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철길이 사라졌다… 종착 없는 日 ‘폐선시대’
설원 가르던 14.4㎞ ‘최단 본선’ 역사 속으로
인구 감소·차량 보급… 만년 적자 감당 어려워
빨라지는 지방철도 폐선… “환경 갈수록 엄혹”

지난달 31일 일본 홋카이도 북서부 작은 농촌 지역 누마타의 이시카리누마타역 앞은 각지에서 찾아온 사람으로 모처럼 북적였다. 이날 운행을 끝으로 사라지는 일본 철도 JR 루모이 본선의 마지막 모습을 보러 온 이들이었다.
개통 115년 4개월 만의 폐선. 짓푸베츠역 등 루모이선이 지나는 다른 주요 역에도 고별 인파가 몰렸다. 작은 플랫폼에서는 탑승 행렬이 이어졌다. 루모이선은 보통 한 량 편성에 10명도 안 되는 승객을 태우고 달렸다. 이날은 세 량 만차로 운행했다. 역에서는 송별 행사가 열렸다.
종점 이시카리누마타역을 찾은 중년 남성은 홋카이도뉴스 인터뷰에서 “니가타에서 왔다”며 “지난해 11월에 행사가 있어서 한번 왔었는데 오늘이 마지막이라 한 번 더 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니가타에서 이시카리누마타역까지는 육로로 1000㎞가 넘는다.
일본 각지에서 오랫동안 지역경제와 주민의 삶을 떠받쳐온 지방철도가 잇따라 사라지고 있다. 인구 감소, 자동차 보급 등으로 수요가 줄고 비용은 늘면서 만성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자 폐선 결정에 나선 것이다.
루모이선은 홋카이도 개발과 함께 1910년 11월 23일 개통한 노선이다. 후카가와~루모이 구간을 시작으로 한때는 후카가와부터 마시케까지 66.8㎞를 이었다. 초기에는 석탄, 목재 등 자원을 내륙에서 항구까지 실어나르는 물류 수단이었다. 전후 1970년대까지 탄광과 벌목 산업이 활발하던 시기에는 화물 수송과 함께 주민 이동의 핵심 수단, 즉 지역 생활선으로 자리를 잡았다.

1980년대 루모이선 차장으로 근무했다는 노년 남성은 “쇼와 시대 탄광 철도였다”며 “석탄 화차를 분리해 기관차에 연결하던 작업을 했던 기억이 난다”고 홋카이도뉴스에 말했다. 다른 옛 동료는 “눈보라 때문에 며칠씩 고립됐던 적도 있다”며 “우리 삶의 기반이었다. 활기가 넘쳤다”고 말을 이었다.
적자 구조가 고착된 건 1980년대 이후다. 탄광 폐쇄로 이 지역 주요 산업이 붕괴되고 자동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화물과 여객 수요 모두 급감했다. 국철 분할 민영화로 JR홋카이도가 출범한 뒤에는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에 의존해왔다.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갈수록 돈 먹는 노선’이 되자 2016년 루모이~마시케 구간 폐지를 시작으로 구조조정을 해왔다. 이번이 그 마침표였다.
철도 관련 공식 논의를 정리하는 웹사이트 ‘철도협의회 일지’는 루모이선을 남길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이용자가 극단적으로 적었던 점도 있지만 통학 이용 외에는 철도의 존재 가치를 찾기 어려웠던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해설했다. 루모이선의 통학 정기 이용객은 2016년 113명에서 2020년 69명까지 줄었다고 한다. 통근 정기 이용객은 4명이었다.
일지는 “(노선 일대) 관광 수요를 고려하더라도 철도가 아니면 수송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찾는 유명 관광지는 없다”며 “막대한 지원을 투입해 철도를 유지하기에는 비용 대비 효과가 지나치게 낮다”고 설명했다.
홋카이도 철도 노선 중에서도 본선인 루모이선의 전면 폐지는 일본 지방철도 붕괴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본선은 해당 지역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노선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가장 짧은 본선이던 루모이선이 사라지면서 가장 짧은 JR 본선은 같은 홋카이도의 히다카 본선이 됐다.
과거 도마코마이~사마니 146.5㎞를 잇던 히다카선은 2일 현재 도마코마이~무카와 구간 30.5㎞가 남아 있다. 2015년 파도 피해와 이듬해 태풍 피해로 일부 구간이 파손됐고, JR홋카이도의 경영 문제가 겹치면서 무카와~사마니 구간이 복구되지 않은 채 2021년 폐지됐다고 테츠도콤은 설명했다. 히다카 본선이라고는 하지만 이제 히다카 지역은 통과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짧은 본선은 JR서일본의 호쿠리쿠 본선이다. 과거 나오에쓰~마이바라 353.8㎞를 달리는 장거리 노선이었지만 호쿠리쿠 신칸센 개통에 따른 조정으로 현재는 쓰루가~마이바라 45.9㎞만 남아 있다. 세 번째로 짧은 본선은 와카마쓰~하루다 66.1㎞ 구간을 잇는 JR규슈의 치쿠호 본선이다.
지방철도 구조조정은 계속되고 있다. 루모이선 폐선 직전인 지난달 말 후쿠오카현은 내륙 치쿠호 지역을 달리는 제3섹터 헤이세이치쿠호 철도를 폐지하고 노선버스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제3섹터는 지자체와 민간이 함께 운영하는 철도다. 헤이세이치쿠호 철도는 이용객 감소 등으로 경영난이 계속되자 지자체가 철도 존속 여부와 대체 방안을 검토해 왔다.
헤이세이치쿠호 철도 가와이 겐이치 사장은 “앞으로 철도 경영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모드(수송방식) 전환 과정에서 해야 할 일을 확실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규슈 지역 민영방송 TNC 텔레비전 니시니혼은 전했다.
일부 구간 폐선을 검토 중인 기후현 나가라가와 철도는 폐선 후를 가정한 시뮬레이션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미노카모시~구조시 약 72㎞ 구간을 잇는 이 철도는 올해 약 1억5000만엔의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당국은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존속 또는 일부 폐선 여부를 논의할 방침이라고 도카이TV는 설명했다.
나카무라 교수는 “지자체가 선로 등 인프라를 보유하고 민간 사업자가 운행을 맡는 ‘상하분리 방식’이 해결책으로 평가받던 시기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적자 구조가 바뀌지 않았다”며 “부담을 떠넘기는 대상만 바뀌었을 뿐이라는 지적도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보면 철도의 존폐는 애초 조기에 검토됐어야 할 과제였다”며 “철도에 대한 향수와 일부 애호가의 강한 존속 운동으로 인해 비용 대비 효과나 이용 실태를 반영한 제삼자적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나카무라 교수는 “인구 감소 사회에서는 공공교통 전체의 재설계가 불가피하다”며 “엄격한 판단을 요구받는 지자체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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