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과 교육의 묘한 이중주
교육은 유전을 이길 수 있는가
안도 주코 지음, 허영은 옮김
알레, 296쪽, 2만2000원

우리는 오랫동안 교육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이자, 타고난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역전의 기회'라고 믿어 왔다. 아이의 성취가 기대에 못 미치면 부모는 자신의 양육 태도를 자책하고, 한편으로는 아이의 노력 부족을 질책하기도 한다. 일본에서 30년 넘게 쌍둥이 연구를 통해 유전과 환경이 인지 능력과 성격, 학업 성적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해 온 행동유전학자인 저자는 "노력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식의 무한 긍정론을 재검토한다. '교육은 유전을 이길 수 있는가'라는 제목에서도 추측을 할 수 있겠지만 책을 읽고 나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유전에 의해 결정된다는 '유전자 결정론'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유전자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개인의 잠재력을 꽃피우고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역설한다.

먼저 행동유전학의 주요 성과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행동유전학은 주로 유전자가 100% 일치하는 일란성 쌍둥이와 50%를 공유하는 이란성 쌍둥이를 비교하거나, 생물학적 부모(유전 공유)와 양부모(환경 공유) 중 누구를 더 닮았는지 분석하면서 유전과 환경의 영향을 분석한다. 행동유전학의 핵심 지표인 유전율을 보면 지능의 경우 50~60%, 키는 80~90%에 이른다. 흥미로운 점은 나이가 들수록 환경의 영향은 줄고 유전적 영향이 더 뚜렷해진다는 것이다.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환경은 같은 집안에서 자란 형제들이 공유하는 ‘공유 환경’과 같은 형제라도 서로 다르게 집 밖에서 겪는 ‘비공유 환경’으로 나뉘는데, 공유 환경보다 비공유 환경의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 행동유전학의 주요 발견 중 하나다.

저자의 주장을 짚어 보면, 우선 ‘유전은 유전되지 않는다’는 역설적인 문장을 이해해야 한다. 주변을 돌아보면 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자매인데도 서로 닮지 않았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유전자의 무작위성으로 설명한다. 유전자가 부모에게서 자식으로 전달될 때 부계와 모계에서 하나씩 받은 유전자 중 어떤 대립 유전자가 전달될지, 다른 유전자들과 어떤 조합으로 전달될지가 기본적으로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평범한 부모에게서 천재나 영재가 태어날 가능성도 있고, 평균보다 훨씬 못 미치는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났더라도 다양한 유전적 소질을 가진 자녀가 태어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 “이 사실을 깊이 새기면서 자녀 한 명 한 명을 고유한 존재로 바라보고, 그 개성을 그대로 인정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당연하게도 대개 능력은 유전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유전이 중요하다고 해서 인간의 삶이 태어날 때 이미 결정돼 있다는 ‘유전 숙명론’에 빠지는 것을 경계한다. 유전자는 고정된 설계도가 아니라, 어떤 환경을 만나느냐에 따라 발현 양상이 달라지는 ‘확률적 분포’에 가깝기 때문이다. 수학이나 과학 성적에 유전의 영향이 50% 정도라고 해도 태어나자마자 사칙연산이나 구구단, 방정식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유전자 속에 리트머스 시험지가 산성 물질을 만나면 빨갛게 변한다는 구체적인 지식이 저장돼 있지도 않다. 저자는 “인간은 이러한 지식을 배울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을 때, 뇌 안에서 원리를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변화를 일으킨다”면서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처음부터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제공됐는지가 성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만 부모의 양육 태도가 아이의 유전적 소질과 관계없이 학업 능력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 영향력은 5% 남짓으로 유전의 영향이 50%인 점을 감안하면 크다고 할 수 없다. 부모의 노력이 자녀의 유전적 소질을 뛰어넘을 만큼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은 현실의 한계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부모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이 지점에서 저자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유전의 상관관계를 다룬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사회 계층이 높은 집단일수록 학업 성적과 지능에 미치는 유전적 영향이 더 큰 반면, 사회 계층이 낮은 집단일수록 공유 환경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서는 아이가 자신의 유전적 소질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받지 못하고, 부모가 조성한 환경에 크게 좌우된다는 의미다. 열악하고 제약이 많은 환경에서는 유전적 성향이 제대로 발현되기 어렵고 운 좋게 갖춘 좋은 자질도 꽃피우지 못한 채 끝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의 유전적 소질이 발현될 수 있는 ‘제대로 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제대로 된’ 환경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저자는 “심각한 빈곤에 시달리지 않고, 학대받지 않으며, 활동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되지 않는 상황과 그 사람이 살고 있는 사회를 향해 개방적인 환경”이라고 설명한다.
저자에게 교육은 서로 다른 유전적 다양성이 각자의 자리에서 존중받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교육으로 유전을 극복할 수 있다’거나 ‘유전이 아니더라도 교육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생각은 피해야 한다. “유전이 세상에 드러나도록 돕는 것이 교육이다. 교육 없이 유전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교육이 유전적 소질에 문화적 환경을 제공해 주기에 비로소 표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세· 줄· 평…………………………………★★★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교육은 유전을 이기는 무기가 아니라 씨앗을 틔우는 토양이다
·문해력 문제인지 번역의 문제인지, 이해가 어려운 대목들이 있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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