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제니 날개 달아준 ‘한국의 옷’…이제 세계가 주목한다 [비크닉]
글로벌 주류 문화가 된 K팝과 비교하면 그동안 K패션은 아직 변방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최근 K팝 붐을 타고 K패션, 나아가 K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한국적 요소와 세련된 미감, 트렌디함과 더불어 K팝이라는 강력한 날개를 장착한 K패션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느 때보다 존재감이 강한 요즘이다.
해외 명품 아닌 K-디자이너 택한 BTS

더 흥미로웠던 점은 무대 의상을 풀어낸 방식이었다. 광화문이라는 역사적 장소의 상징성,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스타라는 점에서 자칫 지나치게 ‘한국적’으로 흘러갈 수 있었지만, 그 뉘앙스만 은은하게 전달하는 식으로 세련된 디자인을 택했다는 점이다.

흐르는 듯한 선, 풍성한 볼륨감과 조형적 실루엣은 드러내 놓고 한복을 강조한 아니라 한복이 지닌 아름다운 요소를 적당히 녹여낸 듯했다. 실제로 송재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무대에서 움직이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한국 전통 의상인 한복의 유연성을 접목했다”고 전했다.
대한제국 대례복, 오스카 무대에
이보다 앞선 지난달 15일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가수 이재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로 주제가상을 받았다. 이재는 시상식 무대에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르쥬(LEJE)의 특별 제작 의상을 선보였다. 주제가상을 받은 곡 골든(golden)에 맞춰 순백색 드레스 전면과 양쪽 소매에는 고대 한국 금관의 형태를 연상시키는 굵은 금동 장식이 들어갔다.

지난 2018년 시작한 르쥬는 정교한 패턴에 수공예 요소를 더하는 방식으로 완성도 높은 의상을 선보이는 디자이너 브랜드다. 블랙핑크 제니와의 협업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제니는 지난해 서울 관광 캠페인 영상에서 르쥬의 금속 장식 드레스로 한국적 모던함을 선보였고, 멜론뮤직어워드(MMA) 2025에선 르쥬의 한글이 적힌 베일과 재킷으로 화려한 무대를 구현했다.

제양모 르쥬 디자이너는 “최근 K팝 아티스트들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무대 의상에서도 한국적 요소를 더하고 싶어 하는 움직임이 있다”며 “지나치게 직접적이기보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새롭게 보이길 원하고, 외국인들이 봤을 때도 아름답고 공감대가 있는 디자인을 주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가능성에서 영향력으로
한국 패션 브랜드에 대한 주류 시장의 러브콜도 느는 추세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남성복 박람회 ‘피티 우오모(PITTI UOMO)’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2년 연속 한국 브랜드를 게스트 디자이너로 선정했다. 지난해에는 디자이너 임동준·정수교의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Post Archive Faction)’이 올랐다. 올해는 디자이너 김지용의 ‘지용킴’이 선정됐다.

나이키는 지난해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 혜인서(HYEINSEO)와 협업을 통해 ‘아바 로버’ 스니커즈 컬렉션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는 나이키가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와 진행한 첫 협업이다.

K패션 인기는 숫자가 보여준다. 매 시즌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열리는 서울 패션위크에서 바이어 수주 상담액은 늘고 있다. 지난 2025년 봄·여름에는 613만 달러(약 93억원), 가을·겨울에는 671만 달러(약 101억원)를 기록했고, 올해 2월 열린 2026 봄·여름에는 754만 달러(약 114억원) 규모의 성과를 기록했다.

물론 전문가들은 이런 K패션의 성장세가 아직은 초기 단계라고 지적한다. 확실한 건 K팝 상승세와 더불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지금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시기라는 점이다.
송재우 디렉터는 “과거에는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가 해외에 소개되는 과정 자체가 도전이었다”면서 “K팝이 한국 문화를 알리는 중요한 창구가 됐고, 그 흐름 속에서 K패션 역시 하나의 문화적 언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제양모 르쥬 디자이너는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입장에서 K팝 아티스트들이 선택하는 K패션은 그 자체가 새로운 콘텐트이자 레퍼런스”라며 “고급화와 완성도를 염두에 둔다면 훨씬 더 영향력 있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K패션이 글로벌 트렌드를 빠르게 따라갔던 소비자였다면 현재는 고유한 스타일과 브랜드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트렌드를 움직이는 생산자가 되어 가고 있다. 단순히 옷을 파는 산업이 아니라, K문화와 함께 콘텐트를 파는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 b.이슈
「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이슈를 건져 올립니다.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매력적인 공간을 탐색하고, 시대와 호흡해 성장하는 브랜드와 기업을 조명합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은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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