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닮은 나무는 어떤 나무일까" 물었더니, 아이들이 달라졌다

김성재 2026. 4. 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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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의 옥길새길중학교 3학년, 생태감수성 학교숲 모니터링 현장 르포 1

[김성재 기자]

2024년 한국의 연평균 기온은 14.5℃를 기록했다. 113년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였으며, 30년 전 평균보다 2℃ 이상 높아진 수치다. 오송 홍수, 강릉 가뭄... 이상기후는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경기도민 여론조사(2025년, 18세 이상 2000명)에서 89%가 기후위기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했다. 위기는 이미 숫자로, 몸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위기를 '안다'는 것과 '느낀다'는 것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묻는 설문에 체크하는 것과, 매일 지나치는 나무 한 그루의 상태를 알아채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부천환경교육센터와 부천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협력하여 진행한 부천옥길새길중학교의 이번 수업은 '아는 것'에서 '느끼는 것'으로의 전환을 시도한다.
▲ 수업 옥길새길중학교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 김성재
나와 닮은 나무가 있다면

3월 12일, 부천옥길새길중학교의 3학년 환경 수업 시간을 대신해 생태감수성 수업이 시작됐다. 박은미 <부천환경교육센터>사무국장(이하 강사)이 슬라이드를 띄웠다. 첫 질문은 의외였다.

나와 닮은 나무가 있다면 어떤 나무일까.

MBTI 유형처럼 각 나무의 특성을 반영하여 분류된 나무들이 화면에 펼쳐졌다. 아이들이 슬라이드와 강사를 번갈아 쳐다봤다. 나무 이야기를 이런 방식으로 들을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이 질문은 자연을 '밖에 있는 대상'이 아니라 '나와 유사한 생명'으로 인식하게 하는 첫걸음이었다. 수업은 처음부터 지식 전달이 아니라 관계 맺기로 시작됐다.

슬라이드가 넘어갔다. SDGs, 생태계 서비스, 기후위기 등 개념들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강사가 물었다. "우리 학교에 여러분이 제공받는 생태 서비스가 있을까요?" 정적이 이어진다. 아직 생태 서비스가 어떤 것인지 학생들에게 와닿지 않는 것 같다.

이어 부천시에 대한 데이터들이 나온다. 불투수면 비율 데이터, 인구밀도, 녹지율 최저 등 삭막한 부천의 환경을 보여준다. 아이들이 생태 서비스가 무엇인지 말하지 못했던 배경을 알 수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은 나무 한 그루가 무엇을 하는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개념과 이론 수업이 끝나고 드디어 아이들이 기대하던 교실 밖으로 나가는 활동이 시작됐다. 왁자지껄. 그런데 생각보다 쌀쌀했다. 여기저기서 "춥다"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말랐다"

새길중학교는 개교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학교가 들어서려면 땅을 뒤엎어야 한다. 기존의 흙과 뿌리들이 걷혀 나가고, 새 터 위에 나무들이 심긴다. 운동장 가장자리와 화단의 나무들은 잎이 없었고 줄기는 얄상했다. 3월의 햇살 아래, 아직 이 땅에 뿌리를 내리는 중인 나무들이었다.
▲ 나무의 흉고를 재고 있다. 나무의 흉고를 재고 있다.
ⓒ 김성재
한 학생이 나무를 바라보다 말했다.
"말랐다." — 한 3학년 학생

짧은 한마디였지만, 이 수업이 어떤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배움을 제공하는지 알게 해준다. 밖으로 나온 아이들은 교과서에서 배운 '광합성'이나 '증산작용' 같은 용어가 아니라, 자기 몸의 감각으로 나무의 상태를 표현한다. 강사는 첫 번째 수업을 이렇게 회상했다.
"나무의 상태를 학생의 감각으로 정직하게 읽어낸 것이기에, 감각을 이용하여 관찰하는구나 했습니다."

이어 학생들에게 수고측정기를 나눠준다. 나무의 키를 재는 도구였다. 아이들이 처음엔 어색하게 쥐었다. 기구를 나무 쪽으로 겨누고 각도를 읽고, 삼각비 공식에 대입해 높이를 계산하는 과정이었다. 측정 과정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다. 나무의 키를 재려면 먼저 자기 자신의 눈높이를 알아야 한다. 삼각비는 관측자의 눈높이를 기준으로 나무의 높이를 도출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교실에서 배웠던 삼각비로 나무를 측정하는 순간, 나와 나무가 연결되는 느낌이 든다. 이것이 아이들로 하여금 생태감수성을 자연스럽게 함양하게 하는 설계 중 하나였을 것이다.
▲ 나무에 이름을 달고 있다. 아이들이 나무에 이름을 달아주고 있다.
ⓒ 김성재
측정을 하던 중 한 학생이 손을 들고 물었다.
"관목이 나무예요?" - 3학년 학생

관목은 나무다. 키가 작아서 나무처럼 안 보일 뿐이다. 학교 곳곳에 아이들이 매일 스쳐 지나가던 낮은 나무들이 있었다. 한 번도 나무라고 생각해본 적 없었던.

강사는 학생들에게 말했다. 지금 이 앙상한 나뭇가지의 수관폭을 재고, 앞으로 학교 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변해가는지 지켜보자고. 곧 따듯해지면 싹을 틔우고 여름에 푸르러지며 가을에 단풍이 들고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낙엽을 떨어뜨리고 최소한의 에너지로 겨울을 버텨내는 나무를 살펴보자고 말이다. 앙상한 나무도, 낮은 나무도, 잎을 피우지 못한 나무도, 심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적응 중인 나무도 모두 아이들의 시선과 연결된다.

덧붙이는 글 | '생태감수성 교육'은 부천형 ESD(지속가능발전교육)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부천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부천교육지원청, 공공학교, 시민사회, 부천시'가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의 일부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학교자율시간 도입으로 ESD를 정규 교육과정에 실질적으로 구현해야 함에 따라 부천에서는 2024년부터 ‘SDGs 실천교실’이란 타이틀로 '생태감수성, 토종씨앗, AI혁신기술, 공정무역, 윤리적소비, 세계시민교육' 등을 담아내 시범적으로 교육 현장에 적용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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