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테이블 위…마린스키 발레의 별 뜬다

하남현 2026. 4. 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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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L의 ‘볼레로’. 김기민은 한국 무용수 최초로 이 작품 주역을 맡는다. [사진 BBL, 마르크 뒤크레]

“마린스키 팬들은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김기민)

스위스의 세계적인 발레단 ‘베자르 발레 로잔’(BBL)이 ‘마린스키의 별’ 김기민(33)과 함께 한국 무대에 선다. 오는 23~26일 서울 역삼동 GS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2011년(대전) 이후 15년 만에 내한이다. 서울 무대에 서는 건 2001년 이후 25년 만이다. 공연 명칭은 ‘베자르 발레 로잔 위드 김기민’이다. 김기민은 23일과 25일 ‘볼레로’ 공연으로 두 차례 관객과 만난다. 해당 회차는 티켓 오픈 5분 만에 매진됐다.

2011년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한 뒤 2015년 마린스키 최초의 동양인 수석무용수에 오른 김기민은 2일 화상 인터뷰에서 “마린스키 팬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한 제 공연이 ‘볼레로’였다고 한다”라며 “‘볼레로’ 첫 공연을 한국에서 하게 됐으니 마린스키 팬들은 실망할 수 있겠다”라며 웃었다.

김기민

김기민은 2016년 무용계 오스카상으로 통하는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최고 남성 무용수상을 받은 세계 정상급 무용수다. 하지만 그는 “이번 공연은 저보다는 ‘베자르’에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김기민이 언급한 모리스 베자르(1927~2007)는 현대 발레의 경계를 넓힌 인물로 꼽힌다. 김기민이 출연하는 ‘볼레로’는 베자르의 명작 중 하나다. 베자르가 1987년 창설한 발레단이 이번에 내한하는 BBL이다.

김기민은 “베자르는 현재 춤추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유산을 남겨준 인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BBL이 15년 만에 내한했다는 사실도 아쉽다. 좀 더 자주 내한했다면 한국 발레계에 또 다른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볼레로’는 무대 중심 붉은 원형 테이블 위 주역 무용수가 구현하는 ‘멜로디’와 그를 둘러싼 남성 군무가 만들어내는 리듬이 결합해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작품이다. 1961년 초연 이래 세계적인 무용수들이 거쳐 간 ‘멜로디’를 김기민은 한국 무용수로서는 처음 연기한다. 줄리앙 파브로 BBL 예술감독은 “‘멜로디’ 역은 뛰어난 체력과 끊임없는 정확성, 그리고 극이 진행되는 내내 무대 전체의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한다”라며 “김기민은 이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자신을 무서우리만치 몰입시켰다”라고 전했다.

김기민은 “‘볼레로’ 음악이 시작되면 우주 먼 곳에서 떨어진 음표가 제 손을 움직인다는 느낌이 든다”라며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춤으로만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감정을 느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습도 공연도 200% 이상 하려 한다”라며 “연습할 때 느끼는 감동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기민은 최근 한국 무용수가 세계 발레계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것을 두고 “아주 탄탄한 기본기를 가졌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입시 발레가 발전하다 보니 춤을 잘 추는 것처럼 보이는데 능한 면도 있는 것 같다”라는 아쉬움도 토로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콩쿠르 우승 등의 성과가 있을 수 있지만, 오랫동안 좋은 춤을 추긴 힘들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BBL은 이번 공연에서 베자르의 또 다른 명작인 ‘불새’와 함께 ‘바이 바이 베이비 블랙버드’ ‘햄릿’도 선보인다.

하남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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