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익의 이코노믹스] AI 투자발 위기…밸류에이션·신용, 동시 붕괴 대비해야

2026. 4. 3.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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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금융위기가 2026년에 주는 시사점


김영익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겸임교수
금융위기는 언제나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번에는 다르다”고 말한다. 1929년에는 주식시장이 붕괴했고, 2000년에는 기술주 버블이 꺼졌으며, 2008년에는 금융 시스템이 무너졌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AI)이라는 새로운 기술 환경 속에 있다. 그러나 표면이 다를 뿐, 그 내부 구조는 놀라울 만큼 반복된다. 기술은 세상을 바꾸지만, 인간의 행동과 신용의 작동 방식은 변하지 않는다.

1920년대 전기의 보급은 공장을 24시간 가동할 수 있게 했고, 자동차는 물류와 이동의 패턴을 바꿨다. 대량생산 체계는 비용을 낮추고 생산성을 끌어올렸다. 이러한 변화는 경제 성장으로 이어졌고, 주식시장은 그 성장을 반영하며 상승했다.

「 기술 미래가치 과도하게 반영한
닷컴 버블로 시장과 기업 무너져

복잡한 금융상품 얽힌 구조 속
시스템 작동 멈춘 세계금융위기

사모신용과 AI 투자 결합 국면엔
레버리지 줄이는 대비 전략 필요

그러나 주가는 기업의 이익 증가 속도를 넘어 레버리지 형태로 미래에 대한 기대를 과도하게 반영했다. 당시 투자자들은 증거금 거래를 통해 적은 자본으로 큰 규모의 주식을 매수할 수 있었다. 주가가 오를수록 더 많은 사람이 빚을 내 투자했고, 이는 다시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박경민 기자

신용 기반 무너진 1929년 위기
하지만 1929년 10월, 시장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마진콜이 발생했다. 투자자들은 추가 증거금을 납입하지 못했고, 강제 매도가 이어졌다. 주가 하락은 또 다른 매도를 유발하며 시장을 급격히 붕괴시켰다. 다우지수가 1929년 8월 380에서 1932년 6월에는 43까지 89%나 급락했다.

그 후 은행이 무너지고 통화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경제 전반의 신용이 붕괴했다. 기업은 자금을 조달할 수 없었고, 소비는 위축됐으며 실업률은 폭등했다. 1929년은 단순한 시장 조정이 아니라, 신용이라는 보이지 않는 기반이 무너진 사건이었다.

2000년 닷컴 버블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시작됐다. 이번에는 기술이 중심이었다. 인터넷은 정보의 흐름을 혁신했고,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냈다. 생산성 역시 눈에 띄게 개선됐다. 1996~2000년 연평균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9%로 1980~95년(1.5%)보다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 낙관이 시장을 지배했다. 문제는 속도였다. 투자자들은 미래의 변화를 현재의 가치에 과도하게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은 극단적으로 높아졌다. S&P500의 주가수익비율(PER)은 50배에 가까운 수준까지 상승했고, 아직 수익 모델이 없는 기업들도 막대한 투자를 유치했다. 기업공개(IPO)와 벤처 투자 규모는 급증했고, 자본은 실제 경제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나 연방준비제도(Fed)가 1999년 5월 4.7%였던 기준금리를 2000년 3월에 6.5%까지 인상하며 버블은 붕괴했다. 나스닥은 78% 하락했고, 수많은 기업이 없어졌다.

인터넷은 사라지지 않았고, 지금까지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기술은 옳았지만 시장은 그 기술의 가치를 너무 빨리, 너무 크게 반영했다. 2000년의 본질은 ‘현실보다 앞서간 미래의 붕괴’였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는 앞선 두 위기와 질적으로 달랐다. 이번에는 기술이 아니라 금융 구조가 문제였다. 저금리 환경 속에서 주택 가격이 상승했고, 이는 가계부채 급증으로 이어졌다. 이 부채는 금융 상품으로 재구성되며 시스템 전체로 확산했다. 대출은 주택저당증권(MBS)으로, 다시 부채담보증권(CDO)으로 변환됐고, 이 과정에서 위험은 복잡하게 분산됐다. 금융기관은 위험이 줄어들었다고 믿었고, 이는 더 높은 레버리지를 가능하게 했다.

문제는 이 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동시에 지나치게 취약했다는 점이다. 주택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자 연체율이 상승했고, 금융기관의 자산 가치가 급격히 훼손됐다. 은행 간 신뢰는 붕괴했고, 자금 시장은 얼어붙었다. 2008년은 단순한 자산 가격 조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금융 시스템 전체가 작동을 멈춘 사건이었다.

박경민 기자

버블 구조와 신용 확대 맞물린 2026년
현재 우리는 AI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산업 구조와 생산성을 재정의하는 플랫폼이다. 그러나 이 기술은 막대한 자본을 요구한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 인프라 관련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 투자가 현재의 수익이 아니라 미래의 기대를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가 이미 현재의 투자와 자산 가격을 결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신용이 다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사모 신용시장은 AI 투자와 결합하며 새로운 레버리지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기대에 기반을 둔 밸류에이션 확대와 보이지 않는 신용 축적이라는 두 가지 위험을 동시에 내포한다. 그런 점에서 2026년은 2000년의 버블 구조와 2008년의 신용 구조가 결합한 국면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 위험은 이미 시장에서 드러나고 있다. 첫째, 주가의 쏠림이다. AI 관련 소수 기업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시장 전체가 특정 변수에 크게 의존하는 취약한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둘째, 금리의 구조적 부담이다. 유가 상승과 지정학 리스크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금리 인하를 어렵게 만들며, 이는 장기 투자 성격의 AI 인프라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 주식과 채권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셋째, 사모 신용시장의 균열이다. 일부 펀드에서 환매 제한과 유동성 압박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2008년 이전 구조화 금융과 유사한 위험을 내포한다.

이 모든 현상을 관통하는 핵심은 가격이 아니라 신용이다. 현재는 아직 가격 조정 단계일 수 있지만, 신용시장의 균열이 본격화하는 순간 시장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다. 2026년은 밸류에이션 붕괴와 신용 붕괴가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성장 아닌 현금 흐름이 기업 생존 결정
이 흐름을 종합하면 하나의 반복되는 구조가 드러난다. 혁신이 자본을 끌어들이고, 자본은 신용을 확대하며, 신용은 가격을 밀어올린다. 그리고 가격 상승은 과신을 낳고, 그 과신은 붕괴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다. 상승장은 확신을 만들고, 확신은 레버리지를 정당화한다. 그리고 그 정당화를 가능하게 하는 말이 ‘이번에는 다르다’이다.

이번에는 다를 수도 있다. AI라는 새로운 기술, 그리고 그 위에 형성된 거대한 투자 흐름을 고려하면 과거와는 다른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역사는 형태를 바꿔 반복되지만,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은 놀라울 만큼 동일하다. 각 경제 주체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준비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

금융회사에 중요한 것은 수익이 아니라 생존이다. 상승기에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전략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레버리지는 자본 효율성을 높이고, 자산 가격 상승은 이를 정당화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축적된 레버리지는 위기의 순간 가장 먼저 드러나는 취약성이 된다.

유동성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다. 2008년 금융위기가 보여주었듯, 자산의 장부가치는 아무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실제로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이다.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는 모든 자산이 유동성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장이 경색되는 순간, 유동성은 선택된 일부 자산에만 남는다. 금융위기의 본질은 보이지 않는 위험이 갑자기 드러나는 과정이다. 위험의 위치를 알아야 한다. 이를 모르면 대응도 불가능하다.

레버리지 줄이고 위험 분산 전략 필요
기업의 위기는 수요 감소보다 먼저 자금 구조의 불안정성으로 나타난다. 호황기에는 성장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 투자는 확대되고, 부채는 늘어나며, 미래 수익이 현재의 의사 결정을 지배한다. 그러나 사이클이 꺾이는 순간 기업의 판단 기준은 완전히 바뀐다. 성장이 아니라 현금 흐름이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변수가 된다.

최근 AI 기업 투자의 상당 부분이 현재의 수익이 아니라 미래의 기대에 기반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금리 상승이나 수요 지연이 발생할 경우 충격은 훨씬 크게 나타난다. 투자 자금 회수는 지연되고, 현금 흐름은 악화하며, 부채 부담은 빠르게 는다. 기업은 레버리지를 통제하고, 현금 흐름을 중심에 두며, 투자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국면에서는 성장보다 지속성이 더 중요하다.

개인의 대응도 다르지 않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가격 중심의 사고에서 구조 중심의 사고로의 전환이다. 가격은 결과일 뿐, 원인이 아니다. 가격만 보고 판단하는 순간 투자는 반복적으로 같은 오류를 되풀이하게 된다. 레버리지는 가장 주의해야 할 변수다. 포트폴리오는 서로 다른 위험 요인에 대한 분산이어야 한다. 현금은 수익을 포기한 자산이 아니다. 그것은 불확실성 속에서 기회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다.

레버리지를 줄이고, 유동성을 확보하며, 현금 흐름을 지키고, 구조를 이해하고, 기다리는 것. 이 단순한 원칙이야말로 위기의 순간 가장 강력한 전략일 것이다.

김영익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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