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어디로?” 톡 보내면 답 온다…광주 ‘응급실 뺑뺑이’ 0건 비밀

이에스더 2026. 4. 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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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기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광주형 원스톱 응급의료 플랫폼에 표시된 지역 내 응급 환자 현황을 확인하고 있다. 광주의 응급실 의료진과 119구급대는 이 플랫폼을 통해 이송 병원을 결정한다. 이에스더 기자

1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전남대병원 응급실. 평일 낮인데도 빈 병상이 없었다. 이날 하루에만 100여명의 환자가 몰렸다. 그래도 응급실 앞에서 만난 한 119 구급대원은 “예전처럼 환자가 길에서 헤매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로 정부의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이 한 달을 맞았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해결하기 위해 맞춤형 이송체계를 만드는 사업을 광주·전남·전북에서 우선 시행 중이다.

광주 이송지침을 설계한 조용수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난 한 달간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사례는 0건이었다”라고 말했다. 복지부의 이송 지침에 따르면 중증 환자는 중앙응급의료센터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병원을 찾도록 했다.

그런데 광주는 지자체와 지역 병원 의료진, 소방이 머리를 맞대 지역 여건에 맞춘 ‘광주형 이송지침’을 만들었다. 병원을 강제 지정하기보다 의료진과 소방이 먼저 조정하고, 그래도 결론이 나지 않을 때 광역상황실이 개입하는 구조다.

며칠 전 새벽 5시께 80대 여성이 살충제를 마셨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당시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 응급실은 화재로 인한 화상 환자들을 치료 중이어서 여력이 없었다. 예전엔 구급대원들이 응급치료를 하면서 이송 병원을 찾을 때까지 일일이 전화를 돌려야 했다.

관계자들이 원격 회의를 통해 이송 병원을 의논하는 모습. 이에스더 기자

이번엔 달랐다. 119대원이 이송병원 결정위원회(FLT)회의를 요청했다. 지역 내 21개 응급의료기관 상황과 환자 현황이 실시간 표시되는 ‘원스톱 응급의료 플랫폼’을 통해서였다. 응급실 6곳 당직자와 구급상황실, 119 대원 등은 실시간 채팅으로 상황을 공유했다.

“A병원에서 수용 가능할까요?” 119 대원이 묻자 A병원 측은 “살충제가 유기인제면 해독제가 없어서…확인 뒤 바로 이송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조선대병원 응급실에선 “유기인제가 의심되거나, 아니더라도 삽관이 필요할 정도면 (받을테니) 연락 달라”고 답이 왔다. 환자는 A병원으로 이송돼 응급 처치를 받았다. 3시간여 뒤 조선대병원은 “이제 받을 수 있다”고 알리고 환자를 넘겨받아 최종 치료했다.

조 교수는 “한 달간 FLT 회의로 대부분의 환자가 이송 병원을 찾았다”라고 말했다. FLT가 해결 못 하면 광역상황실이 관내·외 병원을 수배하고 전원까지 연계한다. 지난달 30일 전남 완도에서 50대 남성이 호흡곤란 증상을 보였다. 119 요청에 전남 2곳, 광주 1곳이 모두 못 받는다고 답하자 광역상황실이 14분 만에 병상을 확보했다.

이날 전남대병원에서 만난 또 다른 구급대원은 “전엔 환자가 갈 곳을 빨리 찾지 못하면 속이 탔는데, 시범사업 이후 그런 일이 없어져 환자 초기 처치와 이송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2차 병원의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내가 할 수 있는 치료를 마친 뒤 보낼 곳이 결정돼 있으니, 제때 전원시키지 못할까 봐 환자 수용을 주저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했다.

조 교수는 “무작정 환자 수용을 강요하는 대신 2차 병원에서 처치를 마치면 상급 병원으로 전원된다는 약속이 있고, 119가 최종 치료 병원까지 인계하기에 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만 광주의 실험을 100% 정답이라 보긴 이르다. 대한응급의학회는 “복지부의 모델을 전국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지역별 의료자원 현황과 병원 간 거리, 배후진료 역량에 맞춰 설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광주광역시=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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