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교량폭파 영상 게재에 다시 불붙은 유가(종합)

뉴욕 특파원=황윤주 2026. 4. 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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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에 신속한 종전합의 압박
이란, 오만과 호르무즈 통행규칙 협의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올린 이란 교량 폭파 모습. 트루스소셜 영상 캡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군의 이란 교량 폭파 영상을 올리자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국민연설에서 밝힌 대대적인 공세가 시작됐다는 전망에 원유 수급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연안국인 오만과 협의해 통행규칙을 세울 예정이라는 소식과 각국 장관들이 해협 봉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모였다는 얘기에 상승 폭은 제한됐다. 그러나 미국의 대이란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유가는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교량 폭파 영상 올린 트럼프…합의 압박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이란 내 핵심 교량인 테헤란 서부 카라지 인근의 B1 교량이 폭격당하는 영상을 게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과 함께 "이란 최대의 다리가 무너져 다시는 사용할 수 없게 됐고 더 많은 일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란이 너무 늦기 전에,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기 전에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민연설에서 "이란을 2~3주간 대대적으로 공격하겠다" 이란 인프라시설에 대한 고강도 공세를 경고한 바 있다.

이란에서는 해당 교량 폭파로 최소 8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파르스통신은 "B1교량 폭격으로 8명이 사망하고 9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며 "1차 공격으로 최소 2명이 사망했으며 이어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구조대원들이 현장에서 구호작업을 벌이던 도중 2차 공격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선언을 기대하며 하락세를 보였던 국제유가는 일제히 폭등세로 돌아섰다. 이날 미국 서부텍사스산(WTI) 원유 5월 인도분은 전일대비 11.41% 급등한 111.54달러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였던 2022년 6월 이후 3년10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도 전일보다 7.78% 오른 109.03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국제유가 상승세에 다시 불이 붙은 가운데 미국의 휘발유가격도 급격히 오르고 있다. 미국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미 전역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4.081달러로 전월대비 36.1% 급등했다. 경유(디젤) 평균가격도 3.770달러에서 5.507달러로 46% 상승했다.

CIBC 프라이빗웰스의 레베카 배빈 선임 에너지 트레이더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과 빠른 철수를 시사하는 발언을 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 대국민 연설 발언은 그렇지 않았다"며 "상황은 긴장 완화보다 추가 확전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란이 오히려 유가 상승폭 제한…호르무즈 통행규칙 논의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유가 급등의 상한선을 그은 것은 이란이었다. 이란은 오만과 호르무즈 해협 통행규칙 제정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법무·국제기구 담당 차관은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과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이동은 평시에도 연안국인 이란과 오만의 감독 아래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오만과 새로운 규칙(프로토콜)을 작성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가리바바디 차관은 "이 사안은 아직 검토 단계에 있다"며 "정확한 통행료 수준을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도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방안을 본격적으로 모색한다고 밝혔다. 이날 영국의 주재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주제로 전세계 40여개국 외교장관의 화상회의가 개최됐으며 한국도 참여했다. 이베트 쿠퍼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우리는 오늘 모든 범위의 외교적, 경제적 수단과 압력의 집단 동원을 포함한 외교적, 국제적 계획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오늘 파트너들은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해협 재개방과 항행의 자유라는 기본 원칙의 존중을 촉구했다"고 강조했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는 3일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재개를 위한 결의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바레인이 발의한 이 결의안은 다른 걸프 아랍국가와 미국이 지지하며, 유엔 회원국에 상선 운항 보호에 "필요한 모든 방어 수단"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원래 "필요한 모든 수단"을 허용한다는 문구가 있었지만, 무력 사용을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하며 완화됐다. 중국과 러시아는 비토 권한을 가진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한국 국빈 방문 중 호르무즈 해협의 군사적 개방은 "비현실적"이라며 "막대한 시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을 이슬람혁명수비대의 해안 위협과 탄도미사일 위험에 노출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아시아 증시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날 오전 10시20분 기준 한국 코스피지수는 전장 대비 3.11% 오름세며, 일본 닛케이225지수(1.36%)와 토픽스지수(1.05%)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홍콩과 대만, 호주 등 금융시장은 이날 휴장했다.

일본 도쿄 소재 자산운용사 에셋매니지먼트 원의 아사오카 히토시 수석전략가는 블룸버그통신에 "미국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도 개선이 아시아 지역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유가가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더라도 부분적으로 정상화된다면 유동성 측면에서 반등할 여지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군사작전이 계속 될 전망이어서 유가 불확실성은 유지될 전망이다. 조지 에프스타토풀로스 피델리티인터내셔널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CNBC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국민연설에서 밝힌 이란 공세 발언은 장기적 불확실성을 초래했다"며 "휴전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다시 위험회피 심리로 돌아서면서 불확실성 해소 전까지는 유가 변동성이 극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 특파원=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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