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일 맛있는 머위 나물, 양념 세 개면 끝장 납니다
지난해 봄부터 오도이촌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금요일 퇴근 후, 주말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시골 쉼터 '느루뜰'로 향합니다. 이 글은 시골 쉼터에서 '사는 이야기'입니다. <기자말>
[이정미 기자]
"완전 꽃밭이 되어 버렸네!"
"노란색이랑 보라색이 어울려서 예쁘네."
일주일 만에 감나무 사이 빈 터에 노란 민들레와 자줏빛 광대나물 꽃이 한가득 피었다. 우리집 베란다 화분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 남편 입에서도 "예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꽃밭이 따로 없다. 노랑, 초록, 연두, 보라가 자연스럽게 어울려 남편 말처럼 예쁘다. 느루뜰 진입로를 정리하며 밭 가장자리에 일부러 남겨 두었던 냉이꽃은 키가 더 자라 바람에 한들거린다.
"상추 싹 났어. 귀엽다. 너무 촘촘해서 자라면 솎아 주기 해야겠어."
지난 3월 초에 뿌렸던 상추가 드디어 싹을 틔웠다. 씨를 뿌린 후 꽃샘추위도 있었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져서 싹을 틔울 지 걱정했는데, 작은 씨앗의 생명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이토록 대단한 시간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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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느루뜰의 이른 봄 일주일 동안 느루뜰은 민들레, 광대나물, 복숭아꽃, 배꽃을 피웠고 상추 싹을 틔웠다. |
| ⓒ 이정미 |
도시에서의 평일은 하루 하루 해야 할 일을 처리하며 정신없이 흘러간다. 목요일 고개를 넘으면 구부 능선에 닿았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곤 한다.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는 사이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을까 싶은데 말이다. 변화는 고사하고 그저 무탈하면 감사한 시간인데 말이다.
'시간을 온전히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아무런 잡념 없이 행위에만 집중하는 일이 가능할까?'
자연은 그러하다. 잡념이 없다. 미세먼지에도, 건조한 날씨에도, 제때에 할 일에 집중한다. 시골 느루뜰에 오면 남편도 그렇다. 봄이 시작되면서 아침부터 종일 몸을 움직인다. 일하며 걸은 걸음이 만보라니. 좀 쉬라고 해도 계속 무언가를 찾아 몸을 움직인다. 그렇게 움직이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자각하는 듯하다. 그렇게 그 시간들을 온전히 사는 것이려나.
당근 씨앗을 심다
지난해 11월 어느 때에 하얀 당근꽃이 진 자리에 씨앗이 맺힌 걸 발견했다. 씨앗을 따서 잘 말린 후 보관했다. 씨앗의 상태가 좋아야 발아율이 높을 텐데, 실험 삼아 조금만 심어보기로 했다. 다음 주말에는 읍내에 나가 제대로 된 당근 씨앗을 사서 심어볼 생각이다. 직접 말려서 보관한 씨앗과 상품으로 판매되는 씨앗을 심었을 때 차이를 살펴볼 것이다.
당근 씨앗은 생김이 특별하다. 자세히 보면 벌레 같다. 얇고 납작한데 가는 털이 송송 나 있다. 씨앗끼리 엉겨 붙어 3~4개만 골라서 잡기 까다롭다. 당근 씨 뿌리기 영상을 찾아보니 작은 패트병에 씨앗을 담고 뚜껑에 구멍을 뚫은 다음 거꾸로 하여 위 아래로 톡톡 흔들어가며 뿌리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하지만 나는 <오마이뉴스> 기사 '들쑥날쑥 못난이 당근이 싫다면, 이렇게 키우면 됩니다' 를 참고하여 두둑에 호미로 줄을 긋고 일정한 간격으로 줄뿌림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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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근 씨앗 심기 당근 씨앗을 심고 풀도 뽑고 나뭇가지도 살피며 |
| ⓒ 이정미 |
나의 엄마는 봄철이면 부추 김치를 밥상에 자주 올렸다. 어린 날 나는 부추 특유의 매운 맛을 즐기지 못했다. 부추는 피를 맑게 하고 비타민, 철분 등이 풍부하다. 간 기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남편이 더 즐긴다. 따뜻한 성질이 있어 몸이 찬 사람에게 좋다니 나에게도 좋은 채소이다. 보약 같은 채소인 만큼 봄철이면 부추를 장바구니에 담게 되었다. 손쉽게 겉절이로, 간단하게 부추전을 해서 먹으면 봄의 향긋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봄향기 그대로 머금은 채소들
지난 주말 옆 아파트에 사는 시누이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시누이와 고모부는 머위 나물을 즐긴다.
"머위 나물은 지금이 제일 맛있어. 먹어 봐봐. 시골에서 직접 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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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물 반찬 만들기 바쁜 평일을 위해 느루뜰에서 딴 채소들을 다듬고 씻고 데쳐서 집으로 가져옵니다. |
| ⓒ 이정미 |
머위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고 한다. 기침, 가래 등 호흡기 질환 개선에도 도움이 된단다. 갱년기인 데다 호흡기가 약한 나에게 보약인 셈이다. 머위를 즐길 수 있는 것도 딱 이맘때이다. 어린 순은 나물로, 잎이 자라면 데쳐서 쌈으로 활용하면 좋겠다. 아무튼 자연이 주는 선물을 부지런히 먹는 것도 농부의 일이다.
시금치도 꽃대를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슬슬 끝물을 향해 가고 있다. 지난주에는 시금치를 가득 따서 남편은 직장 동료들에게 봉지 봉지 나누어 주었다. 이번 주에는 같은 동에 사는 아주머니와 우연히 마주쳐서 "농사 지은 시금치인데 드릴까요?" 했더니 "아이구, 고맙지" 하실길래 한 봉지 드렸다.
주중에는 바쁘니까 쉼터에서 시금치를 다듬고 데쳐서 물기를 꼭 짜서 준비해 두었다. 이렇게 하면 평일 퇴근 후 저녁상 준비가 수월해진다. 직접 기른 채소는 소중해서 더 부지런히 먹게 된다. 그러니 자연히 몸도 건강해지는 것 같다. 이 점이 직접 농사짓는 가장 큰 기쁨이 아닐까 싶다.
"앉은 자리를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없다"더니, 주말 나의 앉은 자리가 새로운 풍경을 보게 하니 이 또한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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