다. 현지에서 기회를 잡은 그는 이듬해 DRX 아카데미에 합류했고, 2025년 DRX 챌린저스에 콜업됐다. 이후 같은 해 5월1일 브리온전에서 마침내 LCK 데뷔전을 치렀다. 쩐바오민 개인에게도, LCK 전체에도 의미 있는 날이었다. 그는 LCK 최초의 외국인 선수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동경한 무대이기도 했다. 쩐바오민은 “어릴 때부터 LCK에 꼭 가고 싶었다”며 “데뷔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뻤고, 데뷔전에서 이긴 것도 좋았다. 팬들이 응원해준 것도 정말 기뻤다”고 돌아봤다.
세계 최고 리그라는 상징성 때문에 LCK 선수를 꿈꾸게 됐다. 쩐바오민은 “LCK는 롤드컵을 많이 우승한 리그다. ‘페이커’ 이상혁과 ‘데프트’ 김혁규도 있어서 관심이 많았다”며 “처음에는 그냥 게임을 좋아해서 했는데, 대회를 보다 보니 선수의 꿈이 생겼다. 그때부터 언젠가 꼭 LCK 선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 생활은 어느덧 햇수로 4년째다. 그는 “한국은 문화도 좋고 날씨도 좋고, 그냥 다 좋다”며 웃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부모님의 응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쩐바오민은 “부모님이 계속 잘하고 있다고, 열심히 하라고 해주신다”고 전했다.
이번 시즌은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무대다. 쩐바오민은 “작년에 ‘레이지필은 라인전을 못하고, 미드에서 계속 죽는다. 한타 빼고는 다 못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이번 시즌에는 라인전부터 보여주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원딜은 라인전도, 한타도 다 보여줘야 1군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쩐바오민은 4일 디플러스 기아전에 선발 출전하며 이번 시즌에도 1군 무대의 경쟁력을 드러냈다.
그래서인지 ‘LCK 최초 외국인 선수’라는 타이틀을 대하는 태도도 담담했다. 쩐바오민은 “물론 그 타이틀은 저한테 의미가 있다”면서도 “그 타이틀만 갖고 싶지는 않다. 1군에 올라가서 우승하고, 롤드컵도 우승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상징성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선수로서 결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DRX는 그런 그의 꿈이 현실이 되도록 발판을 마련해준 팀이다. 쩐바오민은 “베트남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늘 LCK 진출을 생각하고 있었다”며 “그때 DRX가 베트남에서 트라이아웃을 열었다. 되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고, 안 되면 베트남에서 계속 선수 생활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합격했다. DRX 덕분에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높아진 위상만큼 특별한 경험도 했다. 그는 지난해 8월 한국·베트남 국빈 만찬에 초청받아 참석했다. 쩐바오민은 당시를 떠올리며 “처음엔 왜 나를 부르셨지 싶었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이어 “정말 처음 겪는 경험이었다. 대통령님과 서기장님을 만나서 너무 긴장했다. 저는 그냥 조용히 밥만 먹고 있으려고 했다”고 재치 있게 말했다.
베트남 현지에서 느끼는 LCK의 인기 역시 상당하다. 쩐바오민은 “베트남에서는 인기가 정말 많다. 베트남 리그를 제외하면 거의 무조건 LCK를 본다고 생각한다”며 “체감상 100명 중 90명은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관심 속에 DRX는 오는 5월 베트남에서 LCK 최초의 로드쇼를 연다. 쩐바오민에게는 고향 팬들과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무대다. 그는 “고향에 가게 돼서 기분이 너무 좋다”며 “그때 제가 1군에서 뛸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더 열심히 해서 꼭 성과를 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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