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이야? 민주당이야?... 빨간색 사라진 '국민의힘 파란 현수막'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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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명 우리 지역의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인 경대수 위원장의 현수막인데 더불어민주당의 당색인 파란색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사법파괴 3법'으로 李(이) 사법리스크 지우기"라는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하는 문구가 파란색 바탕에 적혀 있으니 잘못 봤나 싶었다. |
| ⓒ 박성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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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 30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 LX한국국토정보공사 고양지사앞 네거리에 민주당 고양시(갑) 지역위원장인 김성회 의원과 국민의힘 고양시(갑) 권순영 당협위원장의 현수막이 나란히 내걸려 있다. 김성회 의원 현수막은 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을 배경으로 제작되었으나, 권순영 당협위원장의 현수막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이 아니라 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으로 제작되어 있다. |
| ⓒ 권우성 |
그런데 이상한 현수막을 목격했다. 분명 우리 지역의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인 경대수 위원장의 현수막인데 더불어민주당의 당색인 파란색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사법파괴 3법'으로 李(이) 사법리스크 지우기"라는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하는 문구가 파란색 바탕에 적혀 있으니 처음에는 내가 잘못 봤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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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런데 이 추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날 이후 서울과 청주를 방문했는데 그곳에서도 국민의힘 후보들이 파란색 바탕의 현수막들을 내걸고 있던 것이다. 특히 청주시 서원구에서 마주한 현수막은 민주당 현수막과 나란히 있어 거대양당이 같은 색깔의 현수막을 내건 기묘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
| ⓒ 박성우 |
해당 현수막들에 국민의힘이 열세인 제주 지역의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흰색 옷을 입고 선거운동에 임한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내가 사는 충북 음성군도 민주당 소속 군수가 내리 재선을 한 만큼, 지역 민심이 국민의힘에 호의적이지 않음을 의식해 자체적으로 저런 현수막을 만든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추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날 이후 서울과 청주를 방문했는데 그곳에서도 국민의힘 후보들이 파란색 바탕의 현수막들을 내걸고 있던 것이다. 특히 청주시 서원구에서 마주한 현수막은 민주당 현수막과 나란히 있어 거대양당이 같은 색깔의 현수막을 내건 기묘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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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수막이 올해 들어서 달라졌다. 1월의 '통일교 게이트 특검 현수막', 3월의 '사법파괴 3법 현수막'에서 빨간색은 국민의힘 글자가 적힌 구석으로 밀려났다. 가장 최근인 3월 26일 공개한 '부동산 정책 현수막'에는 아예 현수막 전체의 극히 일부분인 국민의힘 로고를 제외하면 빨간색이 보이지 않는다. |
| ⓒ 박성우 |
당연한 얘기지만 국민의힘 현수막이 처음부터 파란색이었던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 홍보자료실을 살펴본 결과, 지난해 9월의 '사법농단 규탄 현수막'만 해도 5개의 현수막 디자인 시안 중 3개가 빨간색, 2개가 파란색이었다. 그해 11월의 '항소 포기 현수막' 또한 3개 디자인 중 지금과 같이 파란색을 현수막 전반에 칠한 시안은 없었다.
그러던 현수막이 올해 들어서 달라졌다. 1월의 '통일교 게이트 특검 현수막', 3월의 '사법파괴 3법 현수막'에서 빨간색은 국민의힘 글자가 적힌 구석으로 밀려났다. 가장 최근인 3월 26일 공개한 '부동산 정책 현수막'에는 아예 현수막 전체의 극히 일부분인 국민의힘 로고를 제외하면 빨간색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파란색 국민의힘' 현수막은 사실상 국민의힘 스스로도 당색을 내세워서는 선거에서 승산이 없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지난 2월,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를 방문한 장동혁 대표는 "제가 강조했던 당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을 공천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당성은커녕 당의 상징인 색깔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는 궁색한 처지에 몰린 셈이다.
무책임한 공천에 '절윤' 두고 갈지자 행보
당의 색깔을 스스로 지워버릴 만큼 내부 사정은 처참하다.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의 권위는 사실상 실종된 상태다. 지역구 후보들이 지도부의 지원 유세를 노골적으로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으며, 공천 갈등의 중심에 섰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은 무책임하게 사퇴를 선언하며 배를 버리고 떠났다.
'절윤' 선언 이후의 행보 역시 갈지자 행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선언만 있었을 뿐, 민심을 되돌릴 실질적인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자 남아있던 '윤어게인' 성향의 강성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고 일부가 황교안 전 총리가 이끄는 '자유와혁신' 등 극우 세력으로 이탈하며 지지 기반 자체가 붕괴되는 양상이다.
그 여파는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마저 뒤흔들고 있다. 당선이 곧 확정이나 다름없던 대구시장 선거조차 김부겸 전 총리의 출마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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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방문해 사전 환담장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 ⓒ 공동취재사진 |
장 대표는 "아무 생각 없이 멋 부리는 것만 생각하다가 색깔을 고려 못 했다"며 웃으며 넘겼지만, 장 대표 입장에선 웃는 게 웃는 것이 아니었을 테다. 대통령의 질문은 농담이 아닌 언중유골이었다.
국민은 현수막의 색깔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진정성과 변화의 의지를 보고 판단한다. 국민의힘이 살아남는 방법은 처절한 환골탈태와 지속적인 쇄신만이 유일한 길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 그런 결기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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