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총리까지 나서… 고위 경찰 아들 뺑소니 참극의 전말

박정연 2026. 4. 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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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고위직 아들, 임산부 포함 6명 숨져… 전국적 분노 속 시험대 오른 캄보디아 사법 시스템

[박정연 기자]

 지난 3월 27일(현지시각) 캄보디아 북서부 바탕방주에서 발생한 뺑소니 차량 사고로 현지 주민 가족 6명이 사망했다.
ⓒ 크메르타임스 관련 기사면 캡쳐
캄보디아 북서부 바탐방주에서 지난 주 발생한 대형 뺑소니 사건이 단순 교통사고를 넘어 '법 앞의 평등'이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임산부를 포함한 6명이 숨진 참극, 가해자가 경찰 고위 간부의 아들이라는 사실, 그리고 유가족을 향한 '모욕적 보상 제안'까지 겹치며 전국적 비난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크메르타임스>를 비롯한 현지 주요 매체들도 연일 관련 보도를 이어가며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

사건은 지난 27일 밤(현지 시각) 바탐방주 도로변에서 발생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20세 청년이 고급 승용차로 오토바이 두 대에 나눠 타고 이동하던 가족을 뒤에서 들이받았다.

이 충격으로 현장에서 5명이 숨졌고, 또 다른 7세 어린이 1명은 중상을 입었다. 사망자 가운데는 임산부도 포함돼 있어, 현지 매체에서는 태아를 포함해 6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사고 직후 가해자는 현장을 벗어나며 전형적인 뺑소니 양상을 보였다. 이후 사건은 현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고, 가해자가 고위 경찰 간부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이 쏟아졌다. 온라인에서는 "또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는 불신이 빠르게 퍼졌다.

실제로 초기 대응 과정에서는 의혹이 빠르게 커졌다. 가해자의 행방은 한동안 파악되지 않았고, 아버지 역시 "아들의 소재를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훈 마넷 총리는 엄정 수사를 지시 했고, 사르 소카 내무부 장관은 출국 금지 조치와 계좌 동결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사건을 엄중히 다루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 고위층의 강경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간이 흐를수록 사태는 진정 국면에 접어들기는커녕 더욱 논란이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훈 마넷 총리까지 직접 나서 지시... "전면 수배, 반드시 검거하라"
 훈마넷 총리 특별 검거 지시
ⓒ 캄보디아총리실
총리의 강력한 지시 하달에 현지 경찰은 CCTV 분석과 이동 경로 추적을 전면적으로 실시했고, 사고차량 번호판을 단 차가 프놈펜에서 바탐방으로 이동한 사실을 마침내 확인했다. 이후 조사 과정에서 경찰청 고위 관계자의 아들인 용의자가 실제 운전자라는 점도 최종 특정됐다.

이 같은 압박 속에서 반테이 민떼이주 경찰청 부청장(준장)의 아들인 용의자는 사건 발생 수일 만인 지난 1일 오후 바탐방주 경찰서에 자수했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자신이 운전자였음을 인정했고, 곧바로 검찰에 송치됐다.

하지만 사건은 여기서 진정되지 않았다. 가해자 가족의 어이없는 대응은 더욱 화를 키웠다.

"우리 생명이 당신의 핸드백 값 만도 못하냐"… 보상 발언이 키운 유가족들의 분노

유가족 측에 따르면, 가해자 부모는 경찰서에서 배상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1만 달러(한화 약 1500만 원)도 내게는 너무 많다. 내 차는 망가졌고, 아들은 감옥에 가게 됐다"고 토로하는가 하면 "1만 달러도 장례를 치르기에는 충분하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피해자 유가족은 강하게 반발했다. 희생자 중 한 명의 여동생인 멘 스레이니앙은 "그들은 우리의 생명을 하찮게 보고 있다"며 "그 발언 자체가 우리 삶 전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다.

현지 주요 매체 <크메르타임스>가 지난 2일 공개한 유가족과 가해자 어머니 간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가해자 어머니는 차량 파손과 아들의 구속 가능성을 언급하며 자신들의 피해 상황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유가족은 "우리 가족의 목숨이 그들의 핸드백 하나 값에도 못 미치는 것처럼 취급됐다"고 분노했다.

현재까지 양측은 어떠한 합의에도 이르지 못한 상태로 알려졌다. 유가족은 "어떤 금액도 생명을 되돌릴 수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사건의 중대성에 걸맞은 책임 있는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권력층에 대한 누적된 강한 불신과 현지 사회의 구조적 모순
 유가족들이 장례 행사를 치르고 있다
ⓒ 크메르타임스 뉴스 캡쳐
한편 현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이 권력층과 일반 시민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에 대한 불신을 다시 끄집어낸 사례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교민 언론인 윤기섭 씨는 "이 같은 평가의 배경에는 사회적 약자들의 피해 의식과 그동안 축적돼 온 권력층에 대한 불신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캄보디아에서는 고위층 자녀나 권력 인사가 연루된 사건이 제대로 처벌되지 않거나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만큼, 이번 사건 역시 초기 수사 과정에서 용의자 검거가 지연된 것을 두고 '시간을 벌기 위한 조치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맞물려 이번 뺑소니 사망사고의 처벌 수위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캄보디아 현행법상 가해자는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으나, 사망자가 6명에 달하는 이번 사건의 규모를 고려하면 "처벌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부 시민단체와 현지 전문가들은 "단순 과실로 보기 어려운 중대한 인명 피해"라며 보다 엄정한 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음주 여부조차 아직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점은 여전히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논란의 배경에 개별 사건을 넘어선 법 체계 자체의 구조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캄보디아 도로교통 관련 규정에는 뺑소니 사고를 별도로 가중 처벌하는 조항이 충분히 정비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교통사고는 일반 형법과 도로교통 규정의 틀 안에서 처리되며, 사망자 수나 도주 여부 같은 핵심 요소가 형량에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기준 역시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실제 형사재판 과정에서는 자수 여부나 반성 태도 등이 양형 판단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이번 사건에서 가해자의 자수 경위가 최종 형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런 법적·제도적 논란 위에서 이번 사건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결과보다 '과정'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고 이후 도주 정황, 늦어진 자수, 유가족과의 접촉 과정, 그리고 최고 권력의 개입 이후 급격히 진행된 수사 흐름 등이 맞물리며 국민적 불신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총리가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면 수사가 과연 이 정도 속도로 진행됐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결국 이번 사건은 한 개인의 무책임한 운전을 넘어, 캄보디아 국가 시스템 전반을 향한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법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는가'라는 오래된 물음이 다시 제기된 셈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캄보디아에서 법이 권력층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지를 시험하는 사건이 됐다. 최종 처분 결과뿐 아니라 수사와 재판의 전 과정이 사법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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