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굽는 타자기]얼룩말은 좋겠다, 스트레스가 없어서

어강비 2026. 4. 3. 11:1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다루는 책은 넘쳐난다.

하지현의 신작 '스트레스는 어떻게 나를 바꾸는가'는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스트레스를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전제하지 않고, '자원을 동원하는 반응'으로 바라본다.

스트레스의 양면성이나 인식의 중요성은 이미 수없이 반복된 주장이기에, 이 책이 완전히 새로운 지형을 개척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나를 바꾸는가
예측불가 시대 스트레스는 일상
선악 문제 아닌 작동방식으로 여겨야
사라지지 않는 스트레스
바로 바로 털어내는 얼룩말처럼
짧게 감당하고, 빨리 벗어나야
AI 생성 이미지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다루는 책은 넘쳐난다. 이 주제만큼 꾸준히 쏟아져 나오는 분야도 드물다. 제목은 조금씩 다르지만 몇 권만 훑어봐도 기시감이 드는 이유는, 결국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새로울 것이 없다는 예감, 그럼에도 다시 집어 들게 되는 묘한 반복. 어쩌면 우리는 답을 찾기보다 같은 질문을 다른 목소리로 확인받고 싶은 쪽에 더 가까운지도 모른다.

최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일상에서 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답한 이가 38.4%에 달했다. 놀라운 수치는 아니다. 스트레스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 이제는 기본값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한때 인간은 눈앞의 위협에 반응하고 빠르게 회복하도록 진화했지만, 오늘날 우리를 둘러싼 환경의 범위는 개인이 조절하거나 예측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확장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가 우리 경제를 흔들고, 러우전쟁과 미·중 관계는 환율과 유가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일상에 실시간으로 또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예측 불가능한 시대, 평온하게 살다 생을 마칠 확률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하지현의 신작 '스트레스는 어떻게 나를 바꾸는가'는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스트레스를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전제하지 않고, '자원을 동원하는 반응'으로 바라본다. 음식을 잘못 먹어 배가 아플 때나 직장 상사와의 갈등으로 화가 날 때뿐 아니라, 좋은 일로 가슴이 두근거릴 때도 우리 몸은 동일한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경험한다고 본다. 스트레스를 선악의 문제로 나누거나 감정적 위로와 단순한 낙관에 기대는 대신, 하나의 작동 방식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다. 이 점이 이 책을 다른 심리 교양서들과 구분 짓는 지점이기도 하다.

인간과 동물의 스트레스 차이를 '지속성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포식자인 사자를 피해 달아나는 얼룩말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지만, 그 상황이 끝나면 스트레스 역시 곧 사라진다. 반면 인간은 이미 지나간 순간과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끊임없이 호출하며, 자신을 같은 자리에 붙들어 둔 채 반복해서 재생한다. 우리를 지치게 하는 것은 사건의 크기가 아니라 그것을 반복하는 방식이며, 문제는 강도가 아니라 지속성이다. 이 단순한 통찰이 삶의 균형을 조금은 바로잡아 줄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인식이 신체를 바꾼다는 대목이다. 같은 상황에서도 그것을 위협으로 받아들이는지, 감당 가능한 자극으로 해석하는지에 따라 몸의 반응은 달라진다. 인식은 선택이라기보다 훈련에 가깝고, 반응은 의지보다 더 오래된 층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비교적 솔직하게 드러낸다.

스트레스의 양면성이나 인식의 중요성은 이미 수없이 반복된 주장이기에, 이 책이 완전히 새로운 지형을 개척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이 책의 가치는 그 반복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다. 과장하지 않고, 위로에 기대지 않으며, 임상이라는 구체적인 시간 위에서 천천히 다져냈다. 이 절제된 태도가 독자를 끝까지 붙들어 둔다.

불안이라는 거대 담론에 대한 결론은 의외로 소박하다. 스트레스를 억지로 없애려 하지 말 것,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할 것. 스트레스가 사라지지 않는 조건이라면, 남는 것은 그것과 맺는 관계다. 이 책은 그 관계를 극적으로 바꾸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조금 덜 소모적인 방식, 조금 더 자각적인 거리로 물러서는 법을 제안한다. 그 미묘한 거리감이야말로 우리가 스트레스와 함께 살아가는 가장 현실적인 방식일지도 모른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나를 바꾸는가 | 하지현 지음 | 어크로스 | 384쪽 | 19800원

어강비 기자 uhkb86@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