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체코도 홍명보호와 똑같은 포메이션, 그런데 더 잘된 결정적인 이유는

김정용 기자 2026. 4. 4.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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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남자 축구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월드컵 첫 경기에서 한국과 체코는 3-4-2-1 대형을 똑같이 구사하면서 모든 선수가 일대일로 대응하는 '미러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A매치 2연전을 보면 같은 전술을 구현하는 두 팀의 방식 차이가 분명했다.

체코는 아일랜드와 덴마크를 상대로 연속 승부차기승을 거두면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 D패스를 통과, 월드컵 본선 막차를 탔다. 한편 일찌감치 본선에 진출한 한국은 평가전을 두 경기 가졌는데 코트디부아르에 0-4, 오스트리아에 0-1 무득점 연패를 당했다. 두 팀은 본선 A조 1차전에서 맞붙는다.

한국과 같은 시간에 벌어진 체코의 경기를 모두 본 한국인은 극히 드물다. 체코는 한 수 위 오스트리아를 상대로 슛 횟수 9회 대 22회, 기대득점(xG, 세부기록은 '소파스코어' 기준) 0.46 대 1.96으로 밀렸다. 경기력에서 앞선 건 아니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기회의 숫자는 각각 2회로 동등했고, 다시 말하면 덴마크에 내준 슛 기회 대부분 마테이 코바르시 골키퍼가 막을 만했다는 뜻이다.

체코는 한국과 같은 3-4-2-1 대형으로 경기를 시작했는데 실제 작동 방식은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수비 상황에서 대형 변화가 2단계에 걸쳐 진행됐다. 체코의 두 2선 자원 모두 미드필더와 공격수 성향이 반반인데, 상황에 따라 번갈아 후방으로 내려갔다. 그러면 3-5-2 대형이 된다. 3-4-2-1보다 중원 숫자가 많아 상대 공격에 대응하기 좋은 선수배치로 변신했다.

두 번째 변신은 공격력 좋은 오른쪽 윙백 블라디미르 초우팔이 올라가고 왼쪽 윙백 야로슬라프 젤레니는 뒤로 내려가면서 포백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러면 4-4-2 대형으로 바뀐다. 가장 수비 밸런스를 잡기 좋은 '4명씩 두 줄' 수비를 자연스럽게 구축할 수 있다.

3-4-2-1 대형은 충분히 현명하게 구사하지 못할 경우 공수 균형이 심하게 깨질 수 있다. 측면 자원이 한 명이라 두 명인 팀보다 불리하고, 중원이 두 명이라 세 명인 팀보다 불리하다. 최근 독일을 중심으로 많은 팀이 3-4-2-1을 효과적으로 구사한 건 그만큼 축구 전술의 평균적인 수준이 상승하면서 선수들의 상황 대응 능력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번 2연전에서 너무 세련된 요즘 3-4-2-1을 해보려 했다가 결과적으로 실패를 맛봤다. 좌우 윙백을 잔뜩 전진시켜 3-2-5에 가까운 형태를 만든 채 전방압박을 강하게 해 보는 장면이 많았다. 또는 후퇴해서 후방에 수비벽을 구축할 때도 가장 소극적인 5-4-1이 아니라 전방압박을 섞는 5-2-3 대형으로 좀 더 진취적인 스리백을 해 보려는 모습이 있었다. 주로 3-2-5는 코트디부아르전, 5-2-3은 오스트리아전에 많이 나왔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축구하면 필연적으로 생기는 경기장 내 구멍을 선수들이 능동적으로 메우지 못했다. 코트디부아르전에서 상대 공격수와 한국 수비수가 일대일 상황을 자주 맞는 건 전술적으로 예상하고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었는데 수비수가 이를 감당할 수 없었다. 오스트리아전에서 중원이 종종 열리는 현상도 예상 가능했지만 빠르게 메우는데 실패하곤 했다.

한국은 체코가 했듯이 좀 더 쉬운 3-4-2-1, 즉 3-5-2로 자주 전환하는 스리백을 구사하기 좋은 선수 구성을 갖고 있다. 한국 공격형 미드필더 중 이재성이 소속팀 마인츠05에서 이런 축구를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성은 지난 시즌 마인츠에서 3-4-2-1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았는데, 수비력이 좋은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뒤로 자주 후퇴하지 않으면서 이번 한국의 오스트리아전과 비슷한 5-2-3 대형을 소화했다. 반면 이번 시즌 마인츠가 부진 후 부활한 뒤로는 아예 위치를 좀 더 내려 3-5-2 대형의 중앙 미드필더를 맡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스리백을 두루 소화 가능하고 경기 중 전술적으로 1인 2역을 주문 받아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재성. 서형권 기자
체코 선발 멤버들의 덴마크전 평균 위치. 스리백으로 시작했지만 포백으로 자주 전환했음이 드러난다. 소파스코어 캡처

즉 홍명보 호는 지나치게 세련된 축구를 해보려다 이를 구현하는데 실패한 꼴이다. 반면 체코는 한결 구현하기 편하고 공수 균형을 잡기 좋은 방식으로 똑같은 대형을 썼다. 체코의 방식을 구현하는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미로슬라프 코우베크 감독은 지난해 12월에 부랴부랴 체코에 부임했고, 이번 2연전을 통해 데뷔전을 치렀다. 전체 멤버를 고작 한 번 소집해서 지금 정도 완성도로 전술을 완성했다.

코칭 스태프와 선수단의 역량을 과대평가해서 '알론소 레버쿠젠' 같은 스리백을 해내려다 실패했다면, 앞으로는 좀 더 쉬운 스리백 운용법으로 돌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변화를 주기에는 늦은 시점이지만 그렇다고 안 주는 것보다는 낫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소파스코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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