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소년에서 UFC 메인이벤터로'…던컨의 끝없는 도전

김종수 2026. 4. 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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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고원에서 시작된 비범한 여정

[김종수 기자]

 크리스 던컨(사진 오른쪽)은 공격적인 압박을 통해 피니시를 노리는 파괴자다.
ⓒ UFC 제공
UFC 라이트급(70.3kg)에서 활약중인 '더 프라블럼' 크리스 던컨(33, 스코틀랜드)이 격투 인생의 분기점이 될 큰 기회를 잡았다. 오는 5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메타 에이펙스에서 있을 'UFC Fight Night 272' 대회에서 메인이벤트를 맡게 된 것이다.

상대는 아메리칸탑팀(ATT) 동료 '머니' 헤나토 모이카노(37, 브라질)다. 팀메이트라는 점에서 다소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특히 기량에 비해 이름값이 아쉬운 던컨으로서는 모이카노같은 유명 파이터를 잡아낼 수 있다면 단숨에 입지가 달라지게 된다. 이를 모를리 없는 던컨은 4연승의 기세를 살려 반드시 모이카노를 꺾고 상승세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최근 모이카노는 법학을 공부하며 변호사를 꿈꿨다는 과거가 밝혀지며 화제가 되고 있다. 던컨 역시 평범하지는 않았다. 전형적인 엘리트 스포츠 선수의 성장 경로와는 확연히 달랐다. 그는 체육 환경이나 전문적인 훈련 시스템 속에서 성장한 선수가 아니다.

어린 시절 스코틀랜드 고원에서 양치기를 하며 자연 속에서 자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격투기와는 무관한 삶을 살았다. 당시 그는 과체중 체형으로 '통통이(podgy)'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운동선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은 오히려 그의 정신력을 단단하게 만드는 배경이 됐다. 외부의 시선과 편견 속에서 성장한 경험은 이후 파이터로서의 집념으로 이어졌다.

던컨의 인생을 바꾼 계기는 종합격투기(MMA)였다. 우연히 접한 경기에서 그는 강한 충격을 받았고, 그 순간 파이터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이후 체중을 감량하고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하며 완전히 다른 삶을 시작했다.

그의 커리어 초반은 빠르게 전개됐다. 아마추어 무대에서 10승 1패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입증한 그는 2018년 프로로 전향했다. 이후 7연승을 기록하며 유럽 무대에서 주목받는 유망주로 떠올랐다. 특히 이 기간 동안 대부분의 경기를 KO로 마무리하며 강력한 피니시 능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성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한 차례 중요한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Dana White's Contender Series'에서 패배하며 UFC 입성에 실패한 것이다. 많은 선수들이 이 지점에서 좌절하지만, 던컨은 달랐다.

그는 다시 지역 무대로 돌아가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고, 결국 재도전 끝에 UFC 계약을 따내며 세계 최고 무대에 입성했다.이 과정은 던컨이 단순한 재능형 선수가 아닌,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유형의 파이터임을 잘 보여준다.

위기를 발판으로…4연승 상승세가 증명한 진화

UFC 입성 이후 던컨은 점진적인 성장을 이어갔다. 데뷔 초기에는 판정승 위주의 경기를 통해 경험을 쌓았고, 점차 자신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파이팅 스타일을 발전시켰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완성도'였다. 초기에는 타격 중심의 공격적인 파이터였다면, 최근에는 그래플링과 경기 운영 능력까지 갖춘 보다 입체적인 선수로 변모했다.

그의 커리어에서 중요한 전환점은 패배였다. 서브미션 패배를 경험하며 약점이 드러났고, 이는 오히려 그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이후 그는 그래플링 방어와 체력, 경기 운영 능력을 집중적으로 보완했다.

그 결과는 분명하게 나타났다. 던컨은 현재 4연승을 기록하며 UFC 라이트급에서 가장 상승세가 두드러진 선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테런스 맥키니와의 경기는 그의 성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난타전 속에서 위기를 맞았음에도 침착하게 흐름을 되찾았고, 결국 아나콘다 초크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 경기는 단순한 승리를 넘어, 위기 대응 능력과 경기 이해도를 동시에 증명한 사례였다.

또 다른 경기에서는 치열한 접전 끝에 판정승을 거두며 장기전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과거 '초반 피니셔' 이미지에서 벗어나, 3라운드 이상에서도 안정적인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는 선수로 진화한 것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를 두고 "던컨이 이제는 단순한 유망주를 넘어 완성형 파이터로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번 메인이벤트는 그의 첫 5라운드 경기로 체력과 전략, 정신력까지 모두 시험받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크리스 던컨은 화끈함에 더해 완성도까지 갖춰나가고 있는 중이다.
ⓒ UFC 제공
공격성과 집요함의 결합…'더 프라블럼'의 진짜 의미

던컨의 별명 '더 프라블럼(The Problem)'은 단순한 이미지 메이킹이 아니다. 이는 그의 파이팅 스타일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표현이다.

그는 상대에게 끊임없이 압박을 가하며 선택을 강요하는 파이터다. 전진 압박을 통해 상대를 케이지 쪽으로 몰아넣고, 타격과 그래플링을 섞어 리듬을 무너뜨린다. 상대 입장에서 대응하기 까다로운 '문제'를 계속해서 던지는 셈이다.

초기에는 강력한 타격을 앞세운 KO 파이터로 주목받았다. 실제로 그의 전적에서도 다수의 KO 승리를 확인할 수 있다. 통산 15승 중 7번(47%)이 넉아웃 승리다. 그러나 최근에는 서브미션 능력까지 크게 향상되며 보다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4연승 기간 중 3번을 서브미션으로 마무리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특히 길로틴 초크와 아나콘다 초크는 그의 대표적인 기술이다. 클린치 상황이나 스크램블 과정에서 상대의 목을 포착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기회가 생기면 망설임 없이 서브미션으로 연결한다.

이러한 스타일은 상대에게 지속적인 부담을 준다. 타격을 경계하면 그래플링이 나오고, 그래플링을 대비하면 다시 타격이 이어진다. 결국 상대는 자신의 리듬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던컨이 주도하는 흐름 속으로 끌려들어가게 된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그의 '회복력'이다. 경기 중 위기를 맞더라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그 상황을 역전의 기회로 만든다. 이는 단순한 기술 이상의 정신력과 경험에서 비롯된 강점이다. 이처럼 공격성과 집요함, 그리고 적응력이 결합된 그의 스타일은 왜 그가 '문제적인 존재'로 불리는지를 잘 보여준다.

첫 메인이벤트…도약의 기로에 선 도전자

앞서 언급했다시피 이번 경기는 던컨에게 커리어 최대의 기회다. 그는 4연승이라는 상승세를 발판으로 생애 첫 UFC 메인이벤트 무대에 오른다.

메인이벤트는 아무나 오를 수 없는 자리다. 5라운드 경기로 진행되는 만큼 체력과 전략, 집중력 등 모든 요소가 시험대에 오른다. 또한 대회 중심에 선다는 점에서 선수의 시장성과 스타성까지 평가받는 자리다.

던컨은 오랜 시간 무명에 가까운 위치에서 커리어를 쌓아왔다. 양치기 소년으로 시작해 UFC 계약을 따내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고, 패배와 재도전을 반복하며 지금의 위치에 도달했다. 이제 그는 단순한 생존이 아닌 '도약'을 노리고 있다.

이번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단숨에 라이트급 상위권 진입 가능성이 열린다. 반대로 패배한다면 다시 경쟁 속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의 커리어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스코틀랜드 고원의 평범한 양치기 소년이 세계 최고 무대의 중심에 서기까지, 그 여정의 다음 장이 이번 경기에서 쓰여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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