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익선동에 뜬 AI 사주 로봇…누가 만들었나 봤더니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6. 4. 4.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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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익선동 한옥마을 골목길. 낡은 한옥 사이로 낯선 기계음이 울리는 모습이 포착된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로봇 팔이 붓을 쥐고 그림을 그리는 공간이 나타난다. 인공지능(AI)은 방문객 얼굴을 살피고 관상을 읽어주는 식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하루 평균 100명 이상 찾는 체험 공간 ‘비나이다(VINAIDA)’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한국 전통 무속 신앙과 첨단 AI 기술을 묶어 시선을 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술과 전통문화를 섞어 새로운 경험 시장을 개척한 주역은 실감 미디어 기업 엑스오비스와 이 회사를 이끄는 김용민 대표다.

매일 100명 이상 외국인이 찾는 비나이다(엑스오비스 제공)
김 대표는 서울대 공업화학과를 졸업한 공학도 출신이다. 졸업 이듬해인 1996년 LG CNS에 입사해 IT 개발자로 사회 첫발을 디뎠다. 이후 유너스텍을 거쳐 2000년 3월 엑스오비스를 창업했다. 사명에는 고정관념을 넘어서겠다는 접두어 ‘X’와 지구를 뜻하는 라틴어 ‘Orbis’를 더했다.

창업 당시 실감 미디어나 체험형 전시라는 개념은 대중에게 생소한 분야였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진화 가능성에 일찍이 눈을 떴다는 후문이다. 시대 흐름과 함께 ‘몰입형’과 ‘AI’라는 열쇠말이 떠오르며 회사가 오랜 기간 쌓아온 연구개발 역량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엑스오비스 사업 구조는 단순한 전시 제작을 넘어선다는 평가다. AI·확장현실(XR)·인터랙션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사람 감각을 깨우는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를 공간에 구현해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환경을 짜는 구조다. 보는 전시에 머물지 않고 반응하며 변화하는 살아있는 콘텐츠를 공간에 심는 방식이다. 기획부터 콘텐츠 제작, 사용자 경험(UX) 설계, 공간 디자인, 시공, 운영까지 모든 과정을 한 조직에서 전담하는 구조를 갖췄다. 원스톱 솔루션을 통해 고객사 비용을 줄이고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엑스오비스 측이 내세우는 강점이다.

전시관 시공 벗어나 직접 운영…발길 끊이지 않는 명소로

엑스오비스 수익 창출 구조는 최근 뚜렷한 변화를 겪었다. 과거 이 회사는 남의 건물에 들어가 시스템을 깔아주는 디지털 인테리어 시공사에 가까웠다.

매년 20만명이 찾는다는 뮤지엄엑스(엑스오비스 제공)
이제는 사업 방향을 완전히 튼 모습이다. 직접 부지를 확보하고 공간을 지은 뒤 그 안에서 테마파크를 운영하며 입장료를 받는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 강원도 속초에 문을 연 실감 미디어 체험관 ‘뮤지엄엑스’와 ‘오아시스엑스 카페’가 대표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곳은 수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방문하는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뮤지엄엑스에 들어서면 사방을 둘러싼 화려한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는 관람객 반응이 줄을 잇는다. 관람객은 20m 아래로 떨어지는 듯한 착시를 일으키는 가상 그네를 타고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면 발밑에서 빛이 터지고, 뛰는 발걸음에 맞춰 홀로그램 영상이 춤을 추는 방식이다. 인공지능 화가 로봇 팔 ‘스케처X’ 앞에는 초상화를 받으려는 사람이 길게 늘어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길목에 자리한 오아시스엑스 카페는 분홍빛으로 칠해진 몽환 가득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방문객은 이곳에서 휴식하며 튀르키예 열기구 풍경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한다. 별도 마케팅 비용 없이 콘텐츠 자체가 관람객을 끌어모으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했다는 분석이다. 입장부터 몰입, 참여, 결과물 생성, 공유로 이어지는 동선을 세밀하게 설계한 결과로 풀이된다.

올해 대형 수주로 반등 예고…내년 상장 목표로 글로벌 정조준

사업 구조 전환은 재무 지표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엑스오비스는 2023년 연결 기준 매출액 299억원, 영업손실 5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자체 공간 운영 사업이 궤도에 오른 2024년에는 매출 349억원, 영업이익 6억원을 거둬 흑자 전환했다. 뮤지엄엑스 입장권과 부대시설 판매 수익으로만 20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창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설치된 미디어파사드는 엑스오비스 작품이다.(엑스오비스 제공)
지난해 실적은 일시적으로 숨을 고른 모양새다. 상반기 대형 수주 계약이 지연되며 2025년 매출액은 281억원, 영업손실은 8억원으로 뒷걸음질 쳤다. 회사 측은 주요 프로젝트 일정이 뒤로 밀린 탓일 뿐 사업 자체 성장성이 꺾인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반기부터 지연된 프로젝트가 순차 정상화하며 뚜렷한 반등을 예고하는 분위기다. 인천공항 출입국장 대형 미디어 파사드, 국립중앙박물관, 2025 APEC 정상회의장 등 500~1000평을 웃도는 초대형 공간 구축 프로젝트를 독자 수행하며 대규모 인프라 기획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장기 수주, 신규 상업공간을 바탕으로 올해는 매출 483억원, 영업이익 48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는 중이다. 2027년 매출 678억원, 2028년 756억원 달성이 목표다.

안정된 실적 전망을 무기로 기업공개(IPO)에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엑스오비스는 2023년과 2024년 두 해에 걸쳐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잇달아 발행하며 자본을 확충한 바 있다. 키움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고 내년 증시 입성을 목표로 삼았다.

엑스오비스는 인천공항 출입국장 대형 미디어 파사드, 국립중앙박물관, 2025 APEC 정상회의장 등 초대형 공간 구축 프로젝트를 독자 수행하며 대규모 인프라 기획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회사가 미래 핵심 동력으로 삼은 일반 대중 대상(B2C) 운영 사업은 초기 인테리어와 첨단 장비 구축 비용이 상당하다. 빠른 유행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콘텐츠를 쇄신해야 하는 유지보수 부담도 따른다는 지적이다. 공간 감가상각을 넘어서는 수익 모델 다각화가 필수 과제로 꼽히는 이유다.

엑스오비스는 올해 글로벌 무대로 보폭을 넓힐 계획이다. 현재 진행 중인 싱가포르 ‘넥스트 아이돌’ 전시관 등 해외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 핵심 랜드마크인 63빌딩 전망대 프로젝트도 대중 앞에 선보일 예정이다. 단순한 전시관 제작을 넘어 사람이 모이는 생태계를 빚어내는 글로벌 ‘AI 경험 테크 기업(AI-Experience Tech Company)’으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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