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미동맹 일방적 수혜 누려왔다"는 <조선> 칼럼 유감

박성우 2026. 4. 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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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비평] 한미동맹은 국익 위한 '수단'이지, '목적' 아냐

[박성우 기자]

 3일 <조선일보>에 실린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의 칼럼
ⓒ <조선일보>
3일 <조선일보>에 실린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의 칼럼을 읽고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40년 가까이 대한민국 외교의 최전선에서 국익을 위해 분투해왔을 전직 외교관의 글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시종일관 미국의 시각에서 한국을 질책하는 '사대주의적' 논리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은 공짜인가, 트럼프가 묻는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 이사장은 한국이 "지난 70여 년간 한미동맹의 일방적 수혜를 누려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다른 강대국과 달리 동맹국의 주권을 위협하거나 영토와 이권을 탐하지 않았으며, 동맹국들에 막대한 무상 원조와 군사적 보호를 제공했다"며 "한국은 그 대표적 사례"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한국에 무상 원조와 군사적 보호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냉전시기 공산 세력의 확장을 막기 위한 미국의 전략적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지, 동맹국에 베푼 시혜가 아니었다. 미국이 한국을 지킨 것은 그것이 곧 미국의 국가 이익에 부합했기 때문일 뿐, 이 이사장의 주장처럼 '이권을 탐하지 않는 관대함'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한국이 일방적 수혜를 누려왔다는 것은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발언이다. 미국이 일으킨 베트남 전쟁에 한국은 대규모 병력을 파병해 5천 명이 넘는 군인이 전사하고 1만 2천 명이 다쳤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미국의 중동 전략에도 매번 힘을 보태왔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방위비 분담금과 세계 최대 규모의 해외 미군 기지를 건설해 제공했다. 게다가 한국은 세계 최대의 미국산 무기 수입국 중 하나이기도 하다.

냉전이 종식된 오늘날에도 미국은 한국이라는 전략적 요충지를 통해 동북아시아의 패권을 유지하며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막대한 지정학적 이익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이 이사장은 한국이 지불해 온 유무형의 막대한 비용은 외면한 채, 한국을 마치 '공짜로 안보를 구걸하는 나라'처럼 묘사했다.

안보 위협은 고스란히 우리 국민의 몫인데...

이 이사장은 "한국이 미국과 그 적국들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에 안주한다면 동맹의 신뢰 기반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한국은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에 개입되기를 거부하고 있고, 최근 동중국해에서의 한·미·일 공군 연합 훈련에 불참했고,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요청에도 불응했다"고도 비판했다.

그렇다면 한국이 대만 문제에 개입하고,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해야 한다는 얘기인가?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이 미국의 전위대로 전락해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파탄 낼 경우, 그로 인한 경제적 타격과 안보 위협은 고스란히 우리 국민의 몫이 되는 걸 모르는가.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은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동맹국 전체가 미국의 요청을 무시하고 있다. 최소한의 이치에도 맞지 않는 요구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은 국익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을 거래로 본다면, 우리 역시 철저하게 국익의 관점에서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을지 계산하는 영민한 외교를 펼쳐야 한다.
 1971년 박정희는 주한미군 병력을 2만 명 감축한다는 미국의 통보에 관한 특별담화문에서 "우리는 주한 미군이 언제까지나 무한정으로 이 땅에 주둔해 줄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우리의 국토는 일차적으로 우리가 지키자는 것이 바로 내가 말하는 자주국방의 기본 정신이며 자세"라며 미국에 의지하지 말고 자주국방을 실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
이 이사장은 "호시절은 갔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이 과거의 기억에 젖어 동맹조약 상의 상호주의적 의무도 도의적 협력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호주의를 따지자면 한국과 일본, 유럽 등 동맹국을 향해 가혹한 관세 협정 등을 강요하고, 동맹국의 경제적 타격 따윈 개의치 않은 채 일방적인 전쟁을 일으키곤 뒤처리는 동맹국에 일임하는 미국의 행보부터 지적해야 한다.

이 이사장 말대로 미국은 분명 달라졌다. 트럼프 행정부 아래 미국은 더 이상 자유민주주의라는 명분도, 동맹국을 향한 최소한의 존중도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한미동맹만이 우리가 살 길이라며 미국의 요구에 무조건 응하는 굴종적 외교가 아닌 동맹의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대한민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자주적 외교가 절실하다.

1971년 박정희는 주한미군 병력을 2만 명 감축한다는 미국의 통보에 관한 특별담화문에서 "우리는 주한 미군이 언제까지나 무한정으로 이 땅에 주둔해 줄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우리의 국토는 일차적으로 우리가 지키자는 것이 바로 내가 말하는 자주국방의 기본 정신이며 자세"라며 미국에 의지하지 말고 자주국방을 실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보수 진영이 존경해 마지않는 박정희가 미국에 대한 의존 대신 자주국방을 외친 지 어언 반세기가 넘게 흘렀다.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춘 당당한 주권국가다. 그럼에도 우리 보수 진영은 여전히 미국의 눈치를 국익보다 우선시한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미국의 국익을 위해 한국의 국익을 포기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떠들고 있다.

보수의 가장 기본 가치는 '애국'이다. 미국의 '마가(MAGA·다시 미국을 위대하게)'를 비롯한 전 세계 우파 세력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이유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한국의 보수 진영에서는 '애국'이 보이지 않는다. 보수가 애국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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