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佛, 22년 만에 관계 격상…李·마크롱 "중동 위기 공동 대응"

임철영 2026. 4. 3.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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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정상, 정상회담 뒤 공동언론발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새 틀…호르무즈 해상수송로 협력도 확인
AI·원전·양자·해상풍력 협력 확대
2030년 교역 200억달러 목표 제시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일 한·프랑스 관계를 22년 만에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중동 전쟁이 불러온 경제·에너지 위기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양 정상은 원자력 및 해상풍력 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호르무즈 해협 내 안전한 해상수송로 확보를 위해서도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양국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했다"며 "글로벌 과제에 대한 공동 대응을 한층 더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프랑스가 관계 격상에 합의한 것은 2004년 '21세기 포괄적 동반자 관계' 수립 이후 처음이다. 프랑스는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유럽연합(EU) 핵심국으로, 이번 격상은 전통적 우호 관계를 넘어 안보·경제·기술 협력을 포괄하는 전략 협력의 틀을 새로 짰다는 의미가 있다.

양 정상은 이날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3개 협정을 개정했으며, 11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회담의 구체적 성과로 경제 협력 확대, 첨단과학·미래산업 공동 성장, 문화·인적교류 확대, 글로벌 현안 공조 강화를 제시했다.

우선 경제 분야에서 양국은 교역과 투자를 더 늘리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양국 교역액이 150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면서도 "여기서 만족할 수 없다"며 2030년까지 20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프랑스 산업가스 기업 에어리퀴드의 약 35억달러 규모 한국 투자도 거론하며 신산업 분야 상호 투자와 투자기업 고용 확대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현재 4만명 수준인 양국 투자기업 고용 규모를 향후 10년간 8만명 수준으로 늘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도 했다.

첨단산업 협력도 강화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체결된 '인공지능(AI)·반도체·양자 분야 협력 의향서'와 장관급 '과학기술공동위원회'를 거론하며 미래산업 분야 신성장 동력을 마련할 발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한국수력원자력과 프랑스 오라노·프라마톰 간 MOU, 한수원과 프랑스전력공사(EDF) 간 MOU를 통해 원전 연료 공급 안정과 글로벌 원자력 시장 공동 진출, 해상풍력 산업 협력 기반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양 정상은 우주·방위산업 등 미래 안보 분야 협력 확대에도 뜻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앞서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기고에서도 AI와 원자력, 우주 산업을 핵심 협력 분야로 제시한 바 있다.

문화와 인적 교류도 확대하기로 했다. 양 정상은 '인적교류 100만명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 아래 e스포츠 등을 포함하는 문화기술 협력, 워킹홀리데이 협정 개정, 항공협정 개정 작업, 어학 보조교사 교류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 내 프랑스어, 프랑스 내 한국어 학습자를 2035년까지 각각 10만명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무엇보다 이날 발표에서 눈에 띈 대목은 중동 전쟁 대응 공조였다. 이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과 저는 중동전쟁이 야기한 경제 및 에너지 위기에 공동 대응하고자 정책 경험과 전략을 공유하고,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자력과 해상풍력 협력을 통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호르무즈 해협 내 안전한 해상수송로 확보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의지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 안전 확보를 위한 국제 공조에 동참하고, 프랑스 역시 외교적 해법과 항행 안전을 강조하고 있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양 정상은 공감대를 이뤘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가 동북아와 유럽을 넘어 전 세계 평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깊이 공감했다고 소개했다. 또 프랑스가 한국 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일관된 지지를 보내고 있다며, 남북 간 대화와 협력 재개를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마크롱 대통령이 오는 6월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자신을 정식 초청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을 "프랑스가 G7 의장국으로서 국제사회의 경제적 불균형 해소와 국제 파트너십 개혁을 위해 리더십을 발휘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는 140년 동안 탄탄하게 쌓인 양국의 깊은 우정을 확인하고 새로운 140년의 기회를 만들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다졌다"며 "양국이 더 깊이 연결될수록 양국 국민의 삶은 풍요로워지고 미래 세대는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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