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은 맞는데 처방이 생뚱맞은 홍명보 감독 발언, 속마음은 다르길

김정용 기자 2026. 4. 4. 11:4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축구 감독이 대중 앞에서 자신의 모든 패를 다 깔 필요는 없다. 겉으로 말하는 것보다 내부적으로는 더 잘 준비되는 경우가 흔하다. 현재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런 상태여야만 한다. 유럽 원정 2연전 이후 인터뷰에서 해석이 다르다기보다 그저 틀렸다고 볼 수밖에 없는 발언이 일부 나왔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코트디부아르에 0-4, 오스트리아에 0-1 패배를 당했다. 홍 감독은 2연전을 마치고 2일 귀국하면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경기 흐름과 선수들의 뛰는 강도에 대해 이야기했다. 홍 감독은 "1차전은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전에 좋은 흐름이었는데, 브레이크 이후 피지컬적으로 현저히 떨어졌다는 게 경기 이후 데이터로 확인됐다. 그 순간에 실점해 어려운 경기를 했다"라고 말했다.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기존에도 더운 날씨일 경우 시행하던 물 보충 및 휴식시간을 이번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부터 매 경기 고정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전반 22분경과 후반 22분경 각각 3분가량 휴식시간이 주어진다. 이 제도로 인해 체력 관리, 전술 운용 등 다양한 면에서 변화가 생겼다. 축구가 사실상 4쿼터제로 바뀌었다 볼 수도 있고, 일종의 작전타임이 두 번 생겼다고 접근하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많다.

홍 감독은 "1차전 22분까지 우리 팀 흐름이 굉장히 좋았는데 그 후 고강도 운동이 떨어졌다는 데이터를 봤다. 전술도 잘 대비해야 하지만 피지컬도 잘 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 팀은 15분이 지난 뒤 집중력이 올라가는데 22분에 경기를 끊어버리니까 흐름도 끊긴다. 훈련도 22분에 잠깐 쉬면서 해서 선수들을 적응시키는 등의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대안도 이야기했다.

아리송한 해석이다. 고강도 활동이 줄어들었다는 것 자체는 홍 감독이 데이터로 확인한 틀림없는 사실로 보이고, 경기를 관전한 사람들의 눈으로도 코트디부아르보다 전력질주의 강도가 부족했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이 현상이 일어난 원인으로 '브레이크'를 꼽았고, 개선 방안으로 '피지컬 대비'와 '흐름이 끊기지 않게 경기 시간과 비슷한 패턴으로 훈련'을 제시했다. 브레이크 이후 한국이 코트디부아르보다 뛰는 폭발력이 떨어진 걸 체력 문제와 흐름 같은 추상적인 심리적인 요인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고작 22분 뛰고 3분 쉰 뒤인데 체력이 떨어졌을 리 없다. 피지컬 대비에도 실체가 없다. 홍 감독이 선수로 뛰었던 2002 한일 월드컵처럼 장기간 합숙하면 모를까, 유럽파들이 시즌을 마치고 겨우 피로를 푼 뒤 합류해 다시 몸을 만들어야 하는 올여름 소집 단계에서는 컨디션 조절이나 가능하지 선수들의 근력과 폭발력을 평소 이상으로 향상시킨다는 건 어려운 목표다.

경기 상황을 돌이켜 보면, 한국의 고강도 활동이 부족했던 제일 중요한 이유는 전술이었다. 전술적으로 해야 할 일이 명료해야 선수들이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고, 뭘 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을 때는 우왕좌왕하느라 고강도 활동을 하기 힘든 법이다. 코트디부아르는 브레이크 이후 빠르게 전방으로 공을 전달하고 드리블 능력이 좋은 선수를 적극 활용한다는 전술 변화를 실천했다. 한국은 브레이크 전까지 전방압박과 전방 경합의 형태로 공격자원들이 고강도 활동을 많이 수행한 반면, 후방에서는 느리게 공을 돌리는 빌드업을 주로 수행하고 있었다. 브레이크 이후 코트디부아르가 탈압박 방식을 개선하자 한국의 공격자원들은 몇 번 더 시도하던 압박을 곧 포기하면서 고강도 활동이 줄어들었다. 한국 수비자원들은 상대 공격자원의 빠른 속도를 똑같은 속도로 따라가며 수비하지 못했으므로 활동 강도가 더 낮았다.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손흥민(남자 축구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전속력으로 달리기를 하려면 목표가 분명히 눈에 보여야 한다. 전술적인 약속은 선수들의 고강도 활동을 이끌어 내는 정신적 목표지점이 되어 준다. 코트디부아르전처럼 한국이 브레이크 전까지 주도하고 있다가 상대가 전술을 수정해 나왔다면 직후 조금 흔들리는 건 있을 법한 상황이다. 이때 충분히 집중하지 못해 실점한 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대안은 선수 못지않게 벤치에서도 나와야 한다. 다음 브레이크부터 한국이 전술 수정 싸움에서 더 앞서 이득을 보겠다는 생각도 할 수 있고, 브레이크에만 전술을 고칠 수 있는 게 아니므로 상대의 전술수정 내용을 파악하고 즉시 대응하는 타이밍을 더 앞당길 수도 있다. 상대의 수에 휘말릴 걸 전제하고 체력과 집중력으로만 대응한다는 건 너무 수동적이기 때문에 한국이 처음에 들고 나온 능동적인 축구와 극도로 대비되고, 선수들은 혼란을 겪게 된다.

사진= 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