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처럼 같은 해 세상 떠난 두 절친배우가 남긴 명작영화

정현목 2026. 4. 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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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영·매염방 주연 ‘연지구’ 국내 첫 개봉
장만옥·여명의 현실 멜로 ‘첨밀밀’ 재개봉
영화 '연지구'는 신분 차이로 인해 부부의 연을 맺을 수 없었던 진진방(장국영)과 기생 여화(매염방)가 50년이라는 시간을 초월해 다시 만나게 되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다. 사진 히스토리필름

벚꽃 만개한 봄날 극장가에 홍콩 영화의 아이콘 같은 남녀 배우의 전성기 시절 영화가 찾아왔다.

지난달 25일 함께 개봉한 장국영(장궈룽, 1956~2003)의 ‘연지구 디 오리지널 4K’(CGV 단독 개봉, 이하 ‘연지구’)와 장만옥(장만위·62)의 ‘첨밀밀’(롯데시네마 단독 개봉)이다.

두 배우 모두 이 작품으로 뛰어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홍콩 영화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로 거듭났다.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현실의 제약 때문에 이어질 수 없는 애절함의 정서 또한 두 영화의 공통점이다.


같은 해 별세한 두 배우의 판타지 로맨스 ‘연지구’

영화 '연지구'는 신분 차이로 인해 부부의 연을 맺을 수 없었던 진진방(장국영)과 기생 여화(매염방)가 50년이라는 시간을 초월해 다시 만나게 되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다. 사진 히스토리필름

관금붕(관진펑) 감독의 ‘연지구’는 신분 차이로 인해 부부의 연을 맺을 수 없었던 남녀가 50년이라는 시간을 초월해 다시 만나게 되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다. 홍콩 개봉(1987) 39년 만에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친 4K 버전으로 국내 관객과 처음 만나게 됐다.

1934년 홍콩의 기생 여화(매염방, 메이옌팡)는 부잣집 도련님 진진방(장국영)의 적극적 구애로 사랑에 빠지지만, ‘기생 출신을 며느리로 들일 수 없다’는 집안의 반대에 부딪힌다.

둘은 저승에서의 재회를 약속하며 동반 자살을 택하지만, 50년 후 약속한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연인을 찾기 위해 여화는 유령의 모습으로 80년대 홍콩을 다시 찾는다.

영화 '연지구'는 신분 차이로 인해 부부의 연을 맺을 수 없었던 진진방(장국영)과 기생 여화(매염방)가 50년이라는 시간을 초월해 다시 만나게 되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다. 사진 히스토리필름

‘영웅본색’(1986)으로 인기를 누리던 장국영은 절친 매염방 덕분에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 그리고 절제된 감정으로 비극적인 로맨스를 표현해내며 화려한 스타가 아닌, 배우로서 새로운 면모를 보여줬다.

‘연지구’에서의 열연 덕분에 장국영은 자신의 이름을 전세계 영화계에 확실히 각인시킨 대표작 ‘패왕별희’(1993)의 주연으로 발탁된다.

영화 '연지구'는 신분 차이로 인해 부부의 연을 맺을 수 없었던 진진방(장국영)과 기생 여화(매염방)가 50년이라는 시간을 초월해 다시 만나게 되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다. 사진 히스토리필름

‘연지구’에서 장국영이 경극 무대에 오르는 장면을 보고, 첸카이거 감독이 ‘패왕별희’의 두지 역을 제안한 것. 장국영의 더욱 깊고 섬세한 연기를 볼 수 있는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도 그의 기일에 맞춰 1일 롯데시네마에서 개봉했다.

홍콩의 스타 가수이자 배우였던 매염방도 장국영과 같은 해에 자궁경부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절친 장국영을 갑작스레 떠나보낸 충격이 병세를 더 악화시켰다고 한다. 두 배우가 거짓말처럼 같은 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영화의 서사가 맞물리며 관객들에게 더욱 애잔한 감성을 불러 일으킨다.


지금 봐도 여전한 울림 주는 현실 멜로 ‘첨밀밀’

영화 '첨밀밀'은 각자의 꿈을 안고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향한 두 남녀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이어가는 인연을 그렸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첨밀밀’(1996, 진가신 감독)의 주인공 소군(여명, 리밍)과 이요(장만옥)는 더 나은 삶을 찾아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이주한 이민자다.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고단하고 외로운 타향 살이에서 친구처럼 서로 의지하며 살아간다. 둘 사이를 더욱 가깝고 애틋하게 만들어 준 건 등려군의 노래 ‘첨밀밀’이다.

둘은 서로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지만, 각자 처한 현실 때문에 관계는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한다. 소군에겐 고향에 두고 온 약혼녀가 있고, 이요 또한 생계를 위해 현실적인 선택을 한다.

영화 '첨밀밀'은 각자의 꿈을 안고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향한 두 남녀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이어가는 인연을 그렸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첨밀밀'은 각자의 꿈을 안고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향한 두 남녀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이어가는 인연을 그렸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하지만 인연이라면 언젠가 반드시 만나게 되는 법.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던 둘은 얄궂은 엇갈림을 반복하다가, 머나먼 미국 뉴욕에서 기적 같은 재회를 한다.

중국 반환을 앞둔 90년대 홍콩의 불안정한 분위기, 일자리를 찾아 표류하는 이주민의 고된 현실을 배경으로 남녀 간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려낸 ‘첨밀밀’은 아시아 멜로 영화의 고전으로 꼽힌다.

시대의 공기를 로맨스 장르에 담아낸 빼어난 연출, 장만옥과 여명의 설득력 있는 연기, 서사를 관통하는 OST ‘첨밀밀’ 등 세 박자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현실 멜로다.

97년 국내 첫 개봉 때는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OST의 인기와 더불어 많은 영화 팬들의 인생 멜로 영화 리스트에 올라 있다. 국내 개봉은 2016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영화 '첨밀밀'은 각자의 꿈을 안고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향한 두 남녀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이어가는 인연을 그렸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아비정전’(1990) ‘화양연화’(2000) 등에도 출연하며, 홍콩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로 군림한 장만옥은 전 남편인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영화 ‘클린’(2004)으로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지만, 이후 작품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홍콩과 유럽을 오가며 소박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GV 황재현 전략지원 담당은 “‘연지구’의 경우 20~30대 관객이 중년 관객보다 더 많다”며“명작 고전 영화들이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사랑 받는 건 결국 스토리의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현목 문화선임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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