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문명, 3억년 축복이 독배가 되다

맹경환 2026. 4. 3.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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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스스로를 '사피엔스'(지혜로운 인간)로 칭송해 왔지만 실상은 3억년 동안 지층에 쌓인 탄소 에너지를 단 200년 만에 탕진하며 번영을 일군 '호모 카르보'(탄소 인간)일 뿐이었다.

세계적인 전기화학자인 저자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탄소 문명의 화려한 겉모습 뒤의 현실을 냉철하게 돌아본다.

2024년 기록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426.9ppm은 인류가 자연을 정복했다는 훈장이 아니라 지구가 발행한 준엄한 청구서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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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호모 카르보
신익수 지음
틈새책방, 788쪽, 4만4000원


인류는 스스로를 ‘사피엔스’(지혜로운 인간)로 칭송해 왔지만 실상은 3억년 동안 지층에 쌓인 탄소 에너지를 단 200년 만에 탕진하며 번영을 일군 ‘호모 카르보’(탄소 인간)일 뿐이었다. 세계적인 전기화학자인 저자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탄소 문명의 화려한 겉모습 뒤의 현실을 냉철하게 돌아본다.

저자는 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통해 인류의 위기를 설명한다. 인류가 탄소를 태워 고도의 ‘질서’(문명)를 세우는 동안 그 대가로 지구 시스템에는 거대한 ‘무질서’(이산화탄소)가 쌓였다. 2024년 기록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426.9ppm은 인류가 자연을 정복했다는 훈장이 아니라 지구가 발행한 준엄한 청구서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특히 탄소 농도의 상승이 기후변화를 넘어 인간의 신체 시스템까지 무너뜨린다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대기 중 탄소 증가가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와 대사 시스템에 영향을 미쳐 노화를 가속하고 질병을 유발한다는 최신 연구를 소개한다. 기후위기가 먼 미래의 재앙이 아니라 지금 당장 ‘나’라는 생명체를 병들게 하는 실존적 위협임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낸 것이다. 저자는 기술적 낙관론은 경계한다. 배출을 줄이는 예방이 이미 배출된 탄소를 제거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며 한국의 에너지 구조와 지정학적 조건을 고려한 현실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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