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숨긴 빚이 쫙”...깡통전세 막는 AI 어디?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6. 4. 4. 17: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집스캔의 누적 분석 보증금액은 120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최대 규모를 기록 중이다. (내집스캔 제공)
최근 서울시가 청년들을 대상으로 도입한 ‘전세사기 위험 인공지능(AI) 분석 보고서’ 서비스가 화제다. 집 주소만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전세사기 위험도를 사전에 알려주는 이 행정 서비스의 이면에는 프롭테크 기업 ‘한국부동산데이터연구소’가 운영하는 ‘내집스캔’의 기술력이 자리 잡았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81%가 경험이 부족한 2030 청년층에 집중된 가운데, 공공기관이 민간 프롭테크 기술을 빌려 사전 피해 예방에 나선 것이다.

외국인 돕다 내국인 깡통전세 목격

내집스캔은 부동산 계약 전후의 안전도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서비스다. 사업 초기에는 한국의 복잡한 임대차 제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들의 피해를 막고자 출발했다.

한승민 한국부동산데이터연구소 공동대표는 “처음에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부동산 사기 피해를 겪는 것을 보고 이를 해결하고자 시작했지만, 시장을 깊이 들여다보니 내국인 역시 전세사기나 깡통전세 등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었다”며 “특히 등기부등본만 믿고 계약했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반복되는 것을 보고, 등기부 외의 정보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상당수 사기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창업 계기를 밝혔다.

사명인 한국부동산데이터연구소에는 방대한 데이터 축적을 통해 금융 시장의 신용평가처럼 ‘부동산 안전도의 표준’을 만들겠다는 비전이 담겼다. 서비스명인 내집스캔 역시 내가 살 집의 안전을 정밀하게 스캔한다는 직관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기업 복지 트렌드 타고 누적 분석 120조원 돌파

시장의 반응은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내집스캔의 누적 분석 보증금액은 120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최대 규모를 기록 중이다. 기업 간 거래(B2B) 제휴 회원은 300곳을 넘어섰으며, 리포트 분석 요청 건수 역시 100만건을 달성했다.

특히 최근에는 기업 복지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직장인에게 이사나 주택 임대차 계약은 큰 금액이 오가는 만큼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이는 곧 업무 몰입도 저하로 이어진다. 이에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그룹 내 부동산 계약 시 내집스캔 리포트를 기본으로 포함하는 체계를 구축했으며, 공유오피스 스파크플러스 역시 입주사 임직원을 위한 복지 차원에서 안전도 리포트 제휴를 맺었다. 임직원의 주거 안정이 곧 기업의 생산성과 직결된다는 인사 담당자들의 인식 변화가 내집스캔의 성장을 가속하는 셈이다.

예방 의학 닮은 수익 모델

내집스캔이 시장의 신뢰를 얻은 핵심은 직관적인 수익 모델과 차별화된 데이터 분석력에 있다. 수익 구조는 주소 입력 시 발급되는 안전도 분석 리포트 수수료, 계약 이후 등기 변동 사항을 추적하는 월 구독 서비스, 그리고 보증보험 가입 등 부가 서비스 연계 수익으로 나뉜다. 계약 전 ‘안전 검진’을 받고, 계약 후 ‘정기 검진’을 받는 일종의 예방 의학 모델이다.

핵심 경쟁력은 4년 이상 축적한 독자적인 안전도 스코어링 모델에 있다. 단순히 등기부등본을 읽어주는 수준을 넘어 다주택 추정 정보, 선순위 채권 예측, 악성 임대인 이력 등을 교차 검증한다.

가령 청년층이 주로 거주하는 다가구 주택은 호수별 개별 등기가 불가능해 선순위 보증금 파악이 필수적이다. 기존 거주자들의 보증금 규모에 따라 주택이 경매로 넘어갈 때 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순위가 밀리기 때문이다. 내집스캔은 인공지능을 통해 건축물대장과 등기부등본 데이터를 복합 분석해 기존 보증금 규모를 추정해내며, 악성 무자본 갭투기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는 임대인의 다주택 보유 정보도 제공한다.

내집스캔은 단순히 등기부등본을 읽어주는 수준을 넘어 다주택 추정 정보, 선순위 채권 예측, 악성 임대인 이력 등을 교차 검증한다고 자랑한다. (내집스캔 제공)
넘어야 할 장벽은 규제

물론 성장 가도에 한계점은 존재한다. 부동산 민감 정보를 다루는 서비스 특성상 법적 규제 장벽이 높다. 임대인 체납이나 연체 정보, 국세 완납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반드시 본인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내집스캔은 임대인 동의가 없을 경우 다주택 보유 정보 추정 등 공개된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해 위험도를 분석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임대인의 개인정보 보호와 임차인의 재산권 보호, 알 권리 사이에서 균형 잡힌 법 개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부동산 거래가 이뤄지는 모든 곳에 내집스캔의 안전도 리포트가 첨부되는 세상. 부동산 거래의 안전을 담보하는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겠다는 이들의 도전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시장 이목이 쏠린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