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까지 끝낸다'던 온라인 스캠... 캄보디아 정부, 결국 물러섰다
[박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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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놈펜 떼쪼공항을 통해 강제추방중인 외국 범죄자들 지난 수 개월간 대대적인 정부 단속 검거를 통해 수만명이 넘는 온라인 스캠 범죄 가담 외국인 조직원들이 강제 추방되었다 |
| ⓒ 캄보디아이민경찰청 |
캄보디아 정부가 올해 4월까지 자국 내 외국인 온라인 사기 조직을 완전히 근절하겠다고 내세운 목표는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대적인 단속을 통해 일정한 성과를 거두며 국제사회의 신뢰 회복에 나섰지만, 범죄 조직이 보다 은밀하고 분산된 형태로 진화하면서 '전면 소탕'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는 판단이 내부에서 공식 확인됐다.
이 같은 기류는 캄보디아 온라인사기대응위원회(CCOS) 차이 시나릇 사무국장이 최근 언론과 국제 파트너들에게 보고하면서 드러났다. 정부는 훈 마넷 총리의 지시에 따라 온라인 사기를 국가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전국적인 단속 작전을 펼쳐 왔다.
현지 주요 매체 <크메르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일부 조직은 단속을 피해 여전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범죄 수법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며 "크메르 새해(4월)까지 온라인 스캠을 완전히 근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정부가 공언했던 '기한 내 완전 척결' 목표가 사실상 수정 국면에 들어섰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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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의 대대적 단속에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외국인 온라인 스캠 범죄. 지난 3월 말 현지 경찰당국에 의해 검거된 프놈펜 소재 외국인 온라인 스캠 조직 |
| ⓒ 캄보디아경찰청 |
캄보디아 정부는 총리가 위원장을 맡은 CCOS를 중심으로 이른바 '대규모 특별 단속 작전'을 전국적으로 전개했다. 그 결과,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 중순까지 외국인 용의자 1만 1000명 이상이 추방됐다. 당국은 같은 기간 250회 이상의 작전을 실시했으며, 온라인 사기 및 관련 범죄로 80여 건을 법원에 송치해 약 750명을 기소했다.
단속 범위는 카지노와 범죄 거점으로 의심되는 시설 전반으로 확대됐다. 카지노 91곳이 폐쇄됐고, 전국 1만 50곳에 대한 행정 점검이 이뤄졌다. 아울러 75개국 출신 약 8만 명의 외국인이 조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국제 범죄 네트워크 전반을 겨냥한 수사망이 크게 확장됐다. 체류 조건을 갖추지 못한 외국인 약 22만 명도 자진 출국 방식으로 강제 추방됐다.
현장 압수도 대규모로 진행됐다. 경찰당국의 합동 수사로 범죄에 사용된 휴대전화 약 4만 3000대와 컴퓨터 1만 1000대가 압수됐으며, 조직 운영 기반을 겨냥한 후속 조치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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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1일 중국으로 강제 송환된 후이원 그룹 회장 리 슝은 1월 7일 캄보디아 국적 박탈 후 중국에 강제 송환된 프린스 그룹회장 천즈의 범죄 조직과 연관된 핵심 인물 중 한 명이다. |
| ⓒ 캄보디아온라인사기대응위원회 |
국제 공조도 강화됐다. 지난해 10월 말 이재명 대통령과 훈 마넷 총리 간 쿠알라룸푸르 정상회담 이후 한국인 대상 범죄 대응을 위한 양국 합동수사팀 '코리아 전담반'이 가동됐다. 이후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인 범죄자 130여 명이 국내로 송환됐다. 중국 공안 역시 현지 경찰과 합동수사에 참여하며 국제 공조 범위는 확대됐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만으로는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에서 활동 중인 한국 수사 관계자들은 핵심 구조가 여전히 해체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코리아 전담반 출범 이후 상당수 조직원은 검거됐지만, 총책 등 핵심 인물들은 여전히 국경 지대나 제3국에 은신해 있다"며 "최근 도심 한복판에서도 조직원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목격되는 등 조직의 완전 와해와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스캠 범죄 형태 자체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과거 대형 시설을 거점으로 한 집단형 구조는 줄어드는 대신 주택가·아파트·창고 등을 활용한 소규모 분산형 네트워크가 확산되고 있다. 영업을 중단한 무허가 카지노를 범죄 거점으로 활용하거나 점조직 형태로 별도 사무실을 운영하는 조직도 상당수 존재한다.
일부 조직은 단속을 피해 라오스 등 인접 국가로 이동하며 초국경 이동 전략을 강화하고, 핵심 배후 인물들은 제3국에 머물며 원격으로 조직을 지휘한다. 데이터 역시 해외 서버에 저장되면서 수사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현지 인력을 활용한 운영 방식도 증가하면서 내부 추적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또 다른 수사 관계자는 "당초 올해 하반기까지 한국인 범죄 조직 소탕 작전을 이어갈 계획이었지만 상황에 따라 내년까지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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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월 1일(현지시각) 수도 프놈펜 센속 지역에서 검거된 20여 명의 외국인 온라인 스캠 조직원들 |
| ⓒ 캄보디아국영통신(AKP) |
결과적으로 캄보디아 정부가 내세운 4월까지의 완전 척결 목표는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상태다.
캄보디아 정부는 그동안 자금세탁, 온라인 사기, 인신매매 혐의와 관련해 핵심 인물들을 중국으로 송환하는 등 강경 대응을 이어왔다. 지난 1월 초 프린스그룹 천즈 회장을 중국으로 강제 송환한 데 이어, 이달 1일에는 후이원그룹(Huione Group) 리 슝 회장까지 추가로 송환했다. 이는 '범죄도시 국가'라는 국제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고, 온라인 범죄 근절 의지를 대외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하지만 현지 전문가들은 범죄 네트워크가 국경을 넘어 금융·통신·인력 이동 구조와 결합된 복합 생태계로 확장돼 있어 개별 단속이나 특정 조직 해체만으로 전체 구조를 흔들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특히 단속이 강화될수록 조직은 분산형으로 재편되고 운영 거점과 자금 흐름은 더욱 은밀하게 관리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스캠 네트워크가 이미 10년 이상 뿌리내렸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디지털 범죄 구조로 빠르게 재편됐다고 단속 성과와 별개로 전체 생태계 자체를 해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과거 지역 기반 조직과 달리 현재 스캠 네트워크는 금융, 통신, 인력 이동, 데이터 서버가 분리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물리적 단속만으로는 붕괴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개별 조직을 적발하는 단계와 범죄 생태계 전체를 무너뜨리는 단계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정부가 기대하는 단기 성과 중심의 접근으로는 한계가 분명하고, 이 문제는 장기전을 전제로 한 구조적 대응 전략으로 재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지 교민사회에서도 비슷한 인식이 이어지고 있다. 한인회 관계자는 "온라인 범죄조직 완전 척결 의지가 강조됐지만, 권력층과 범죄 조직 간 복잡한 유착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속 중심 정책만으로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구조적 한계가 확인된 가운데 훈 마넷 정부는 4월까지 온라인 스캠 범죄 '완전 척결' 목표를 현실적으로 달성하지 못하며 또 한 번 과제 앞에 섰다. 이에 따라 캄보디아의 부정적 이미지 해소와 국제사회 신뢰 회복은 단기간에 이루기 어렵고, 훈 마넷 총리의 정치적 부담과 리더십에도 일정 부분 타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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