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날 버리지 마세요”… 전쟁 참상 전하는 ‘힌드의 목소리’

권남영 2026. 4. 3.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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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피 명령이 내려진 2024년 1월 29일.

계속되는 총성 속 겁에 질린 힌드는 연신 애원한다.

팔레스타인 출신의 배우들은 자신이 맡은 인물이 실제로 힌드에게 했던 이야기들을 그대로 소화한다.

"학교에서 어떤 학생이었어? 무슨 색을 좋아해?" 힌드를 안정시키려는 구조대의 말들과 "빨리 와 달라"며 거듭 구조를 청하는 힌드의 말들이 공허한 평행선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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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방송·문화]
폭격에 가족 잃은 가자지구 소녀
구조대에 빨리 와 달라 애원해도…
베네치아 심사위원대상… 15일 개봉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피 명령이 내려진 2024년 1월 29일. 국제구호단체 적신월사(이슬람권의 적십자사)에 전화 한 통이 걸려 온다. 피란 중이던 민간 차량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구조대가 전달받은 번호로 전화를 걸자 라얀이라는 이름의 소녀가 받는다. “우리에게 총을 쏘고 있어요. 탱크가 옆에 있어요.” 곧바로 들리는 총성과 비명, 그리고 긴 정적이 이어진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놀란 구조대는 다시 통화를 시도한다. 이번엔 더 앳된 음성이 들려온다. 6세 소녀 힌드다. “제 옆에 아무도 없어요. 빨리 데리러 와요.” 삼촌 부부, 사촌 넷과 동행하던 힌드는 폭격에 가족을 잃고 차 안에 홀로 남았다. 사촌 언니 라얀마저 숨을 거둔 상황. 계속되는 총성 속 겁에 질린 힌드는 연신 애원한다. “제발 날 버리지 마세요. 데리러 와 주세요. 무서워요.”


가자지구의 비극적 실화를 다룬 영화 ‘힌드의 목소리’(사진)가 오는 15일 국내 개봉된다. 배우들이 주어진 상황을 연기한 극영화이지만 참혹한 현실을 온전히 전달하고자 다큐멘터리 방식을 더했다. 녹취로 남은 힌드의 실제 음성을 담았다. 팔레스타인 출신의 배우들은 자신이 맡은 인물이 실제로 힌드에게 했던 이야기들을 그대로 소화한다. 극이라기보다 사실 재현에 가깝다.

불과 8분 거리에 구급차가 있지만 이스라엘군의 허가 없이는 움직일 수 없다. 출동 허가를 받기 위해 구조대가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좀처럼 답이 오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힌드와의 통화는 5시간 동안 이어진다. “학교에서 어떤 학생이었어? 무슨 색을 좋아해?” 힌드를 안정시키려는 구조대의 말들과 “빨리 와 달라”며 거듭 구조를 청하는 힌드의 말들이 공허한 평행선을 그린다.


아이를 구하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에서 구조대가 겪는 공포와 혼란, 절박함이 관객에게 오롯이 전이된다. 러닝타임 89분을 무겁게 짓누르는 정서는 꺼져가는 생명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이다. 중동 지역 전쟁이 진행 중인 현실과 겹치며 영화는 더 고통스럽게 다가온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장 어딘가에 간절히 도움을 기다리는 또 다른 힌드가 있을 터다.

영화에 지지를 표한 배우 브래드 피트와 호아킨 피닉스, 감독 알폰소 쿠아론과 조나단 글레이저 등이 총괄 제작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서는 공동 제공으로 참여한 소지섭과 배두나, 이주영이 예고편 내레이션에 참여해 작품의 의미를 전했다. 수입사 찬란은 가자의 비극을 잊지 말자는 취지로 유료 관람객 1명당 129원을 적신월사에 기부하기로 했다.


제82회 베네치아영화제 상영 당시 23분간 기립박수를 받은 이 작품은 심사위원대상을 거머쥐었다. 카우타르 벤 하니야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영화는 힌드를 되살릴 수도, 그가 겪은 잔혹 행위를 지울 수도 없지만 그의 목소리를 국경 넘어 울려 퍼지게 할 수 있다”며 “힌드의 목소리는 책임과 정의가 실현될 때까지 계속 메아리칠 것”이라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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