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 시론] 왕사남, 왕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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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사는 남자'라는 영화가 관객수 1600만에 육박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나는 이 영화를 개봉 이튿날 보고 나서 동행한 부교역자들에게 "내 감으로 이 영화는 천만 이상을 돌파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그 결과 세조와 한명회는 흑역사를 남기고 오늘날까지 나쁜 기억으로 남아 있지만, 단종은 비록 약한 영웅이고 엄흥도는 호장에 불과했지만 영화를 통해 우리 시대에 좋은 기억, 아름다운 기억으로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오늘 우리는 왕사성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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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사는 남자’라는 영화가 관객수 1600만에 육박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나는 이 영화를 개봉 이튿날 보고 나서 동행한 부교역자들에게 “내 감으로 이 영화는 천만 이상을 돌파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영화 시장 침체로, 좋은 영화도 100만~200만을 넘기지 못하는 시대인데 어떻게 천만을 예상했는지 나 자신도 신기할 정도다. 영화는 사극을 넘어 인간이 살아가는 슬픔과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왕사남’ 제작은 2018년 CJ엔터테인먼트 임은정 영화 프로듀서가 조선왕조실록을 뒤지다가 엄흥도라는 사람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그녀는 세조실록에서 딱 한 문장을 발견했다. ‘(영월의 호장인) 엄흥도가 단종의 시신을 거두어 장사를 지내주었다.’ 이 한마디 문장에서 호기심이 촉발되어 ‘연려실기술’과 ‘동국통감’, 이광수의 ‘단종애사’ 등을 샅샅이 뒤졌다고 한다. 당시 세조는 단종을 폐위하고 노산군으로 강등시켜 영월로 유배를 보냈다. 그리고 노산군이 17세 나이로 죽게 했다. 그때 세조는 노산군의 시신을 거두는 자는 삼족을 멸한다고 했지만, 엄흥도는 “옳은 일을 하고 해를 당하는 것은 내가 달게 생각하노라”며 자기 집안의 선산인 ‘동을지’라는 곳에 무덤을 만들어 장사를 지냈다(연려실기술 1권 410쪽).
영화는 북미뿐만 아니라 영국을 비롯한 유럽, 호주, 뉴질랜드, 대만 등에서도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의 영어 타이틀은 ‘The King’s Warden’이다. 우리야 한국 역사를 대충 아니까 웃다가 울다가 할 수 있지만, 한국 역사를 전혀 모르는 외국인들도 눈물을 펑펑 쏟으며 영화를 보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으로 국내에서는 ‘통곡 상영회’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집에서 드라마를 보다가 혼자 울면 그냥 슬프기만 하지만,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수백명이 함께 울면 그것은 슬픔이 아니라 위로와 치유가 된다. 왕사남의 통곡 상영회가 극장을 일종의 집단 치유의 공간으로 바꾸어 놓은 셈이다. 이처럼 영화 한 편이 우리 사회에 아름다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수양대군과 한명회가 분열과 강폭과 찬탈의 역사를 이뤘다면 단종과 엄흥도는 사랑과 우애, 화합의 역사를 남겼다. 그 결과 세조와 한명회는 흑역사를 남기고 오늘날까지 나쁜 기억으로 남아 있지만, 단종은 비록 약한 영웅이고 엄흥도는 호장에 불과했지만 영화를 통해 우리 시대에 좋은 기억, 아름다운 기억으로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눈물을 통해 관객들의 마음을 정화시킬 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부패하고 부정한 언어들을 세탁했다.
부활주일을 맞는다. 1885년 부활절 아침에 제물포항에 도착한 언더우드와 아펜젤러는 교회도 세웠지만, 병원을 짓고 학교를 세우는 일에 앞장섰다. 선교사들의 노력과 초기 기독교 지도자들의 헌신으로 양반과 백정이 하나가 되고, 여성 인권이 신장했으며, 3·1운동과 독립운동, 그리고 한글 보급이 확산됐다. 그런데 그 정신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이 있다.
나는 왕사남을 생각할 때마다 왕사성(왕과 사는 성도)을 떠올린다. 오늘 우리는 왕사성이 되어야 한다. 왕사성이 되어 시대와 역사를 섬기며 더 많은 사람이 진정한 복음의 자유를 누리고 부활의 소망을 누리도록 해야 한다. 결코 부활의 축복은 우리끼리만의, 이너서클의 축복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부활의 메시지는 이 시대의 절망을 넘어서는 소망이 되어야 하고, 분열을 넘어서는 화해가 되어야 할 것이며, 어둠을 밝히는 생명의 빛이 되도록 해야 한다. 부활절을 맞아 우리 모두 왕사성이 되어 생명과 부흥, 반전의 에피센터 즉 진원지가 되며 국민 화합과 한반도 평화의 시원이 되자.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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