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충실의무 증명하라"…이마트·신세계푸드 주식교환, 무엇이 부족했나

이규선 기자 2026. 4. 3. 14:5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마트[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이마트와 신세계푸드가 추진 중인 주식의 포괄적 교환에 제동이 걸렸다. 법무부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뒤, 상장사 간 지배구조 개편에 새로운 심사 잣대가 엄격하게 적용되는 첫 사례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이마트가 제출한 주식교환 증권신고서와 신세계푸드의 주요사항보고서에 기재 정정을 요구했다. 양사 이사회가 지배주주의 이익뿐 아니라 일반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보호하기 위해 실질적인 조치를 취했는지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무부가 이사 주주충실의무 가이드라인을 공개한 이후 첫 번째로 신고서가 들어온 사례"라며 "설명이 더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정정명령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2월 25일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를 골자로 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조직개편 시 이사회가 준수해야 할 공정성 강화 조치로 ▲독립적 사외이사로 구성된 특별위원회 설치 ▲독립적 외부전문가 검토 ▲주주에 대한 충실한 정보 제공을 명시한 바 있다.

가장 큰 지적을 받은 대목은 특별위원회의 '실질성'이다. 양사 특별위원회는 모두 2월 11일에 설치돼 이사회 결의일인 3월 10일까지 약 한 달간 활동했다. 총 3차례 위원회를 열었다고 밝혔지만, 회차별 안건과 논의 내용, 위원 개인별 의견 개진 내역 등은 증권신고서에 상세히 담기지 않았다.

가이드라인이 특별위원회와 관련해 주주에게 공개하도록 권고한 ▲위원의 독립성 및 전문성 ▲부여된 권한과 활동 내역 ▲거래 조건·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판단 근거 ▲이사회의 수용 여부 등이 양사 공시에는 모두 미흡한 실정이다.

이는 같은 시기 유사한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하며 금감원의 정정 요구를 소화해 낸 현대지에프홀딩스·현대홈쇼핑(이하 '현대 측') 사례와 대비된다. 현대홈쇼핑은 이사회 결의 약 9개월 전인 2025년 5월부터 선제적으로 특위를 가동했고, 정정신고서에 11~13개 항목의 단계별 점검 체크리스트를 표로 정리하며 사외이사 개인별 발언까지 직접 인용했다.

외부전문가 검증의 투명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가이드라인은 "독립적 외부전문가의 선정 이유와 검토 의견을 주주에게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한다. 그러나 이마트와 신세계푸드의 특별위원회는 각각 별도 회계법인과 법무법인을 선임했다고만 밝혔을 뿐, 자문사 명칭과 선정 경위, 투입 인원, 수행 기간 등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주주로서는 해당 자문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판단할 길이 없는 셈이다.

반면 현대 측은 자문사 5곳(안진·삼도회계법인, 법무법인 화우·세종·김앤장)의 명칭과 투입 인원은 물론 총 투입 시간까지 공시했다. 안진회계법인의 컨설팅에만 7명이 약 1천678시간을 투입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주주 소통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이마트 측의 주주 소통은 "홈페이지에 IR 담당 부서 연락처를 공개했다", "정기주총 안건 논의 시 설명할 예정"이라는 수준에 그쳤다.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은 소수주주가 71%(약 104만 주)에 달하는 상황에서, 실질적 소통 없이 주주총회 승인만 구하는 것은 가이드라인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 역시 주식교환 발표 후 접수된 27건의 주주 문의를 표로 정리하고, FAQ 전용 사이트 개설과 합동 주주 간담회 일정까지 명시한 현대 측과 대조적인 행보다.

이와 함께 합병가액 산정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지적도 나온다. 전일 국회 토론회에서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마트-신세계푸드 사례를 짚으며 "회사의 가치는 반드시 주가와 일치하지 않는데, 합병가액의 기준이 오로지 시가에 맞춰져 미래 수익 등 다양한 요소가 반영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다양한 평가 방법을 쓰고 왜 이 방식이 주주에게 유리한지 기업이 설명하도록 하는 게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강조했다.

이번 정정 요구로 양사의 합병 일정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신세계푸드는 임시주주총회를 4월 30일, 주식교환일을 6월 8일로 예정하고 있으나 증권신고서 효력이 발생하지 않으면 주주총회 자체를 열 수 없다. 현대 측이 최초 제출(2월 12일)부터 정정 효력 발생까지 약 7주가 걸린 만큼, 이마트 측 역시 현행 일정을 맞추기가 빠듯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지에프홀딩스 정정 사례가 사실상 새로운 공시 기준이 된 셈"이라며 "금감원이 상세한 소명을 요구하는 만큼, 차후 대주주만을 위한 무분별한 상장폐지나 합병은 추진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kslee2@yna.co.kr<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opyright © YONHAPINFOMA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